[생생확대경]앨범 사재기 논란, 라붐도 피해자다

  • 등록 2017-05-04 오전 6:00:00

    수정 2017-05-04 오전 6:00:00

라붐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방송사 음악 순위프로그램들이 갖고 있는 순위 산정방식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걸그룹 라붐을 둘러싼 ‘앨범 사재기 논란’이 그 계기가 됐다.

라붐은 지난달 28일 방송한 KBS2 ‘뮤직뱅크’에서 ‘휘휘’로 1위를 차지한 직후 논란에 휩싸였다. 함께 1위 후보에 올랐던 아이유의 ‘사랑이 잘’이 음원점수에서 월등히 높았음에도 음반점수에서 0점, 방송점수에서 44점을 받은 반면 라붐은 그 두 부문에서 각각 2344점, 2086점을 기록해 트로피의 주인이 됐기 때문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음원 순위가 낮은데 앨범이 많이 팔렸다는 것은 사재기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라붐과 소속사에 비난이 쇄도했다. 따지고 보면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은 라붐, 소속사가 아니라 ‘뮤직뱅크’다. 불법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인위적으로 차트 개입이 가능한 구조이로 순위 산정 방식을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디지털 음원이 콘텐츠 유통의 중심이 된 대중음악 시장에서 음반점수를 굳이 포함시킨 것이 결국 1위에게 불명예스러운 논란을 초래했다. 음반판매 활성화가 음악의 수명을 늘리고 소장가치를 높인다는 점에서 지향해야 할 부분이기는 하지만 음반점수는 시장 상황 반영이라는 측면에서는 역행하는 게 사실이다.

특정 몇몇 방송사에서 평가 항목의 하나로 삼고 있는 방송점수는 TV와 라디오에 방송된 음원을 집계해 점수화한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요즘 컴백을 할 때 음반은 내지 않는 가수들도 많고 팬들이 의리로 음반을 사주는 경우도 상당수다. 방송점수는 결국 1등을 하려면 방송사와 친분을 쌓으라는 방송사 줄세우기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아이유의 경우에도 ‘사랑이 잘’은 지난달 21일 미니 4집 발매에 앞서 발표한 선공개곡이었다. 앨범이 발매되기 전이니 음반점수 0점은 당연한 결과다. 본격적인 방송활동도 하지 않았다. 음악 순위프로그램 1위가 공정성과 보편성을 담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라붐과 소속사 측은 오히려 피해자다. 라붐의 음반점수는 최근 전속모델 계약을 맺은 광고주가 라붐의 앨범을 이벤트에 사용하기 위해 대량으로 구입한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사 측은 지난 2일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광고계약에 사전 비밀유지 조항이 있어 광고주와 협의를 하느라 입장 발표가 늦었다”고 해명했다. 대학 입시에 비유하자면 라붐과 소속사 측은 수학능력시험 외에 필요한 다른 요건들을 충분히 갖춰 합격을 했을 뿐이다.

실제로 가수 컴백 직후 방송점수를 높이기 위해 활동량이 늘어나는 매니저들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반대로 방송점수를 높여야 1위를 할 수 있는 음악 순위프로그램들에서 기획사가 힘이 없거나 PD들과 친분이 없다는 이유로 좌절하는 매니저들도 많다.

지상파에서 젊은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하는 음악프로그램들은 이미 지난 2001년 공정성 등을 이유로 순위제를 포기했던 적이 있다. 2008년 ‘뮤직뱅크’를 시작으로 3사가 순차적으로 순위제를 부활시켰다.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을 택했다. MBC ‘쇼! 음악중심’은 다시 순위제를 폐지했다가 최근 다시 도입을 했다.

이제 다시 순위제가 도마에 올랐다. 순위제를 유지해도 시청률이 겨우 1% 안팎에 그치고 있는 게 음악 순위프로그램의 현실이다. 답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음악프로그램 제작진이 진정한 역량을 발휘해야 할 상황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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