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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붐은 지난달 28일 방송한 KBS2 ‘뮤직뱅크’에서 ‘휘휘’로 1위를 차지한 직후 논란에 휩싸였다. 함께 1위 후보에 올랐던 아이유의 ‘사랑이 잘’이 음원점수에서 월등히 높았음에도 음반점수에서 0점, 방송점수에서 44점을 받은 반면 라붐은 그 두 부문에서 각각 2344점, 2086점을 기록해 트로피의 주인이 됐기 때문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음원 순위가 낮은데 앨범이 많이 팔렸다는 것은 사재기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라붐과 소속사에 비난이 쇄도했다. 따지고 보면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은 라붐, 소속사가 아니라 ‘뮤직뱅크’다. 불법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인위적으로 차트 개입이 가능한 구조이로 순위 산정 방식을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디지털 음원이 콘텐츠 유통의 중심이 된 대중음악 시장에서 음반점수를 굳이 포함시킨 것이 결국 1위에게 불명예스러운 논란을 초래했다. 음반판매 활성화가 음악의 수명을 늘리고 소장가치를 높인다는 점에서 지향해야 할 부분이기는 하지만 음반점수는 시장 상황 반영이라는 측면에서는 역행하는 게 사실이다.
라붐과 소속사 측은 오히려 피해자다. 라붐의 음반점수는 최근 전속모델 계약을 맺은 광고주가 라붐의 앨범을 이벤트에 사용하기 위해 대량으로 구입한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사 측은 지난 2일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광고계약에 사전 비밀유지 조항이 있어 광고주와 협의를 하느라 입장 발표가 늦었다”고 해명했다. 대학 입시에 비유하자면 라붐과 소속사 측은 수학능력시험 외에 필요한 다른 요건들을 충분히 갖춰 합격을 했을 뿐이다.
실제로 가수 컴백 직후 방송점수를 높이기 위해 활동량이 늘어나는 매니저들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반대로 방송점수를 높여야 1위를 할 수 있는 음악 순위프로그램들에서 기획사가 힘이 없거나 PD들과 친분이 없다는 이유로 좌절하는 매니저들도 많다.
이제 다시 순위제가 도마에 올랐다. 순위제를 유지해도 시청률이 겨우 1% 안팎에 그치고 있는 게 음악 순위프로그램의 현실이다. 답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음악프로그램 제작진이 진정한 역량을 발휘해야 할 상황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