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 논란, 시대의 흐름인가 질서의 파괴인가

  • 등록 2017-05-19 오전 6:41:55

    수정 2017-05-19 오전 6:41:55

영화 ‘옥자’ 포스터.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 ‘옥자’가 뜨거운 감자다.

‘옥자’와 ‘메이어로이츠 스토리’ 두 넷플릭스 영화가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데 프랑스 영화계가 반발해서다. 프랑스 국립영화관연맹은 넷플릭스의 유통 방식인 스트리밍서비스를 문제삼았다. 그들은 넷플릭스가 영화 생태계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지적했다. 칸 국제영화제는 내년부터 프랑스의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만 경쟁에 출품할 수 있다고 방침을 바꿨다. 그럼에도 ‘옥자’를 둘러싼 논란은 진행형이다.

◇ 플랫폼의 변화, 시대의 흐름인가

‘옥자’가 촉발시킨 논란에 국내의 관심도 지대하다. ‘옥자’가 플랫폼 변화의 시작일 수 있어서다. ‘옥자’는 내달 28일 190개국 넷플릭스 유통망으로 일제히 공개된다. 한국 미국 영국에서 극장 상영도 진행한다. 국내에서는 극장상영과 함께 스트리밍서비스가 동시에 이뤄지는 셈이다. 넷플릭스가 봉준호 감독과 ‘옥자’를 등에 업고 국내 시장의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극장과 타 매체 사이에 ‘홀드 백’(부가 판권 시장으로 넘어가기까지 걸리는 시간) 기간을 두지 않고 동시에 공개되는 점이 기존의 IPTV나 VOD 영화와는 다르다. 프랑스 극장들이 못마땅해하는 지점이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CCO(콘텐츠 최고 책임자)는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선택권을 가지고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넷플릭스의 입장을 밝혔다.

넷플릭스가 ‘옥자’로 효과를 본다면 플랫폼뿐 아니라 기존의 유통(배급) 시스템을 바꿀 수도 있는 문제다. 이동하 레드피터 대표는 “새로운 플랫폼이나 유통방식에 대한 고민도 있지만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의 개념에 대해 다시 정리해야할지도 모른다. 이번 사안은 영화의 본질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것이기도 해서 어떤 얘기들이 나올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변화는 시대의 흐름이라는데 업계 관계자나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온라인 영화 시장의 성장과 넷플릭스·아마존 같은 OTT 업체들의 적극적인 투자,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관객의 성향 등을 이유로 변화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예술의 순혈성을 중시하는 칸에서조차 극장에 유통하지 않는 영화를 경쟁에 초청했다. 그것 자체가 영화계의 주목할 만한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움직임”며 “영화산업의 시스템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넷플릭스, 구질서의 파괴인가

하지만 변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갈린다. 글로벌 업체들의 국내 시장 진출에 대해 우려가 많다. 풍부한 자본력과 단단한 네트워크를 가진 넷플릭스 같은 업체들에 국내 극장 및 투자배급업체들이 그만한 경쟁력을 갖췄는지 알 수 없어서다. 한 투자배급 관계자는 “극장에 관객이 줄면 당연히 투자배급도 소극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넷플릭스로 시작되는 플랫폼의 다변화가 국내 영화 사업자나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극장과 배타적인 관계에 있지 않다고 했지만 ‘옥자’의 무기한 극장상영은 한국에서만 진행된다. 한국은 극장수익이 절대적으로 많은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았을 리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게다가 국내에는 넷플릭스처럼 선뜻 560억원을 투자할 만한 곳도, 그만한 돈을 주면서 감독에게 전권을 맡길 만한 투자배급사도 없다.

지금까지는 소수의 대기업이 주도했다면 앞으로는 소수의 글로벌 기업이 시장을 휘두르는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 오 평론가는 “기존의 투자배급 시장을 정상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이라고 말한 후 기존의 독과점 구조가 또 다른 독과점으로 재편될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새로운 변화를 기존 시장이 수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넷플릭스 같은 업체들이 기존의 극장과 배급 시스템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 기존의 시장을 좀 더 안정적으로 구축해놓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화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홍보사 관계자는 “영화 관람을 가리켜 문화생활이라고 하는 데에는 영화를 단순히 콘텐츠로만 볼 수 없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어서다”며 “관객은 함께 영화를 보면서 정서를 공유하고 때로는 담론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스트리밍서비스가 그런 문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의문은 든다”고 얘기했다.

‘옥자’ 국내 간담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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