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다큐 흥행…무비 저널리즘 일어서다

  • 등록 2017-09-05 오전 6:00:00

    수정 2017-09-05 오전 6:00:00

‘공범자들’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시사 교양이 죽자 영화가 살아났다!’

시사 교양 프로그램 ‘PD수첩’과 영화 ‘공범자들’의 운명이 뒤바뀌었다. ‘우리시대의 정직한 목격자’였던 ‘PD수첩’은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눈을 돌린 방관자가 됐다. 공영방송 KBS·MBC가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돼서다. 그래서일까. 그 역할을 대신한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인기다.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연출한 공영방송의 몰락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이 개봉 18일 만인 3일 20만 관객을 돌파했다. ‘공범자들’은 공영방송 정상화와 경영진 퇴진을 목표로 4일부터 시작된 MBC·KBS 노조의 연대파업 쟁점과 맞물리며 더 관심을 받고 있다. 최승호 PD가 지난해 선보인 국정원의 간첩 조작 사건을 다뤘던 ‘자백’의 기록(14만3944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와 비슷한 형식의 영화로 관객이 많이 본 영화는 2011년 용산 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으로 7만3763명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가 고 김광석의 자살에 의문을 제기한 ‘김광석’은 개봉 4일 만에 2만명을 돌파했다. 이어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설립한 제작사 프로젝트 부에서 지난 4월, 18대 대선의 개표 과정에 문제를 제기한 ‘더 플랜’ 다음으로 ‘저수지 게임’과 ‘인텐션’을 각각 오는 7일과 11월께 공개한다.

‘공범자들’ ‘김광석’ ‘저수지 게임’ 등 영화들은 탐사 보도 형식의 다큐멘터리 영화다. 탐사보도 다큐멘터리 영화는 영화를 통해 공공의 사실이나 사건에 관한 정보를 보도하는 ‘무비 저널리즘’과도 연결된다. 무비 저널리즘이 주목을 받은 건 ‘두 개의 문’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극 영화 ‘도가니’ ‘부러진 화살’의 흥행으로 인해서다. 건조한 사건이 대중적인 미디어인 영화를 만나 극성(劇性)을 갖추면 때때로 엄청난 화력을 발한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우리 사회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알려주는 방송이나 신문 등 여러 가지 미디어가 있지만 그것을 영화로서 2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임팩트 있게 전달할 때 느끼는 감응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도가니’는 공지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2000년대 초 광주인화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난 장애학생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했다. 영화의 충격적인 이야기는 사회적 공분을 일으켜 466만명의 관객을 모았고, 아동·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이른바 ‘도가니법’이 통과되는 등 영화의 파급력을 확인시켜줬다.

‘공범자들’이나 ‘자백’의 관객수는 상업성을 지니는 극 영화가 아닌 기록의 성격을 가지는 다큐멘터리 영화로서 유의미하게 평가된다. 서상욱 웰메이드예당 대표는 “몰랐던 사실을, 그것이 공익에 해악을 끼칠 수 있는 내용을 새롭게 알게 됐을 때의 충격이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범자들’은 KBS, MBC가 어떻게 망가졌는지, 누가 주범이고 공범자인지 알려준다. ‘저수지 게임’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한 내용이며, ‘인텐션’은 세월호 참사의 의혹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수년 전 ‘PD수첩’ 같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통해서 접할 수 있었던 이야기다. 정 평론가는 “진실에 다가서는 이야기를 들려줬어야 할 공영방송이 제 기능을 상실하면서, 또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을 겪으며 국민의 정의 사회 구현에 대한 갈망 등이 이런 다큐멘터리를 통해 터진 것이다”고 분석했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사실의 기록 측면에서 다른 어떤 장르의 영화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우려도 있고, 단순히 ‘카더라’라는 의혹 제기만으로는 관객의 공감을 얻기도 힘들다. 정 평론가는 “영화가 새로운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선에서 마무리된다면 오히려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하거나 사건을 왜곡시킬 수 있다”며 “이는 무비 저널리즘으로서의 명확한 행위는 아니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광석’
‘저수지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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