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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닷컴 투어를 마치고 곧바로 US오픈이 열리는 뉴욕으로 이동했다. 밤 12시를 넘겨 겨우 숙소에 도착했다. 피곤했던지 꿀잠을 잤다.
일찍 일어나 골프장으로 향했다. 차를 몰고 시네콕 힐스 골프클럽으로 이동하는 동안 가슴이 뛰었다. 옆 차선에서 지나가는 차 안에 필 미켈슨의 모습도 보였다. 그 순간 비로소 내가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실감했다.
골프장 입구에 이르렀을 때는 심장이 더 크게 뛰었다.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요동쳤다.
모든 게 새롭게 보였다. 웹닷컴투어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근사하고 멋졌다. 심지어 US오픈이라고 쓰여 있는 간판만 봐도 감동이 전해졌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오다보니 생각보다 일찍 골프장에 도착했다.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월요일 아침이었다. 한국이었다면 조용한 코스에서 몇몇 선수만 연습을 하거나 아예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PGA 투어는 마치 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벌써부터 구름 갤러리가 몰려와 있었다. 대회가 시작되면 얼마나 많은 갤러리가 찾아올지 궁금해졌다.
TV로만 봐왔던 스타들이 옆을 지나갔다. 골프백을 내려놓고 라커에 들어가자 마크 레시먼이 연습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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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시간 정도 몸을 푼 뒤 예정된 시간에 맞춰 코스로 이동했다. 드디어 그렇게 손꼽아 기다리던 PGA 투어 그것도 최고 권위를 잘아하는 US오픈의 현장에서 감격의 첫 티샷을 할 생각을 하니 조금 진정됐던 심장이 다시 요동쳤다.
한 홀 한 홀 코스를 걷고 또 걸으면서 본 대회를 준비했다. 페어웨이는 생각보다 넓었다. 그러나 러프를 보는 순간 살짝 움츠러 들었다. 페어웨이에서 멀어질수록 억새고 깊은 러프가 눈에 들어왔다. 거의 허리까지 차 오르는 긴 풀이었기에 저 지점으로 공이 들어가면 한 번에 빠져나오기조차 힘들 수 있다는 걸 미뤄 짐작이 가능했다. US오픈은 긴 전장과 깊은 러프로 악몽의 코스를 만든다는 말이 헛소문이 아니었음을 직접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린 역시 까다로웠다. 아직 대회 개막을 며칠 앞두고 있어서인지 속도를 빠르지 않았다. 그러나 정확하게 원하는 위치에 공을 떨어뜨리지 않으면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경사진 그린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를 안겼다. 실제로 잘 친 공이 그린에 떨어졌다가 굴러서 그린 뒤쪽으로 흘러가기도 했다. 많게는 20~30m씩 굴러갔다. 그린을 놓치면 파 세이브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시우형, 성준이형과 코스에 대한 정보도 나누고 서로 느낀 점을 얘기하다보니 어느덧 18번홀에 도착했다. 마지막 홀에서 시우형의 멋진 샷 이글이 나와 본 대회에서 ‘사고’를 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485야드의 긴 코스였고, 앞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와 2온 공략이 쉽지 않았다. 시우형이 3번 우드로 친 세컨드 샷이 그린에 떨어졌다가 굴러서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기가 막힌 이글이었다. 그 순간 ‘PGA는 뭔가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첫 연습을 끝낸 뒤 긴 시간 코스에 머물지 않고 숙소로 향했다. 화요일과 수요일까지 계속해서 연습라운드가 예정돼 있고, 코스의 변화와 티오프 시간에 맞춰 연습시간과 양을 조절해야 하기에 무리하지 않았다.
아쉬운 건 이날 코스에서 우상 타이거 우즈를 보지 못했다. 13번홀 쯤 라운드하고 있었을 때 우즈는 연습을 마치고 코스를 빠져나갔다. 그 주변으로 엄청난 갤러리들이 함께 이동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장관이었다. 내일을 꼭 우즈를 봤으면 좋겠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플레이해야 할지 그리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할 지 머릿속으로 그렸다. 그리고 다짐했다. ‘주눅 들지 말자. 실력을 보여주자’라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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