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스마일 루틴'으로 메이저 챔피언…김아림 US여자오픈 제패

  • 등록 2020-12-16 오전 12:00:00

    수정 2020-12-16 오전 12:00:00

김아림.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임정우 기자] 김아림(25)은 선수들 사이에서 ‘스마일 루틴’으로 통한다. 경기에 나서면 언제나 싱글벙글 미소를 띠고, 만나는 이에겐 허리를 굽히는 이른바 ‘배꼽 인사’를 한다. 심지어 경기 중에 샷이나 퍼트를 한 뒤 갤러리들의 환호가 들리면 한 손을 배꼽에 대고 활짝 웃으면서 인사한다. ‘루틴’은 선수들이 최고의 운동 수행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하는 동작이나 행동이다. 김아림에게 ‘스마일 루틴’은 경기 중 어떤 환경에서도 실망하지 않게 하는 긍정의 에너지인 셈이다.

1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챔피언스 골프클럽 사이프러스 크리크 코스(파71)에서 열린 US여자오픈(총상금 55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도 김아림의 스마일 루틴이 빛났다. 첫 출전하는 LPGA 투어 대회, 그것도 메이저 중 메이저인 US여자오픈이었다. 김아림은 마지막 18번째 홀에서도 긴장하거나 주눅이 든 기색이 없었다. 김아림을 지도하는 김기환 스윙코치는 “대회 내내 스마일이었다”고 말했다. 그 웃음에 화답하듯 승리의 여신도 김아림을 향해 웃었다.

장타와 배짱을 겸비한 김아림이 메이저 챔피언으로 우뚝 섰다. 1998년 박세리(44·은퇴)가 US여자오픈 한국인 첫 우승으로 IMF 위기에서 희망을 준 것처럼 김아림의 우승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국민에게 위안을 안기는 쾌거였다.

김아림은 이번 대회 4라운드에서 4언더파 67타로 최종합계 3언더파 281타를 기록, 공동 2위 고진영(25)과 에이미 올슨(미국·이상 2언더파 282타)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은 100만 달러(11억원)다.

김아림은 “기회가 한 번쯤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우승하니까 정말 얼떨떨하다.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게 돼 정말 기쁘다”며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이번 우승이 누군가에게 희망과 에너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아림은 지난 3월 16일 기준 세계랭킹 70위로 출전 자격을 얻었다. US여자오픈은 세계랭킹 50위까지 참가 자격을 주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지역 예선을 치르지 못하면서 세계랭킹 75위까지 참가 자격을 확대했다. 김아림으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기회였다.

대회에 앞서 예상한 우승 후보 명단에서 당연히 김아림의 이름은 거론되지 않았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과 2위 김세영(27)을 비롯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상금 1위 박인비, 올해 2승을 올린 재미교포 대니얼 강, 세계랭킹 3위 넬리 코다(미국)과 브룩 핸더슨(캐나다) 등 강자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회 개막과 함께 김아림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깼다. 새로운 코스와 환경, 시차 등에 적응할 시간이 많지 않았음에도 특유의 배짱과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첫날 공동 2위에 올라 돌풍을 예고했고, 마지막 날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1995년생인 김아림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와 함께 놀고 싶은 마음에 골프를 시작했다. 아마추어 시절 고진영과 김효주, 김민선, 백규정 등 동갑내기들에게 밀려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국가대표는 물론 상비군에도 들지 못했다.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프로 무대에 데뷔한 동기들에 비해 관심을 덜 받을 수밖에 없었다.

프로 데뷔 이후에도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먼저 데뷔한 김효주와 백규정 등이 KLPGA 투어 강자로 우뚝 섰지만 김아림은 2부 투어인 드림투어에서 3년간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했다. 정규투어에 진출한 뒤에도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는 2016년과 2017년 상금랭킹 40위권으로 겨우 시드를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이때 드라이버만 멀리 치는 선수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했다.

그러나 김아림은 묵묵히 자신이 세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땀을 흘렸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최고 선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노력의 결실은 조금씩 나타났다. 김아림은 2018년 9월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첫 우승을 하며 한 단계 성장했다. 이후 지난해 7월 MY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에서 KLPGA 투어 통산 2승째를 따내면서 정상급 선수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2020년 상반기에는 톱10에 단 한 번도 들지 못할 정도로 부진했지만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더 이를 악물었다. 매일 12시간 이상 연습하며 샷과 퍼트 감각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올 시즌 KLPGA 투어 마지막 4개 대회에서 모두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19 확산 속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나가는 게 부담이 됐지만 경험을 쌓자는 마음으로 US여자오픈 출전을 결심한 뒤에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혹독한 훈련을 하며 대회를 준비했다. 김기환 스윙코치는 “김아림이 매일 새벽 5시 30분에 연습장에 나와 오후 7시까지 연습하는 날이 수두룩했다”며 “US여자오픈 우승 뒤에는 김아림의 피나는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노력이 만든 결실이다”라고 말했다.

김아림은 US여자오픈에 처음 출전해 우승한 5번째 선수가 됐다. 1946년 패티 버그, 1956년 캐시 코닐리어, 2005년 김주연, 그리고 2015년 전인지가 US여자오픈에 처음 출전해 우승했다. 김아림은 또 박세리(1998년), 김주연(2005년), 박인비(2008·2013년), 지은희(2009년), 유소연(2011년), 최나연(2012년), 전인지(2015년), 박성현(2017년), 이정은(2019년)에 이어 US여자오픈 한국 선수 통산 11번째(10명째)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LPGA 투어 비회원인 김아림은 이날 우승으로 당장 내년부터 LPGA 투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직행 티켓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주 이내에 회원 입회 여부를 결정해 LPGA에 알려주면 된다. LPGA 투어 비회원인 한국 선수가 US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건 유소연(2011년), 전인지(2015)년에 이어 김아림이 세 번째다.

김아림은 “지금까지 정말 많은 노력을 했는데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이라는 결과로 보답을 받은 것 같다”며 “LPGA 투어 진출에 대해서는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아림. (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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