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팬덤 때리기 오히려 자충수 되나…"中 멤버 '계륵' 신세"

中공동부유, 한류파장①
정풍운동에 중국 연예계 '칼바람'
팬덤 활동 막아 K팝 업계에도 파장
중국 출신 아이돌 멤버 '계륵' 신세
관련 방송사·기획사 몸 사리기
  • 등록 2021-09-10 오전 6:00:00

    수정 2021-09-10 오후 6:15:49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 최근 중국 SNS 플랫폼 웨이보는 지민의 팬덤 계정을 정지시켰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공동부유’를 기치로 시진핑 주석 시대에 다시 벌어지고 있는 정풍운동(1940년대 중국 공산당이 당내 잘못된 풍조를 바로잡겠다며 펼친 정치문화 운동)의 일환으로 중국 연예계에 칼바람이 불면서 팬덤활동까지 제동이 걸리자 그 불똥이 K팝 업계로 튀었다. K팝 업계 일각에서는 음반 판매량 감소 우려 목소리와 더불어 내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완화를 기대했던 한한령의 강도가 반대로 더욱 높아지는 것 아니냐며 실망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하지만 이로 인해 K팝 업계가 실질적으로 받게 될 피해는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K팝 아이돌 그룹에 소속된 중국 출신 멤버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은 ‘비이성적 스타 추종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팬덤 활동을 옥죄는 중이다. 미성년자가 연예인 응원을 위해 돈을 쓰지 못하도록 막았고 예능프로그램 유료 투표 진행과 팬들의 모금 응원 행위 등도 금지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지난 8일 최근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한 경위 및 입장을 직접 밝혔다. 대사관은 “중국의 인터넷 공간에서의 ‘팬덤’ 문제가 갈수록 불거지고 있는데, 각 팬클럽 상호 간 욕설과 비방, 악의적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으며, 미성년자를 포함한 팬들에게 자금을 모아 응원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강요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우리는 한국 측과 문화 교류를 계속 강화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문화 교류 및 협력을 권장하며 지지한다”고도 강조했다.

중국 정부의 최근 규제가 자국 연예인 외 K팝 가수 등 한류를 조준한 것이란 관측은 중국 광전총국이 지난 2일 연예 산업 규제 8개 조항을 발표한 데 이어 현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플랫폼인 웨이보가 방탄소년단, 아이유 등을 포함한 한국 연예인 팬클럽 계정 21개를 정지시킨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방탄소년단, 엑소, 블랙핑크, NCT 등 인기 K팝 아이돌 멤버들의 웨이보 팬덤 계정들이 최근 30일간 정지 처리를 당하자 국내 기획사들도 연예계를 겨눈 정풍운동 움직임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 팬덤 계정의 경우 팬들이 생일 기념 비행기 광고 이벤트를 위해 약 4억원을 모금했다는 이유로 60일 정지 처리가 내려졌다.

웨이보 팬덤 계정이 정지됐다고 해서 당장 중국 내 K팝 팬덤이 증발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규제가 계속되면 팬덤 규모와 활동은 점차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일단 K팝 업계는 피지컬 음반(CD) 판매량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팬덤 활동에 제동이 걸린 이후 중국 음악플랫폼 QQ뮤직이 1명의 소비자가 같은 음원을 2번 이상 구매하지 못하도록 중복 구매를 차단한 가운데 음반 구매 또한 제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음반 중복구매는 지지하는 아이돌의 차트 순위를 높이기 위한 팬덤의 주요 활동 중 하나다. 음반 판매는 한한령 이후 K팝 아이돌 등 한류스타들의 공연 개최나 광고 출연이 제한된 상황에서 중국 시장의 돈을 끌어올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입원이었다. 비록 중국에 한정된 부분이기는 하지만 K팝 음반 소비에서 중국 시장이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조치가 현실화되면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다행스러운 점은 한한령 이후 각 기획사가 글로벌 무대로 시야를 확대해 전략을 수정하고 그에 따른 성과를 낸 덕분에 중국 시장 의존도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중국 당국의 팬덤 활동 규제로 인해 K팝 업계가 전체 실적 면에서 입을 타격이 그리 크진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K팝 음반류 수출이 역대 최고 실적을 낸 가운데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일본에 이은 최대 수출국 2위 국가로 올라섰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음반 분야의 탈아시아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아시아 비중이 줄어드는 반면 북미와 유럽 지역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라며 “올해 K팝 전체 음반 판매량이 처음으로 5000만장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시장 리스크가 있다고 하더라도 100만~200만장 정도가 빠지는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각 기획사가 현지 공략을 위해 자사 아이돌 그룹에 발탁한 중국 출신 멤버들은 ‘계륵’ 신세가 될 가능성이 있다. 현지 활동의 길이 막힌 가운데 연예인과 팬덤 활동에 대한 제재까지 심해지면서 그들의 존재 이유와 가치에 대한 의문부호가 붙기 시작했다. 그간 소속사를 무단 이탈하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의 SNS 게시물을 올리는 등 중국 출신 아이돌들이 논란을 일으킨 전례도 많았다. 향후 정풍운동 영향으로 중국 출신 아이돌들이 중국 당국 입장 대변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면 국내 팬덤의 반감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한한령 장기화와 K팝 글로벌화 현상이 맞물리면서 그룹 내에 중국 멤버를 포함하는 사례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였다. 2020년대 데뷔한 이른바 ‘4세대 아이돌’ 중 중국 멤버가 포함된 팀은 손에 꼽을 정도다. 업계에선 연예계를 정조준하는 정풍운동 장기화가 중국 연습생 육성 및 현지 공략 프로젝트 축소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연예계 자체를 규제하기 시작한 데다 예측 불가한 움직임을 보이는 등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져 중국 시장 관련 전략 및 대처방안을 세우기가 더욱 힘들어졌다”고 진단했다.

Mnet 한중일 오디션 프로그램 ‘걸스플래닛’에는 중국인 참가자 33명이 출연 중이다. (사진=CJ ENM)
한편 방송사 중에선 걸그룹 론칭을 위한 한중일 오디션을 진행 중인 Mnet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애초 프로그램이 중국 내에서 방영 중이진 않았다. 그러나 중국인 참가자가 33명이나 출연하는 만큼 향후 탄생할 걸그룹을 통해 현지 공략을 시도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Mnet은 관련 언급을 꺼리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중국 자본과 연관이 있거나 중국 출신 아이돌을 다수 보유한 기획사들도 몸을 사리고 있다. 한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한중 관계가 완전히 틀어지지 않은 한 중국 당국이 자국 출신 아이돌의 한국 활동을 막는 극단적인 제재까지 가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일단 소속 아이돌들의 언행을 주의시키면서 추이를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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