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영화` 속 대표 장소는? 다시 보는 韓 에로영화

  • 등록 2013-06-30 오전 12:26:25

    수정 2013-06-30 오전 12:26:25

[이데일리 e뉴스 김민화 기자] 우리나라 영화 속 가장 에로틱한 장소로 손꼽히는 곳은 단연 `물레방앗간`이다. 한국 영화의 에로틱한 공간들은 시대마다 조금씩 장소를 바꿔왔지만, 모두 일상의 삶 가까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장소들에는 특유의 정서가 있다. 누가 볼까 불안해서 더욱 은밀한 물레방아, 화려하게 치장했지만, 속내는 외로운 아파트, 밤과 낮의 얼굴이 너무 달라 쓸쓸한 여관, 또 쾌락보다 절박함이 앞서는 에로스의 섬.

저마다 다른 야릇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이 에로틱한 장소들을 주제로 한국영상자료원이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두 달 간 “오늘 밤, 물레방앗간에서: 한국영화 속 에로틱한 장소들” 무료기획전을 개최한다.

영화 ‘뽕’ <사진=한국영상자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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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방앗간

정작 가본 적은 없지도 밀회장소로 누구나 떠올리는 `물레방앗간`은 한국적인 에로티시즘의 원형이라 할만하다. 그렇다면 물레방앗간에는 어떤 특별한 장소성이 있을까?

물레방앗간은 마을과 외따로 떨어져 있지만, 자물쇠를 채울 수 없는 공공의 장소이므로 누구든지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덕분에 물레방앗간에 도착하면 영화는 소리에 예민해진다. 물레방아 돌아가는 소리, 멀리 바람 소리, 혹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 이 불안한 기운들 가운데 밀회는 더욱 은밀해진다.

아파트

남자들은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미모의 여성을 훔쳐본다. 그리고 은밀히 상상한다. 마치 <적도의 꽃>의 안성기와 <세 번은 짧게 세 번은 길게>의 송재호가 아파트에 홀로 사는 장미희를 욕망하는 것처럼. 지루한 일상에 짜릿한 성적 판타지를 제공해주는 장미희의 집은 의외로 아주 가까이 있다. 바깥에서 훔쳐보던 남자들은 결국 그녀의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지만, 남자들은 판타지 속 여자의 속내에는 큰 관심이 없다.

영화조차 그녀가 사는 아파트의 진짜 주인이 돈 많은 남자(들)이며, 여자는 정부이거나 매춘부라는 것만을 주요하게 짚고 있을 뿐이다.

여관

1990년대 이후에는 ‘여관방 영화’라는 비아냥 섞인 장르가 등장할 만큼 여관을 배경으로 찍은 영화들이 많았다.

허름한 변두리 여관은 연인들이 숨기에 최적의 장소지만, 오래 머무를 만한 보금자리는 될 수 없다. 아주 잠시 소유하게 되는 그 방에 갇힌 연인들의 기억이 <우묵배미의 사랑>과 <낙타(들)>에서 먹먹하게 다가온다. <벽 속의 여자>에서는 벽 속에 갇힌 두 여자를 소개한다. “발랄하고 정직한 여자” 문희는 약혼자인 남진이 성불구라는 것을 알고 방황한다. 유부남인 남궁원과 깊은 관계가 되지만, 여전히 그녀의 마음은 남진과의 결혼 앞에서 갈팡질팡한다.

영화 ‘석화촌’ <사진=한국영상자료원>


섬은 영화 속 원시적인 에로스 그 자체다. 목숨이 귀한 섬. 한 사람이 사라지면, 다른 사람의 몸으로 그것을 메꿔야한다는 논리는 <석화촌>과 <이어도>에서 동일하게 흐른다.

<석화촌>에서 김희라와 윤정희는 사랑하는 사이다. 돌밭 해안가에서 젊은 그들이 사랑을 나누는 풍경이 싱그럽다. 하지만, 윤정희는 바다에 빠져 죽은 어머니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연인인 김희라를 버리고 부잣집에 시집간다. 섬을 벗어나기까지, 연인의 운명은 높이 철썩이는 파도처럼 그들의 덜미를 잡아끌고, “같이 죽고 싶었당께” 흐느끼는 윤정희의 속삭임처럼 죽음은 늘 섬 가까이 있다.

한편, 이번 기획전은 196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에로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네 가지 각기 다른 장소(물레방앗간, 아파트, 여관, 섬)를 통해 <물레방아>, <○양의 아파트>, <뽕> 등 14편의 작품이 무료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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