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배우]①'있으나 마나' 보호 조항, 이대로 괜찮나

  • 등록 2016-09-20 오전 6:50:00

    수정 2016-09-20 오전 9:35:05

KBS2 월화미니시리즈 ‘구르미 그린 달빛’에 나온 박보검과 김유정(오른쪽)의 키스신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배우 김유정은 올해 만 16세다. 어린 나이지만 미니시리즈 여주인공으로 안정적으로 극을 이끌어 가고 있다. 월화극 1위를 기록 중인 KBS2 월화미니시리즈 ‘구르미 그린 달빛’(이하 ‘구르미’)다. KBS2 ‘백희가 돌아왔다’의 진지희, tvN ‘싸우자 귀신아’(이하 ‘싸귀’)의 김소현, JTBC ‘마녀보감’의 김새론 모두 미성년이다. 웬만한 20대 배우를 능가하는 스타성과 연기력을 갖춘 10대들이다. 이처럼 최근 10대 배우의 활약이 눈부시다. 과거에는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아역에 머물거나, 학원물에 한정됐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역할과 장르를 넘나들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근로 환경도 개선됐는지는 의문이다. 사전제작이 유행처럼 번졌지만, 아직까지 밤샘 촬영이 일상화된 현장이다. 청소년 배우들을 위한 법규가 있지만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것이 업계 이야기다. 청소년 배우들 역시 “알고 있지만 지켜진 적은 없다”고 말한다.

◇“못한다고 하면 일을 못해요”

지난 2014년 7월부터 시행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제22조에 따르면 15세 미만의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이 용역을 제공하는 시간은 1주일에 35시간을 초과하지 못한다. 15세 이상 청소년은 5시간 많은 40시간까지 가능하다. 또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용역을 제공할 수도, 제공을 받을 수도 없다. 이는 계약서에도 명시한다.

원칙대로라면 청소년 배우는 오후 10시에는 ‘퇴근’해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다만’으로 시작하는 조항 때문이다. 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밤샘 촬영도 가능하다. 방송사나 제작사가 상대적으로 ‘갑’의 위치에 있고, 10대 배우가 현장에서 발언권을 가진 경우는 드물다. 때문에 배우 쪽에서 법규를 지켜달라고 먼저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미취학 아동 시절 연기 활동을 시작한 한 청소년 배우는 “법규는 잘 알고 있다. 남양주종합촬영소에는 조항을 담은 공문이 붙어 있다”면서 “현장에서 이를 따르는 경우는 드물다. PD나 감독의 배려로 일찍 마칠 때는 있지만, ‘오후 10시가 됐으니 집에 가라’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법규에 따라 밤샘 촬영을 거부하면 일을 아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소원’의 주인공 이레(오른쪽)와 이준익 감독. 영화 ‘소원’은 소아·청소년배우의 배역 후유증 예방 및 치유 프로그램 지원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2년 후 폐지됐다.
◇뚜렷한 제재·치유프로그램 없어

‘구르미’ 7회에서 박보검과 김유정은 서로 마음을 확인하며 키스했다.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일각에선 미성년자인 김유정의 키스신이 민망하다고 지적했다. 1회에서는 김유정이 남장여자임을 보여주고자 가슴에 압박붕대를 감는 장면을 보여줬다. 남장여자 소재 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신이지만, 상반신이 클로즈업되는 등 미성년 배우에게 부적절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제21조에 따르면 청소년 배우에게 과다한 노출행위나 지나치게 선정적인 표현행위를 강요할 수 없다. 규정이 모호하고 제재할 방법은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민원이 접수되면 안건 상정을 검토한 후 방송법에 따라 조치를 취하는 정도다.

이밖에도 청소년 배우는 극중 폭력·성범죄·집단 따돌림 등에 종종 노출된다. 아동 성폭행을 소재로 한 영화 ‘소원’의 주인공 이레는 당시 겨우 7세였다. 이레를 비롯한 배우·스태프까지 영화진흥위원회가 대한소아청소년 정신의학회와 함께 진행하는 ‘소아·청소년배우의 배역 후유증 예방 및 치유’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았다. 이 정책은 현재 폐지됐다. 영진위 관계자는 “수요가 있어야 정책도 유지되는데 ‘소원’과 ‘이웃사람’ 이후 요청이 없어 정식사업으로 연결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청소년 배우를 위한 정책이나 제도는 신설되지 않았다.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곡성’에서 만 14세인 김환희가 욕설이 섞인 대사를 비롯해 극단적인 상황을 연기했지만, 부모 상주 외에는 그를 전문적으로 상담·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프로그램은 없었다.

청소년 배우가 속한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해외 사례는 꿈같은 이야기”라며 “현실성 있는 법규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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