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th 아카데미]흑인 감독 ‘문라이트’ 작품상…보수적인 오스카도 反트럼프

  • 등록 2017-02-28 오전 12:00:00

    수정 2017-02-28 오전 12:00:00

‘문라이트’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백인만의 잔치’였던 보수적인 오스카도 반(反) 트럼프을 외쳤다. 흑인 감독 배리 젠킨스의 ‘문라이트’가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을 꿰찼다.

‘문라이트’는 26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LA돌비극장에서 코미디언 겸 MC 지미 키멜의 진행으로 열린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조연상, 각색상 3관왕을 차지했다. 13개 부문 후보에 오른 ‘라라랜드’는 작품상은 놓쳤지만 감독상을 비롯해 여우주연상, 촬영상, 미술상, 주제가상, 음악상 6관왕으로 최다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문라이트’가 작품상을 받으면서 2014년 ‘노예 12년’ 이후 두 번째로 흑인 감독의 영화가 작품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영화는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한 흑인 아이가 소년, 청년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겪는 사랑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로 평단과 언론의 호평을 받으며 일찌감치 ‘라라랜드’의 경쟁작으로 떠올랐다. 아카데미는 ‘백인만의 잔치’라는 비난이 많았다. 특히 지난 2년간은 남녀 주·조연상 후보 모두 백인으로 채워졌다. 지난해 인종차별 논란은 극에 달해 흑인 영화인 일부가 보이콧을 하기도 했다. ‘문라이트’가 작품상 수상은 아카데미의 인종차별 오명 해소와 동시에 반 트럼프 의지로도 읽힌다. 할리우드 배우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그의 인종차별 정책을 비난해왔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일침과 풍자가 넘쳤다. 키멜은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올해는 인종차별이 사라졌다” “‘과대평가’된 메릴 스트립이 참석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후) 또 트위터에 글을 올릴 것이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저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든글로브에서 공로상을 받으며 자신에게 쓴소리를 한 메릴 스트립에 대해 트위터에 “과대평가된 배우다”고 비난한 바 있다.

작품상을 받는 과정에서 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수상자가 번복되는 아카데미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라라랜드’가 호명됐다가 배리 젠킨스의 ‘문라이트’가 정정됐다. 지미 키멜은 좋은 영화가 많이 알려진 계기로 이해해 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문라이트’는 브래드 피트가 제작한 영화기도 하다. 이번 작품상 후보에 오른 ‘맨체스터 바이 더 씨’와 ‘펜스’는 맷 데이먼과 덴젤 워싱턴의 제작으로도 관심을 모았다. 배우 출신 제작자 가운데 브래드 피트가 최종적으로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라라랜드’의 엠마 스톤은 이변 없이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엠마 스톤은 ‘아카데미의 전초전’으로도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 등 많은 여러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아카데미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엠마 스톤은 “아직도 성장하며 배워가는 중이다. 이 트로피는 (연기의) 여정에 중요한 상징이다. 그 여정을 계속해서 걸어가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남우주연상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케이시 애플렉에게 돌아갔다. 케이시 애플렉의 수상은 성추행 이력으로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녀 조연상은 ‘문라이트’의 메허샬레하쉬바즈 엘리, ‘펜스’의 비올라 데이비스가 수상했다.

엠마 스톤(사진=AFPBBNews)
다음은 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자(작)

▲ 작품상 = 문라이트

▲ 감독상 = 라라랜드(다미엔 차젤레)

▲ 남우주연상 = 케이시 애플렉(맨체스터 바이 더 씨)

▲ 여우주연상 = 엠마 스톤(라라랜드)

▲ 남우조연상 = 마허샬레하쉬바즈 알리(문라이트)

▲ 여우조연상 = 비올라 데이비스(펜스)

▲ 각본상 = 맨체스터 바이 더 씨

▲ 각색상 = 문라이트

▲ 촬영상 = 라라랜드

▲ 미술상 = 라라랜드

▲ 주제가상 = 라라랜드(시티 오브 스타)

▲ 음악상 = 라라랜드

▲ 단편영화작품상 = 싱

▲ 단편다큐멘터리상 = 더 화이트 헬멧츠

▲ 편집상 = 핵소 고지

▲ 시각효과상 = 정글북

▲ 장편애니메이션작품상 = 주토피아

▲ 단편애니메이션작품상 = 파이퍼

▲ 외국어영화상 = 세일즈 맨

▲ 음향믹싱상 = 핵소 고지

▲ 음향편집상 = 컨택트

▲ 장편 다큐멘터리상 = O.J 메이드 인 아메리카

▲ 의상상 = 신비한 동물사전

▲ 분장상 = 수어사이드 스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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