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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4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화유기’(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박홍균)에서 동장군·하선녀 1인2역을 맡았다. 두 캐릭터 모두 손오공(이승기 분)의 조력자로, 적잖은 활약을 펼쳤다. 이름 그대로 여름의 신인 하선녀(夏仙女)는 당초 여배우의 몫이었다. 홍정은·홍미란 작가의 제안으로 성혁이 동장군·하선녀를 겸했다. 미니시리즈에 1인2역, 성혁에겐 모두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성혁의 두 캐릭터는 첫 방송까지 비밀에 부쳐졌다. 신선한 충격이 목적이었다. 시청자의 반응을 종잡을 수 없었던 성혁의 마음은 1회 방송 전까지 불안했다. 기존 드라마에서 여장남자는 드문 캐릭터였다. 1회에서 하선녀의 분량은 1분 남짓이었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 관능적인 랩원피스 등 곱게 차려입은 하선녀의 부드러운 말투와 우아한 손짓에 시청자들은 매료됐다. 4회로 접어들며 같은 소속사 걸그룹 AOA 설현을 닮았다는 반응도 나왔다. “흑역사는 피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앞서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의상 등 분야별 다양한 시도 끝에 완성된 하선녀의 콘셉트였다. 가장 큰 숙제는 수염이었다. 다리는 한 차례 왁싱을 했지만, 얼굴에 난 수염은 어쩔 수 없었다. 우직한 동장군 캐릭터는 턱수염이 덥수룩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선녀로 촬영에 임할 땐 5시간만 지나도 올라오는 수염을 깎고 또 깎았다. 예민한 피부가 울긋불긋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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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루토에서 아침을’(2005)은 큰 도움이 됐다. 트랜스젠더로 분한 주인공 킬리언 머피를 보며 억지스러운 설정 보단 자신 안에 숨겨진 여성스러움을 끌어내야 한다는 확신이 생겼다. 특히 목소리가 중요했다. 성혁은 언젠가 설 뮤지컬 무대를 위해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다. 당시 배운 발성법 등을 한 목했다. 그는 “목소리를 변조하는 게 아니라 제 안에 있는 여성스러운 톤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새초롬한 표정이나 손동작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2005년 SBS 드라마 ‘해변으로 가요’로 데뷔한 성혁은 영화 ‘좋은 친구들’(2013), ‘인천상륙작전’(2016)과 드라마 ‘결혼해주세요’(2010), ‘백년의 신부’(2014), ‘왔다! 장보리’(2014), ‘당신만이 내 사랑’(2015) 등에 출연했다. 특히 데뷔 9년 만에 만난 ‘왔다! 장보리’의 문지상은 그의 ‘인생 캐릭터’가 됐다. 이번 ‘화유기’로 문지상을 넘어섰느냐는 질문에 ”두 작품은 타깃층이 전혀 다르다“며 ”둘 다 초등학생들의 사랑을 받았다고“고 활짝 웃었다.
‘화유기’는 초반 방송사고, 스태프 중상 등 잡음이 있었다. 이후 2명의 PD가 추가 투입됐다.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지만, 흔들림은 없었다. 성혁은 ”배우 대부분이 10년 이상 일한 베테랑들이었다. 묵묵하게 제 몫을 했다“면서 ”방송 사고나 안전사고는 특정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 전체적인 환경의 문제 아니겠는가.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한 번도 악역을 해본 적 없어요. 용서 받을 수 없는 악랄한 악역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사극도 해본 적 없는데 ‘화유기’를 통해 가능성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잔잔한 멜로도 좋습니다.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다시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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