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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삶은 1년 365일이 똑같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표정도 똑같죠. 하나같이 지쳐 있고 웃는 얼굴을 별로 보지 못 했어요. 시골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고, 계절에 따라서 삶의 변주가 있잖아요. 그런 변화가 있는 삶이 사람들에게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와 다양성을 부여하는 것 같아요.”
‘리틀 포레스트’는 ‘만원의 행복’인 영화에 꼭 맞는 작품이다. 100여분간 아름다운 자연에 눈이 정화되고 정성들인 한 끼 식사에 속이 든든해진다. ‘리틀 포레스트’의 또 다른 이름이 ‘힐링무비’다. 임순례 감독은 영화에 나오는 풀 몇 포기, 쌀 몇 톨 허투루 찍지 않았다. 그래서 김태리의 커렌시아(Querencia, 피난처 또는 안식처)나 다름 없는 시골 집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했다. 3개월 간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훑은 끝에 찾아낸 곳이다.
이 집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처음 이 집을 발견했을 때 60대 노인이 살고 있었다. 촬영 허가를 받으려고 대화를 시도했지만 거의 불가능이었다. 그렇다고 첫눈에 마음을 뺏긴 집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 좀 더 알아 보니 집주인은 따로 있었고, 노인은 허락 없이 1년 넘게 살고 있던 상태였다. 집주인의 허가를 받아 촬영을 하려는데 문제는 노인이 나가지 않았다. 그는 하늘에서 점지해준 날까지 나갈 수 없다고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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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배우더군요. 손이나 몸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눈썰미가 좋았어요. 요리는 처음이라는데 하는 모양새가 어설프지 않고 손맛도 있었어요. 장작도 잘패서 현장에서 남자 스태프 기를 죽이기도 했어요.”(웃음)
임순례 감독은 혜원(배역) 역에 김태리를 캐스팅 1순위에 뒀다. 데뷔작인 ‘아가씨’ 때부터 눈여겨 봤다. 15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배역을 따낸 김태리는 김민희 하정우 조진웅 베테랑 배우들 틈에서도 반짝반짝 빛이 났다.
#미투(Me Too)에서 시작, #타임즈업(Times Up)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높아 이어지는 상황에서 ‘리틀 포레스트’는 조명을 받았다. 지난해 영화계는 여성 영화에 대한 갈증이 큰 해였고 여성 영화인을 소외시키는 업계에 대한 날 선 비판이 있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조사에서도 핵심 제작 인력에서 여성의 비율이 낮게 나타났다. ‘리틀 포레스트’는 그런 영화계 분위기 속에서 수확한 소중한 작품이다. 게다가 이 영화를 연출한 임순례 감독은 영화계 내 성폭력·성차별 근절을 위한 상설기구 ‘든든’의 센터장을 맡았다.
“미투가 새로운 문제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백을 통해서 그 계기로 봇물처럼 터진 것이죠. 이 기회에 폭로가 폭로에 그치지 않고, 여성들이 더 좋은 노동 환경에서 차별받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사회를 변화시키는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