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임순례 감독 #소확행#김태리#미투(인터뷰)

  • 등록 2018-03-28 오전 6:00:00

    수정 2018-03-28 오전 6:00:00

임순례 감독(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소확행. ‘작지한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말이다. 갈수록 팍팍한 현실을 반영하는 말 같아 씁쓸하면서도 허황된 행복을 좇지 않는 삶의 태도는 반갑다. 소확행 바람을 타고 한 작.은. 영화가 확.실.한. 흥행을 거뒀다. 김태리 주연의 ‘리틀 포레스트’다. ‘리틀 포레스트’는 (순)제작비 15억원을 들인 저예산 영화로 140만명 넘게 봤다. 임순례 감독의 4년 만의 복귀작이다. 임순례 감독은 휴식 같은 영화가 되기를 바라며 ‘리틀 포레스트’의 리메이크 연출을 맡았다.

“도시의 삶은 1년 365일이 똑같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표정도 똑같죠. 하나같이 지쳐 있고 웃는 얼굴을 별로 보지 못 했어요. 시골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고, 계절에 따라서 삶의 변주가 있잖아요. 그런 변화가 있는 삶이 사람들에게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와 다양성을 부여하는 것 같아요.”

‘리틀 포레스트’는 ‘만원의 행복’인 영화에 꼭 맞는 작품이다. 100여분간 아름다운 자연에 눈이 정화되고 정성들인 한 끼 식사에 속이 든든해진다. ‘리틀 포레스트’의 또 다른 이름이 ‘힐링무비’다. 임순례 감독은 영화에 나오는 풀 몇 포기, 쌀 몇 톨 허투루 찍지 않았다. 그래서 김태리의 커렌시아(Querencia, 피난처 또는 안식처)나 다름 없는 시골 집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했다. 3개월 간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훑은 끝에 찾아낸 곳이다.

이 집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처음 이 집을 발견했을 때 60대 노인이 살고 있었다. 촬영 허가를 받으려고 대화를 시도했지만 거의 불가능이었다. 그렇다고 첫눈에 마음을 뺏긴 집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 좀 더 알아 보니 집주인은 따로 있었고, 노인은 허락 없이 1년 넘게 살고 있던 상태였다. 집주인의 허가를 받아 촬영을 하려는데 문제는 노인이 나가지 않았다. 그는 하늘에서 점지해준 날까지 나갈 수 없다고 버텼다.

“집주인에게 사정을 말했더니 ‘그분의 그 동안 산 권리를 인정해주자’며 ‘조금 기다려 보자’고 하시더군요. 기다리고 있으니까 정말 약속한 날짜에 나가시는 거예요. 그래서 촬영을 했어요. 상대를 존중하고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아 시골은 다르구나’라고 느꼈어요.”

‘리틀 포레스트’ 촬영 현장 모습
‘리틀 포레슽트’ 스틸
#김태리
는 ‘리틀 포레스트’ 흥행의 일등공신이었다. 삶에 지쳐 일도 사랑도 포기하는 오늘날 청춘의 모습을 대변하며 20~30대 관객의 공감을 얻었다. 캐릭터와 스토리에 대한 이해력뿐 아니라 디테일한 부분까지 소화력이 뛰어났다. 김태리는 영화에 나오는 16가지 음식을 모두 직접 했다. 임순례 감독은 김태리의 타고난 센스와 표현력을 치켜세웠다.

“배우는 배우더군요. 손이나 몸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눈썰미가 좋았어요. 요리는 처음이라는데 하는 모양새가 어설프지 않고 손맛도 있었어요. 장작도 잘패서 현장에서 남자 스태프 기를 죽이기도 했어요.”(웃음)

임순례 감독은 혜원(배역) 역에 김태리를 캐스팅 1순위에 뒀다. 데뷔작인 ‘아가씨’ 때부터 눈여겨 봤다. 15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배역을 따낸 김태리는 김민희 하정우 조진웅 베테랑 배우들 틈에서도 반짝반짝 빛이 났다.

“김태리씨의 ‘아가씨’ 연기가 좋았어요. 연기도 좋았지만 ‘아가씨’로 상을 많이 탔는데 멘트를 할 때의 표현방식이 보통 여배우와 달랐어요. 스마트한 느낌을 받았다 할까요. 그 점도 마음에 들었죠. 김태리씨를 만났는데 엄청 밝고 털털하고 자연스럽더라고요. ‘리틀 포레스트’는, 관객들이 100분간 혜원이만 봐야 하잖아요. 혜원의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시골 집에서는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지 않기를 바랐어요. 실제 만나 본 김태리씨는 제가 생각했던 혜원의 이미지 그대로였어요. 고민할 이유가 없었죠.”

#미투(Me Too)에서 시작, #타임즈업(Times Up)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높아 이어지는 상황에서 ‘리틀 포레스트’는 조명을 받았다. 지난해 영화계는 여성 영화에 대한 갈증이 큰 해였고 여성 영화인을 소외시키는 업계에 대한 날 선 비판이 있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조사에서도 핵심 제작 인력에서 여성의 비율이 낮게 나타났다. ‘리틀 포레스트’는 그런 영화계 분위기 속에서 수확한 소중한 작품이다. 게다가 이 영화를 연출한 임순례 감독은 영화계 내 성폭력·성차별 근절을 위한 상설기구 ‘든든’의 센터장을 맡았다.

“미투가 새로운 문제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백을 통해서 그 계기로 봇물처럼 터진 것이죠. 이 기회에 폭로가 폭로에 그치지 않고, 여성들이 더 좋은 노동 환경에서 차별받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사회를 변화시키는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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