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이 해가 떨어질 때까지 연습장에 있었던 이유

  • 등록 2018-04-11 오전 6:00:00

    수정 2018-04-11 오전 6:00:00

김지현. (사진=KLPGA)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스타일이죠.”

5일 강풍이 몰아치던 제주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의 드라이빙 레인지. 이날 시작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1라운드를 끝낸 김지현(27)이 안성현(37) 스윙코치 앞에서 드라이브샷을 ‘뻥뻥’ 휘두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지현이 친 공은 바람을 뚫고 반듯하게 날아갔다. 하지만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안 코치와 대화를 주고받았다. 김지현은 이날 5언더파 67타를 쳤다. 흠잡을 게 없는 만족스러운 성적표였음에도 그는 찬바람을 맞으며 해가 떨어지기 전까지 클럽을 휘둘렀다.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9일 김지현이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한 다음날 함께 훈련하던 안 코치에게 그 궁금증의 해답을 들었다.

안 코치는 “큰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면서 “다만 미국에서 자신이 연습했던 걸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서 그 부분을 중점으로 샷을 가다듬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지현은 이 대회에 출전하기 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기아클래식과 ANA인스퍼레이션에 출전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3승을 거두며 2인자로 등극한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을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2개 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해 충격을 받았다. 김지현의 자존심은 무참히 구겨졌다.

김지현이 쉬지 않고 연습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아무리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있는 미국 LPGA 투어라고 해도 힘 한번 못써 본 게 스스로에게 용납되지 않았다. 연습 중이던 김지현은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는데 “저한테 아무 것도 묻지 마세요”라며 사전에 차단하더니 계속해서 클럽만 휘둘렀다.

김지현은 드로 구질로 선호한다. 똑바로 날아가다가 왼쪽으로 휘어지는 드로 구질은 골퍼들이 가장 좋아하는 구질 중 하나다. LPGA 투어 2개 대회를 뛰면서 자신이 원하던 경기를 하지 못했다. 구질도 페이드(오른쪽으로 떨어지는 구질)로 바뀌어 더 힘든 경기를 했다. 이날 안 코치와는 자신의 구질을 되찾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김지현은 이번 대회에는 새로 바꾼 클럽 대신 손에 익은 쓰던 클럽으로 다시 들고 나왔다. 그 이유도 자신이 원하는 구질과 경기를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미국에서 받은 자존심의 상처는 국내로 돌아와 우승으로 보상받았다. KLPGA 투어의 수준이 낮은 게 아니라 김지현이 다시 정상을 되찾은 결과다. 이런 김지현이 안 코치의 눈에는 마냥 예뻐 보인다. 안 코치는 “(김)지현이는 아직 완전하게 피지 않았다”며 “쇼트게임만 더 좋아지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아직 더 성장할 게 많은 선수이기에 기대가 크다”고 믿음을 보였다.

겉으로 보이는 김지현은 순한 인상이다. 누가 뭐라고 하면 활짝 웃으면서 대답하는 표정은 보는 이도 따라 웃게 만든다. 선후배와도 친화력이 좋아 주변엔 늘 사람이 많다. 그런 김지현이지만 자존심이 강하다. 그리고 골프채만 잡으면 ‘독종’으로 변한다. 안 코치는 “대회가 취소됐던 3라운드 때도 연습장에서 오후 6시까지 클럽을 휘둘렀다”며 “한번 연습을 시작하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다”고 덧붙였다.

김지현은 지난해 KG이데일리 레이디스오픈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둔 뒤 2승을 추가하면서 KLPGA 투어의 강자로 떠올랐다. 이번 시즌 초반부터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올해는 2인자가 아닌 1인자로 올라설 든든한 발판을 만들었다.

김지현(오른쪽)이 5일 제주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에서 막을 올린 KLPGA 투어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연습라운드 중 안성현 코치가 보는 앞에서 스윙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박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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