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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경기도 용인시 수원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린 공식 연습일. 퍼팅 연습을 하는 여자골퍼들 사이로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백스윙 때 헤드가 빨리 열리니까. 조금 더 천천히 해봐.”
박현빈이 매의 눈으로 제자 손예빈(17)의 퍼팅을 지켜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박현빈은 지난해까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활약했다. 부상 등으로 인해 현역 생활을 마감한 뒤 곧바로 지도자로 변신해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그 옆에선 허석호(국내외 투어 통산 10승)가 최유림의 연습 장면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었고, KPGA 전 선수회 대표를 역임한 박도규와 이인우는 연습라운드에 나서는 제자를 따라 코스로 이동했다. 무거운 골프백까지 메고 다니는 열성적인 모습까지 보였다. 모두 1~2년 전까지는 투어 현장에서 경쟁하던 현역 스타들이었지만 지금은 후배들을 가르치는 지도자로 변신했다.
옛 스타와 잘 나가는 제자의 동행은 요즘 투어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처음에는 어색해 보였지만, 조금씩 익숙해져 가고 있다. 남자선수들의 지도자 변신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예전과 달라진 풍경은 더 이상 ‘은둔형’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과거엔 조용히 뒤에서 후배들을 지도하는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직접 투어 현장에 나오는 건 물론 제자의 골프백을 메고 아예 경기를 함께 뛰기도 한다. 또 방송에 출연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달하며 지도자로의 변신을 공개적으로 밝힌다.
최유림(28)은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바람이 불 때처럼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경기해야 하는지 등 세심한 부분까지 알려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평가는 좋다. 현역 생활을 마감한지 얼마 되지 않은 코치들은 현장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어 꼭 필요한 기술과 경험을 족집게처럼 전달한다.
31세의 나이로 조금 일찍 은퇴한 박현빈은 “제자들의 성적이 곧 지도력을 인정받는 기준이 되는 만큼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어 “하지만 모두 같은 방식으로 지도하는 게 아니기에 자신의 장점을 살리면 선의의 경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도자로 변신해 새 삶은 사는 옛 스타들은 현재에 만족한다. 박현빈은 “일찍 현역 생활을 마감한 건 아쉽지만, 제자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모습을 보면 지도자로서의 새 인생에 보람을 느낀다”고 흐뭇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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