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3일 개봉하는 영화 ‘증인’에 나오는 대사다.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서 자폐 장애를 앓고 있는 열여섯 살의 지우가 피고인 측 변호사 순호에게 이렇게 묻는다. 한때는 민변계의 파이터였지만, 고단한 삶의 무게에 대형 로펌으로 이적, 현실과 타협한 순호에게 그 말은 비수처럼 파고든다. 지우를 증인으로 세우려고 하는 것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함인지, 소녀를 이용해 승소하기 위함인지 혼란스럽다. 순호는 지우와 소통을 통해서 점차 자신의 양심을 되찾아 가는데, 자폐 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깨치게 하는 인물이다. 이 순호 역을 정치·사회적 이슈에 줄기차게 소신 발언을 내온 정우성이 연기했다.
비단 ‘꽃’뿐만이 아니다. 여성에게만 검사가 아닌 여검사, 배우가 아닌 여배우 직업 앞에 ‘여’자를 붙인다. 가족호칭의 경우에도 여성은 남편의 동생에게 ‘도련님’ ‘아가씨’로 남성은 아내의 동생에게 ‘처남’ ‘처제’로 차별적이다. 여성가족부에서 가족호칭 개선을 추진하고 있고, 페미니즘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화두가 됐지만 여전히 우리가 사용하는 말과 글에는 차별적 표현이 넘쳐난다. 말과 글은 감정이나 생각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개인과 나라가 사용하는 말과 글에는 그 사람의 또는 그 구성원의 가치관이나 태도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차별적 표현이 차별에 둔감한 문화나 정서를 고착시킬 수 있다. 차별적 표현에 민감해져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현실은, 그것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공감보다 혐오로 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