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성은 꽃? 차별적 표현 바꿔가야

  • 등록 2019-01-28 오전 6:00:00

    수정 2019-01-28 오전 6:00:00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내달 13일 개봉하는 영화 ‘증인’에 나오는 대사다.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서 자폐 장애를 앓고 있는 열여섯 살의 지우가 피고인 측 변호사 순호에게 이렇게 묻는다. 한때는 민변계의 파이터였지만, 고단한 삶의 무게에 대형 로펌으로 이적, 현실과 타협한 순호에게 그 말은 비수처럼 파고든다. 지우를 증인으로 세우려고 하는 것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함인지, 소녀를 이용해 승소하기 위함인지 혼란스럽다. 순호는 지우와 소통을 통해서 점차 자신의 양심을 되찾아 가는데, 자폐 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깨치게 하는 인물이다. 이 순호 역을 정치·사회적 이슈에 줄기차게 소신 발언을 내온 정우성이 연기했다.

그런 정우성이 인터뷰 중 한 표현으로 곤혹을 겪었다. 그는 최근 ‘증인’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한 소속사 식구로 JTBC 드라마 ‘SKY 캐슬’에 출연하는 염정아를 가리켜 “‘꽃은 지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얘기했다. 그의 말은 염정아의 연기를 치켜세운 것이었지만 일각에서 여성을 꽃에 비유한 것은 성차별적 표현이라며 질타했다. 정우성은 그러한 지적을 받아들여 사과했다. 그는 인스타그램(SNS)에 “표현한 사람의 의도와 상관없이 받아들인 대상이 불편한 마음을 느낀다면 그 표현은 지양돼야 하고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 이 기회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무의식적으로 쓰이고 있는 차별적 표현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보고 또 스스로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남겼다.

비단 ‘꽃’뿐만이 아니다. 여성에게만 검사가 아닌 여검사, 배우가 아닌 여배우 직업 앞에 ‘여’자를 붙인다. 가족호칭의 경우에도 여성은 남편의 동생에게 ‘도련님’ ‘아가씨’로 남성은 아내의 동생에게 ‘처남’ ‘처제’로 차별적이다. 여성가족부에서 가족호칭 개선을 추진하고 있고, 페미니즘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화두가 됐지만 여전히 우리가 사용하는 말과 글에는 차별적 표현이 넘쳐난다. 말과 글은 감정이나 생각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개인과 나라가 사용하는 말과 글에는 그 사람의 또는 그 구성원의 가치관이나 태도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차별적 표현이 차별에 둔감한 문화나 정서를 고착시킬 수 있다. 차별적 표현에 민감해져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현실은, 그것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공감보다 혐오로 맞선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지우의 ‘좋은 사람’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했던 순호는 마지막에 이르러서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고 대답한다. 덮어놓고 ‘과민반응’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정우성처럼 불편한 이들을 헤아리는 노력을 우선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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