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깊어지는 문체부-대한체육회…감정 싸움 버리고 힘 모아야 할 때

  • 등록 2019-02-15 오전 6:00:18

    수정 2019-02-15 오전 6:00:18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왼쪽)과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13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스위스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임정우 기자] 한국 체육계를 위해 힘을 합쳐도 모자를 판에 다른 의견으로 대치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의 선택이 옳은지 의문이다.

최근 체육계가 폭력과 성폭력 파문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변화의 방향이 올바르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도종환 문체부 장관과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2020 도쿄 올림픽 남북한 단일팀 구성 등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5일 스위스 로잔에 도착했다.

대한민국 체육계를 책임지고 있는 3명은 이제 2032 올림픽 남북 공동 유치와 2020 도쿄 올림픽 단일팀 구성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 하지만 도 장관과 이 회장이 서로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머리를 맞대고 올바른 결론을 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이전 정권에서도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의 대한체육회 과도한 행정 개입 등으로 갈등을 빚었다. 이후 문체부가 체육계 폭력·성폭력 파문이 터지기 전까지 대한체육회 자율성 보장에 힘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양측의 갈등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체육계 폭력·성폭력 파문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 근절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소년체전을 폐지하고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체육의 균형 육성을 위해 대한체육회로부터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 검토, 합숙훈련 폐지 등 엘리트 선수 양성제도 개편 등 엘리트 체육 중심의 선수 육성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체부가 성적 지상주의에 기반을 둔 엘리트 체육 중심에서 벗어나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도록 패러다임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이에 반대 견해를 내놓았다. 이 회장은 지난 11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2020 도쿄 올림픽 남북 단일팀 추진, 2032 올림픽 남북 공동 유치 추진 등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KOC 분리 추진은 말이 안 된다”며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건 무지에서 나온 앞뒤가 안 맞는 말”이라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신치용 신임 선수촌장도 이기흥 회장에 힘을 실었다. 신치용 신임 선수총장은 “소년체전은 한국 스포츠의 근간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책적 문제니까 좀 더 살펴봐야겠지만 개인적으로 소년체전은 놔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적정 수준의 합동 훈련은 필요하다”고 문체부 방침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와 대한체육회의 갈등은 같은 날 열린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에서도 나타났다. 훈련 개시식은 국가대표 선수단의 한 해 훈련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행사인 만큼 그동안 체육 주무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장관이나 차관이 참석해 체육계와 선수들을 격려했다.

그러나 도종환 문체부 장관과 노태강 제2차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문체부 장관이나 차관이 훈련 개시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통합 등을 놓고 문체부와 체육회가 갈등하던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13일에는 양현미 청와대 문화비서관은 이날 청와대 SNS를 통해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재범 전 코치를 엄벌해 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양 비서관은 “체육계 내부의 온정주의, 제 식구 감싸기로 인해 체육 단체의 자정 기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한 뒤 “민간이 중심이 돼 근본 대책을 만들고 문체부 등 관련 부처가 실행력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와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 근절대책을 놓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입장을 내놓은 만큼 체육계의 주장을 일축하고 문체부의 정책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청와대의 뜻이 담긴 비판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양측의 힘겨루기가 아니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신경전이나 감정싸움 대신에 힘을 모아 체육계 개혁을 위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체육계가 환골탈태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이번에도 체육계에 만연한 문제를 뿌리 뽑지 못하게 될 확률이 높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극한 대립 때문에 애꿎은 선수들만 피해를 보는게 아닌지 체육계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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