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부터 이정은까지…7637일 만에 완성된 US여자오픈 한국인 10승

  • 등록 2019-06-04 오전 2:00:00

    수정 2019-06-04 오전 8:00:16

이정은.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임정우 기자] 7637일. 박세리(42)가 1998년 7월 7일(이하 한국시간) US여자오픈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 우승을 차지한 뒤 이정은(23)이 10번째 우승자로 이름을 올리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우승을 제74회 US여자오픈(총상금 550만 달러)으로 장식한 이정은은 시상식에서 우승컵을 들고 활짝 웃었다.

이정은은 3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컨트리클럽 오브 찰스턴(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6언더파 278타를 만든 이정은은 공동 2위 유소연(29), 에인절 인, 렉시 톰프슨(이상 미국)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US여자오픈은 5개 메이저 대회 중 한국 선수들과 가장 인연이 깊다. US여자오픈은 올해 이정은이 정상에 오르면서 한국 선수들이 가장 먼저 두 자릿 수 우승을 합작한 메이저대회가 됐다. 한국 선수들은 1998년 ‘맨발의 기적’으로 우승 한 박세리를 시작으로 2005년 김주연(38), 2008년 박인비(31), 2009년 지은희(32), 2011년 유소연(29), 2012년 최나연(32), 2013년 박인비, 2015년 전인지(25), 2017년 박성현(26)에 이어 이정은이 차례로 US여자오픈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1947년 창설된 US여자오픈은 LPGA 투어 대회 중 가장 높은 권위와 깊은 역사를 자랑한다.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1955년), ANA 인스퍼레이션(1983년), 브리티시여자오픈(1976년 창설, 2001년 메이저 승격), 에비앙 챔피언십(2013년 메이저 승격) 등 다른 메이저 대회와 비교해도 역사가 가장 길다. 총상금과 우승 상금도 5개 메이저 대회 중 가장 크다. 올해 US여자오픈은 역대 최고액인 총상금 550만 달러, 100만 달러로 증액돼 열렸다. 이정은은 100만 달러로 인상된 우승 상금의 첫 주인공이 됐다.

2타 차 단독 6위로 마지막 날 경기를 시작한 이정은이 1번홀에서 보기를 범할 때만 하더라도 우승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러나 이정은은 침착했다. 2번홀 버디로 분위기를 바꾼 이정은은 10번홀까지 파 행진을 이어가며 역전 기회를 엿봤다.

기다리던 버디는 11번홀부터 나왔다. 이정은은 11번홀을 시작으로 12번홀과 15번홀에서 버디를 낚아채며 3타 차 단독 선두로 올라서며 우승을 예고했다. 침착한 경기 운영인 장점인 이정은이 웬만해선 큰 실수를 하지 않기에 우승은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LPGA 투어 첫 우승을 눈앞에 둔 이정은이 경기 막판 흔들렸다. 그는 16번홀과 18번홀에서 보기를 적어냈고 단독 2위 셀린 부티에(프랑스)와의 격차가 1타 차까지 좁혀졌다. 부티에가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면 연장전에 돌입해야 하는 만큼 이정은은 안심할 수 없었다.

먼저 경기를 마친 이정은은 연습 그린에서 연장전을 대비했다. 대형 스크린에 부티에의 경기 장면이 중계됐지만 이정은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짧은 거리에서 퍼트 연습을 계속하며 혹시 모를 연장전을 준비했다.

부티에가 마지막 홀에서 더블 보기를 기록하며 이정은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 이정은은 캐디, 매니저를 끌어안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동안의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미국 최고 권위의 US여자오픈을 제패했다는 기쁨의 눈물이다. 이정은은 “지금까지 우승했던 대회들과는 느낌이 다르다”며 “지금까지 골프를 어떻게 했는지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나는 것 같다. US여자오픈 정상에 올라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금랭킹, 신인상, 레이스 투 CME 글로브 포인트 등 부문에서 상위권으로 올라서며 LPGA 투어 전관왕을 차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2017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상금왕을 포함해 평균타수상, 대상 등 6관왕을 차지하며 별 중의 별로 우뚝 섰던 이정은은 이제 LPGA 투어 전관왕 도전에 나선다.

그는 “US여자오픈 우승이 LPGA 투어 커리어의 끝이 아닌 시작점인 만큼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2승, 3승 등 계속해서 승수를 추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선수들이 US여자오픈에서 강한 모습은 보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US여자오픈이 난도 높은 코스에서 열린다는 점을 주목했다. US여자오픈이 열리는 코스의 전장이 길고 그린이 까다로운 만큼 단단한 기본기를 갖춘 한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유리하다는 것이다.

고윤성 SPOTV 해설위원은 “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이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는 게 US여자오픈 선전의 이유”라며 “US여자오픈처럼 어려운 코스에서는 기본기가 약하거나 한두 가지 약점이 있다면 우승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 해설위원은 “한국 선수들의 기본기가 탄탄한 이유는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체계적으로 배운 덕분이다”며 “이정은, 박성현, 박인비 등이 건재한 만큼 앞으로도 한국 선수들의 US여자오픈 강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역대 한국 선수 US여자오픈 우승 일지. (사진=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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