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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동안 3억4000만원의 상금을 획득한 서요섭(23)이 밝힌 작은 소망이다.
서요섭은 16일 경기도 용인시 88컨트리클럽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KEB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2억원)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데뷔 4년 만에 맛본 꿀맛 같은 우승 뒤엔 2억4000만원이라는 후한 보상도 따랐다. 서요섭은 앞서 일주일 전에는 데상트 매치플레이에서 준우승해 1억원의 상금을 받았다. 데뷔해 3년 동안 1억원이 조금 넘는 상금을 벌어 투어 경비를 대기에도 빠듯했던 그에게 3억4000만원은 생각해보지도 못한 큰돈이다.
시상식이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장. 서요섭은 “상금은 어떻게 쓰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머뭇거렸다. 23살은 하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많은 나이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대회 기간중에는 부모님이 동행해 조금은 편하게 다닌다. 부친 서명교 씨는 비료와 퇴비를 납품하는 일을 하면서 아들의 뒷바라지까지 챙긴다. 아들을 위해 2년 전에 카니발을 렌트했다. 그전엔 스포티지를 타고 다녔다. 골프백과 옷 등을 실으면 비좁았지만, 서요섭은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위해 늘 어렵게 사시는 부모님을 더 걱정했다. 그는 “내가 골프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살지는 않았을 텐데 나 때문에 부모님의 인생까지 다 내려놓고 뒷바라지해주시는 모습을 보면 늘 미안했다”며 “지난 대회에서 준우승 그리고 오늘(KEB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우승으로 효도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멋쩍게 웃었다.
서요섭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그의 주위로 수십 명의 동료가 달려와 축하해줬다. 이날 1시간이나 먼저 경기를 끝낸 김대현(31)은 집으로 가지 않고 18번홀 그린에서 후배 서요섭을 기다렸다. 그는 기다리는 동안 “(서)요섭이는 정말 좋은 후배”라며 몇 번이나 칭찬했다. 서요섭이 어떤 선수인지 그와 함께 땀을 흘린 동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런 서요섭을 동료들은 ‘잡초’라고 부른다. 이제 막 꽃을 피운 23세 청년 서요섭의 앞날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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