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여제’ 박인비(32)가 처음 캐디로 나선 남편 남기협(39) 씨의 외조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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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는 “경기를 하기 전엔 (캐디가 처음이라서) 오히려 저보다 더 긴장할까봐 제가 더 신경을 썼다”며 “그런데 막상 경기를 하니 경사도 잘 봐주고 전체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연이어 칭찬했다. 박인비는 이날 섭씨 33도까지 올라가는 폭염과 낙뢰와 비로 경기가 중단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4언더파 68타를 쳤다.
박인비에게 남편 남기협 씨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처음 만났을 땐 스윙코치였으나 지금은 평생의 동반자가 됐다. 이번 대회에선 캐디로 나섰다.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당시 최연소 우승한 뒤 부진의 늪에 빠졌다. 남편으로부터 새로운 스윙 기술을 익혔고, 그 뒤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다. 남편은 박인비의 스윙과 체형에 맞는 샷 기술을 찾았고, 힘보다 정교함을 추구하는 스윙을 완성해 아내가 골프 여제로 등극하는 데 힘을 보탰다.
그러나 남편은 박인비가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었던 비결로 아내의 노력을 꼽았다. 자신은 그저 도움을 줬을 뿐이라며 늘 뒤에 있었다.
대회가 시작되면 남편은 매 홀을 따라다니며 박인비의 경기를 지켜본다. 가까이에서 볼 수도 있으나 멀리 떨어져 걷는다. 잘할 때는 ‘굿샷’, ‘나이스’라고 외치며 응원한다. 스윙은 함께 만들었지만, 경기를 풀어가는 건 선수의 몫이라는 걸 잘 알기에 조용히 지켜보고 응원하는 것으로 아내에게 힘을 실어준다.
지난 2월 호주여자오픈 우승 뒤 약 5개월 만에 경기에 나선 박인비는 긴 휴식 탓인지 초반부터 실수가 나왔다. 10번홀에서 경기를 시작해 13번과 14번홀(이상 파4)에서 연속보기를 했다. 큰 문제는 아니었으나 모두 아이언샷이 왼쪽으로 당겨지는 미스샷을 한 게 보기의 원인이 됐다. 캐디로 나섰지만, 박인비의 스윙코치이기도 한 남편 덕분에 현장에서 응급처치로 해결했다.
박인비는 “2번의 미스샷으로 출발이 좋지 않았는데 즉시 남편에게 ‘왜 훅이 나지’라고 물었더니 곧바로 잡아줬다”며 “그 뒤 아이언샷이 좋아졌고 퍼트 감각도 살아나면서 경기가 잘 풀렸다”고 첫날 순조로운 출발을 남편 덕분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저도 5개월 만의 경기를 앞두고는 살짝 긴장했는데 오늘 남편이 옆에 있어서 그런지 훨씬 긴장이 덜 됐다”며 “혹시 사고(미스샷)가 나도 남편이 바로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든든했다”고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
박인비는 지난 24일 개막 예정이었던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해 올해 초부터 강행군했다. 3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과 준우승 등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도쿄올림픽 출전에 청신호를 켰다. 코로나19 여파로 시즌이 중단됐고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돼 계획이 틀어졌지만, 8월부터 다시 본격적인 투어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남기협 씨는 8월 20일부터 영국에서 열리는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AIG 여자오픈까지 캐디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