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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수화기 너머 들리는 김성현(22)의 목소리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최초의 월요 예선 우승 신화를 쓴 기쁨이 가득 담겨 있었다. 김성현은 “우승 축하 메시지에 모두 답장하느라 새벽 3시까지 잠을 자지 못했지만 전혀 피곤하거나 힘들지 않다”며 “우승의 달콤함은 그 어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성현은 9일 끝난 KPGA 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 KPGA 코리안투어 출전권이 없어 월요 예선을 거쳐 출전한 대회에서 정규투어 첫 우승을 차지한 만큼 김성현에게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그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쟁쟁한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 KPGA 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오를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우승이라는 엄청난 결실을 맺게 됐다”며 “우승을 한 당시에는 얼떨떨 했지만 하루가 지나고 나니 이제야 조금씩 실감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승한 뒤 지금까지의 기분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하늘을 나는 느낌”이라며 “해도 해도 좋은 게 우승이라고 하던 선배들의 말을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종 4라운드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우승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었다. 톱10으로 마무리한 뒤 저녁에 어떻게 머리를 할까라는 생각뿐이었다”며 “시상식과 우승 인터뷰를 한 뒤 집에 오니까 미용실을 예약한 시간이 돼 곧바로 머리를 하러 갔다”고 설명했다.
김성현에게 우승을 즐길 수 있는 유효 기간은 이미 끝났다. 곧바로 다음 대회 준비에 들어간 그는 11일부터 13일까지 제주도 제주시 크라운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회장배 대학 대항 골프대회에 출전한다.
그는 “하루하루가 다른 게 골프인 만큼 우승의 기쁨을 누리는 건 당일까지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고 이루고 싶은 또 다른 목표가 있는 만큼 우승에 취해있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성현은 KPGA 코리안투어 5년 시드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CJ컵 출전권을 우승 부상으로 받아 다음 목표를 향해 전진할 기회를 잡았다. 그는 “우승 상금 1억 8000만원보다 값진 건 5년 시드와 더CJ컵 출전권”이라며 “5년간 시드 걱정 없이 투어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만큼 마음 편하게 미국 진출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어 “PGA 투어 경기를 보면서 내가 저기서 몇 타를 칠지 궁금했는데 올해 더CJ컵이 내 실력을 정확하게 확인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출전 자체만으로도 배울 게 있을 거라 생각한다. 더CJ컵에서 후회 없는 경기를 해보겠다”고 강조했다.
김성현은 5년 안에 PGA 투어 진출의 꿈을 이루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그는 “국가대표로 함께 활약했던 (임)성재처럼 PGA 투어를 누빌 수 있도록 더 노력하려고 한다”며 “PGA 투어 한국 선수 우승자 명단에 내 이름을 올리는 그날까지 모든 걸 쏟아 붓겠다”고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