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 "18년간 꿈꿔온 장면…믿기지 않아"

PGA 투어 80번째 대회 AT& 바이런 넬스서 첫 우승
최종합계 25언더파 263타…2위 번스 3타 차로 제치고 정상
한국인 8번째 PGA 투어 정상 올라…"나는 노력형 선수"
"뒷바라지해준 아내에게 고마워…좋은 아버지 되겠다"
  • 등록 2021-05-18 오전 12:00:08

    수정 2021-05-18 오전 12:00:08

이경훈.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임정우 기자] 열두 살 때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경훈(30)에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꿈의 무대였다. 월요일 아침마다 PGA 투어 챔피언을 보며 성장한 그는 18년 만에 주인공이 됐다. 그는 자신의 PGA 투어 통산 80번째(풀시드 확보 이전 2개 대회 포함)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이경훈은 1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2)에서 열린 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81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25언더파 263타를 기록한 이경훈은 단독 2위 샘 번스(미국)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그는 “정말 오랜 시간 PGA 투어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꿈꿔왔다. PGA 투어 첫 우승이라 그런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큰 힘이 돼준 아내와 부모님, 스폰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우승자인 이경훈은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르며 PGA 투어 우승이라는 또 하나의 경력을 추가했다. 여기에 그는 최경주(51), 양용은(49), 배상문(35), 노승열(30), 김시우(26), 강성훈(34), 임성재(23)에 이어 PGA 투어 한국인 8번째 우승자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이경훈은 이번 대회가 열린 나흘간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는 보기를 단 3개로 막고 버디 28개를 낚아채며 25언더파를 몰아쳤고 이번 대회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PGA 투어 첫 우승의 꿈을 이뤘다.

최종 4라운드에서 이경훈이 보여준 플레이는 압권이었다. 1타 차 단독 2위로 이날 경기를 시작한 이경훈은 8번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낚아채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9번홀에서 첫 보기가 나왔지만 침착했다. 그는 12번홀에서 또 하나의 버디를 잡아냈고 단독 선두를 굳건히 했다.

그러나 16번홀 파 퍼트를 앞두고 기상악화로 경기가 중단됐다. 이경훈의 좋은 흐름이 끊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던 만큼 표정은 좋지 않았다. 경기가 재개된 뒤 이경훈의 16번홀 파 퍼트는 홀을 외면했고 공동 2위 그룹과의 격차가 2타로 줄었다. 17번홀과 18번홀에서 이경훈의 집중력은 빛났다. 그는 두 개 홀에서 모두 버디를 잡아내며 PGA 투어 첫 우숭을 확정지었다.

그는 “최종 4라운드 17번홀 버디가 정상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6년간 사용하던 투볼 퍼터가 아닌 일자 블레이드 퍼터를 바꾼 전략도 적중했다. 그린 위에서의 날카로운 퍼트가 이번 대회 우승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1991년 태어난 이경훈이 골프 선수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건 12살 때다. 체중 감량을 위해 골프를 시작했던 이경훈은 골프를 치는 재미에 푹 빠졌고 PGA 투어를 주 무대로 삼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

국가대표 시절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골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경훈은 프로 데뷔 후 한국과 일본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그는 2015년과 2016년 한국오픈에서 2연패를 차지했고 일본에서도 통산 2승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경훈은 골프를 시작한 뒤로 가슴 속에 품고 있던 ‘PGA 투어 챔피언’이 되기 위해 안정적인 수입을 포기하고 자신의 꿈을 좇아 2016년 PGA 콘페리 투어로 주 무대를 옮겼다. PGA 투어 입성은 쉽지 않았다. 그는 콜롬비아와 멕시코 등을 다니며 눈물 젖은 빵을 뜯어야 하는 콘페리 투어에서 2016시즌과 2017시즌을 보냈지만 PGA 투어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했다.

이경훈의 도전은 3년의 세월이 지난 2018시즌 결실을 맺었다. 그는 상금랭킹 9위를 차지하며 꿈에 그리던 PGA 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PGA 투어 데뷔 첫 시즌에는 페덱스컵 랭킹 108위를 차지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두 번째 시즌인 2019~2020시즌에는 페덱스컵 랭킹 97위에 자리하며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2020~2021시즌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 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PGA 투어 최고 성적을 기록한 이경훈은 통산 80번째 대회에서 18년 전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스스로를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노력으로 만들어진 선수”라고 말했던 이경훈이 PGA 투어 데뷔 3번째 시즌, 통산 80번째 대회에서 자신의 꿈을 이룬 것이다.

우승 상금으로 145만8000달러(약 16억4700만원)를 받은 이경훈은 PGA 투어 통산 상금 400만달러를 돌파하는 기쁨도 누렸다. 이날 우승으로 145만8000달러를 추가해 통산 상금을 439만177달러로 늘렸다.

이경훈은 이번 우승으로 2022~2023시즌 PGA 투어 출전권과 오는 20일 개막하는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과 내년도 마스터스 출전권도 얻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페덱스컵 랭킹과 남자골프 세계랭킹도 크게 상승했다. 페덱스컵 포인트 500점을 추가한 이경훈은 84위에서 55계단 상승한 29위가 됐다. 세계랭킹은 지난주 137위에서 59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경훈은 PGA 투어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해준 아내 유주연 씨와 7월에 태어날 딸(태명 축복이)에 대한 애틋한 감정도 드러냈다. 그는 “아내가 그동안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 내가 골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헌신해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며 “축복이의 출산까지 2달 정도 남았는데 빨리 만나고 싶다. 최고의 남편이자 아버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경훈과 아내 유주연 씨. (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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