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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여제’ 박인비(33)가 2020 도쿄올림픽에서 여자골프 2연패를 달성하지 못한 심경을 털어놨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여자골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박인비는 도쿄 대회에서 2회 연속 정상을 노렸지만, 아쉽게 공동 23위로 끝마쳤다.
박인비는 8일 경기도 이천시 블랙스톤 이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KB금융 스타 챔피언십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샷감이 나쁘지 않았으나 퍼트가 안 떨어지면서 모멘텀을 살리지 못했다”면서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이라 처음보다 긴장도 덜했고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목표를 이루지 못해) 실망도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기대했던 2연패 달성을 이루지는 못했으나 개인적으로는 많은 의미를 남겼다. 박인비는 “한편으로는 큰 산을 넘었다고 생각한다. 금메달이 나왔더라면 좋았겠지만,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른을 훌쩍 넘긴 박인비는 5년 전 리우 대회 때와 비교해 경쟁 상대가 많아진 게 부담이었다. 특히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선 태국과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선수의 약진과 유럽 그리고 미국 선수들의 부활로 한국 선수 전체가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박인비는 “(외국 선수들의 강세가) 올해 특별히 더 많이 느껴지는 것 같다”며 “10년 전과는 달리 압도적인 피지컬과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많아진 게 사실이다. 그런 선수가 예전에는 100명 중 1~2명이었다면 올해는 10~15명 정도는 되는 것 같다. 확실히 우리 선수들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가장 아쉬운 건 KLPGA 투어가 활성화하면서 미국 무대로 도전하는 선수가 많이 줄었다”며 “계속해서 어린 선수들이 넘어와주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그런 점에서 부족하고 그러다 보니 우리 선수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인비의 분석처럼 LPGA 투어로 진출한 선수가 줄다 보니 올해 신인왕 경쟁에서도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2015년 김세영을 시작으로 2016년 전인지, 2017년 박성현, 2018년 고진영, 2019년 이정은까지 LPGA 투어 신인상을 싹쓸이했다. 그러나 올해는 5위 안에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김아림(26)이 유일하게 LPGA 투어로 무대를 옮겼으나 신인왕 순위에선 8위에 머물러 있다.
박인비는 “외국 선수와 피지컬적인 차이도 있지만, 숫적으로 많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며 “어린 선수들이 계속해서 도전해 계속해서 한국 여자골프의 위상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올해 도쿄올림픽을 위해 일찍 시즌을 시작했던 박인비는 예년보다 조금 일찍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올림픽 이후 영국에서 열린 AIG 위민스 오픈에 나갔다가 귀국해 계속 휴식을 취했다”며 “올해는 올림픽을 준비하느라 시즌을 일찍 시작했던 만큼 남은 시즌 동안엔 2~3개 대회만 참가한 뒤 시즌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인비는 9일부터 열리는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 참가해 2018년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이후 KLPGA 투어 두 번째 우승을 노린다. 오전 11시부터 박현경(21), 장하나(29)와 함께 1번홀에서 1라운드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