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세계 1위' 고진영이 사흘만에 연습장으로 나온 이유(인터뷰)

HSBC 위민스 챔피언십 우승트로피 안고 귀국
우승 사흘만에 연습장 나와 스윙 점검하며 또 훈련
이시우 코치 "훈련캠프 최고의 연습벌레였죠"
"골프 더 간절해지니 티를 꽂는 것도 즐거워"
"기록 중요하지만, 내가 만족하는 골프가 먼저"
"우즈처럼 상대 압도하는 선수 되고 싶어 더 노력"
  • 등록 2022-03-11 오전 12:10:00

    수정 2022-03-11 오전 12:10:00

고진영(오른쪽)이 9일 경기도 용인 수원컨트리클럽 연습장에서 이시우 코치와 함께 스윙을 교정하고 있다. (사진=주영로 기자)
[용인(경기)=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싱가포르에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하고 돌아온 고진영(27)이 사흘 만에 다시 클럽을 휘둘렀다.

지난 9일 경기도 용인의 수원컨트리클럽 골프연습장의 3층 타석. 웨지를 꺼낸 고진영은 몇 개의 공을 치며 몸을 푼 뒤 8번 아이언을 꺼내 풀스윙을 시작했다.

“백스윙이 너무 작은 거 같아요. 어깨 회전은 잘 되고 있나요?”

고진영은 뭔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듯 이시우 스윙코치에게 물었다. 이 코치는 고진영의 스윙을 관찰하다 왼쪽 어깨와 백스윙 톱에서의 부자연스러운 동작을 발견하고 함께 의견을 나눴다. 가볍게 몸풀기로 시작한 연습은 1시간 이상 이어졌고, 그제야 잠시 숨을 돌렸다.

예측불허 승부 가른 건 간절함

지난 6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 코스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고진영은 경기 막판 대역전극으로 시즌 첫 승을 장식했다. 이날 우승으로 고진영은 여자골프 전설의 반열에 한발 더 다가섰다. 시즌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랭킹 1위를 더 굳건하게 다졌고, LPGA 투어 최다 연속 라운드 60대 타수(15라운드)와 최다 라운드 언더파(30라운드) 신기록을 세웠다. 더욱이 불리한 상황을 딛고 마지막 순간 대역전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이번 시즌 전망을 밝게 했다.

고진영은 연습장에서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전반에는 저보다 전인지, 이정은 선수의 흐름이 더 좋았다. 후반에 버디를 많이 하지 않으면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12번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오늘 안 되려나’라는 생각과 함께 화가 났다”면서 “하지만 ‘내가 이렇게 치려고 더운 날씨에 열심히 한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더 집중해서 잘해보자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달랬다. 작년 어느 대회부터인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더 간절하게 골프를 치게 됐고 그러면서 더 독하게 나 자신을 밀어붙이고 있다. 매샷 신중하게 과정에 충실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이번에도 그랬다”고 지난 우승의 순간을 돌아봤다.

최근 10개 대회에서 6승을 올린 고진영은 이런 경기를 자주 펼친다. 뒤지고 있어도 어느 순간 선두 경쟁에 나서 상대를 압도하며 우승을 쓸어 담고 있다.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경기를 지켜본 팬들도 이날 15번홀에서 약 15m 거리의 버디가 터지는 순간 승부의 추가 기울어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고진영도 비슷하게 느꼈다. 고진영은 “운이 따랐다. 그 홀에서 버디를 하는 순간 나 역시 소름이 돋았다”며 “아마도 다시 버디를 하라면 못할 것 같다”고 승부처로 꼽았다.

이후 16번홀에서 다시 버디를 하며 공동선두가 된 고진영은 마지막 18번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하며 짜릿한 역전 우승을 만들어 냈다. 역전을 머릿속에 떠올린 후 과정부터 결과까지 고진영의 생각대로 이뤄졌다. 언뜻보면 쉽게 해낸거 같지만, 뒤에서 흘린 땀의 결과다.

고진영이 스윙 훈련에 앞서 손목을 푸는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사진=주영로 기자)
세계 1위가 훈련캠프 연습벌레…“고진영만큼 연습했어?”

고진영은 훈련캠프 내에서 최고의 연습벌레로 불렸다. 고진영을 지도하는 이시우 코치는 “겨울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에서 함께 훈련하면서 고진영 선수가 왜 세계랭킹 1위인지 다시 느꼈다”며 “훈련캠프에서 ‘고진영만큼 연습했어’라는 말을 할 정도로 그는 다른 그 어떤 선수보다 더 많이 훈련했고, 만족할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을 보여 새삼 또 놀랐다”고 말했다.

고진영도 “지난해 마지막 대회를 끝내고 손목이 아파 6주 정도 골프채를 잡지 않고 쉬었다. 이렇게 오래 쉬었던 게 골프를 하고 처음이었던 것 같다”며 “지난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시즌을 끝내고 약간 방전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다시 골프가 하고 싶을 때까지 골프채를 잡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러다 미국으로 훈련을 떠나기 5일 전부터 골프채를 잡았더니 티를 꽂는 것부터 재밌고 설렐 정도로 즐거웠다. 아마 훈련량만 따지면 주니어 때보다 더 많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작성한 2개의 기록 역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6개월 전 같은 기록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던 경험을 딛고 만들어 낸 기록이다.

고진영은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첫날 같은 기록에 도전했다. 그러나 71타를 치면서 60대 타수 기록 행진이 멈췄다.

그는 “그때 부담이 커 스윙이 잘 안 됐고, 2주 쉬었다가 경기에 나오는 바람에 경기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며 “아쉽게 기록 달성이 무산된 뒤 ‘다시 기회가 오면 더 독하게 해내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런 다음날 다시 64타를 쳤고 이번 대회까지 이어지면서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1라운드 때 기록이 멈출 위기가 있었으나 18번홀에서 버디를 하면서 기회를 이어갈 수 있었고 그 뒤 분위기가 이어져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기록 달성에도 의미를 뒀다. 우승과 2가지 기록 모두 지난겨울 게을리하지 않고 땀 흘렸던 결과물이다.

“우즈처럼 압도적인 선수 되고 싶어”

세계랭킹 1위와 우승 그리고 목표했던 기록 달성을 모두 이룬 고진영이 짧은 휴식을 끝내고 사흘 만에 다시 연습장으로 나온 건 자신이 기대했던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진영은 “세계랭킹 1위도 좋고 새로운 기록을 세우는 것도 의미가 있다. 다만, 그런 기록을 이루기 위해서만 골프를 하는 건 아니다”며 “(우승했지만) 경기하는 내내 샷 하나하나가 다 완벽하지 않았고 훈련했던 것과 다른 결과나 나오면서 그 감각을 되찾기 위해 다시 연습장에 나왔다. 그렇게 내가 원하는 골프를 하다 보면 계속해서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고진영이 바라는 더 나은 골프란 존재만으로도 상대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그것은 고진영의 골프를 완성해가는 원동력이다.

그는 “타이거 우즈가 대회에 나온다는 말만 들어도 상대 선수들이 긴장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지만, 아직 멀었다. 그래서 계속 노력하게 된다”며 “나 역시 어렸을 때는 그런 느낌의 상대를 만난 적이 있었고 그래서 더 많이 연습하게 됐다”고 다짐했다. 이뤄야 할 목표가 있기에 고진영은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고도 휴식 대신 연습장을 택했다.

16일까지 국내에 머물 예정인 고진영은 남은 기간 오로지 훈련에만 집중한 뒤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에서 개막하는 JTBC 클래식에서 투어로 복귀할 계획이다.

고진영이 스윙 교정을 한 뒤 힘차게 공을 때리고 있다. (사진=주영로 기자)
고진영이 6일 열린 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며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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