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는 지난달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청각장애인 가족의 곁에서 음악의 꿈을 키워가는 비장애인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코다’로 OTT 영화 최초로 최고상인 작품상을 수상했다. ‘코다’의 수상은 OTT 영화 최초라는 점도 있지만, 애플TV+가 넷플릭스보다 먼저 오스카의 정점에 깃발을 꽂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넷플릭스 영화는 2018년 제90회 아카데미에서 ‘맨체스터 바이 더 씨’로 처음 작품상 후보에 오른 뒤 올해 ‘파워 오브 도그’와 ‘돈 룩 업’까지 5년 연속 작품상에 후보를 올렸지만 또 고배를 마셨다. 반대로 애플TV+는 그 동안 넷플릭스·프라임비디오·디즈니+ 등 경쟁업체에 가려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하다 중요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를 국내 상황에도 적용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국내 콘텐츠 시장은 지상파 및 유료 방송, 티빙·웨이브·시즌·쿠팡플레이 등 국내 OTT에 글로벌 OTT까지 경쟁하며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다. 최근에는 ‘오징어 게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파친코’까지 글로벌 자본을 등에 업은 글로벌 OTT 콘텐츠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서 국내 콘텐츠업 종사자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콘텐츠는 쏟아붓는 돈에 비례해서만 결과를 낳는 것이 아니다. 방탄소년단은 대형 기획사 출신이 아니었고,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의 제작비는 국내에서는 큰 액수에 속했으나 미국 영화 및 드라마와 비교해서는 10~20% 수준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오스카 작품상 수상’과 ‘글로벌 1위’를 달성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BTS는 청춘과 사회에 대한 고민을 담은 음악으로,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은 자본주의에 대한 신랄한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로 보편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내며 K콘텐츠의 글로벌 열풍에 불을 지폈다. ‘코다’와 ‘파친코’는 장애인과 이민자라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시하는 시대적 가치를 반영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세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