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 최고령 우승인 것 아나요?” 질문에…지은희 “예스!”

지은희, LPGA 매치플레이서 통산 6승
36세 16일…한국 선수 LPGA 투어 최고령 우승
이번 우승으로 US 여자오픈 출전 막차 탑승
84m 샷 이글과 위기에서의 파 퍼트가 우승 요인
  • 등록 2022-05-31 오전 12:10:00

    수정 2022-05-31 오전 12:10:00

지은희가 30일 열린 뱅크 오브 호프 LPGA 매치플레이 정상에 오른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사진=AFPBBNews/Getty Images)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제가 나이 들었다고 느끼지는 않지만, 한국 선수 최고령 우승이라는 건 압니다.”

지은희(36)가 30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 크리크 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뱅크 오브 호프 매치플레이(총상금 150만 달러) 우승 후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지은희는 이날 결승전에서 후루에 아야카(일본)를 3홀 차로 제압했다. 지은희는 이번 우승으로 ‘노장의 건재’를 입증했다. L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맏언니’ 지은희는 36세 16일에, 22세 2일의 후루에 아야카를 관록으로 누르며 다시 한 번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6승 가운데 4승을 30세가 넘어 기록했다.

2019년 1월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우승 이후 3년 4개월의 기다림 끝에 ‘매치 퀸’에 오른 지은희는 LPGA 투어 통산 6승 고지에 올랐고, 우승 상금으로 22만5000 달러(약 2억8000만원)를 획득했다.

지은희가 9번홀에서 샷 이글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사진=AFPBBNews/Getty Images)
36세 16일에 우승…5일 동안 111홀 승부 ‘투혼’

하루에 18홀, 나흘 동안 72홀 경기를 하는 스트로크 플레이와 달리 매치플레이는 사흘간의 조별리그가 끝나면 16강부터는 단판 승부로 펼쳐지기 때문에 하루에 최대 2경기씩을 치러야 한다. 결승전까지 오른 지은희는 5일 동안 총 7경기, 111홀 라운드를 펼치는 투혼을 발휘했다. 주말 이틀 동안에만 4경기를 몰아쳤다. 라스베이거스 특유의 찜통 더위 때문에 체력 소모가 컸지만 그는 끝까지 강한 정신력을 발휘했다.

지은희는 “체력적, 정신적으로 다 힘들다. 마지막 몇 개 홀에서는 발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허리도 아팠다”고 토로했다. 지은희는 경기 막판에 차례를 기다리던 도중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거둔 6승 중 오늘 우승이 가장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질문자는 “한국 선수 중 최고령 우승인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고, 지은희는 두 팔을 들어 올리며 “예스!”라고 외친 뒤 크게 웃었다.

후루에가 아무리 퍼트와 쇼트 게임이 뛰어나다고 한들 투어 1년 차 신예였다. 일대일 대결에서 베테랑의 경험과 노련함이 빛을 발했다. 올해로 LPGA 투어에서 활동한 지 16년 차가 된 지은희는 “아마도 기술 샷, 그린 주변과 러프에서의 어프로치 등은 경험이 많은 것이 조금 유리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승과 함께 다음달 2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 니들스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 US 여자오픈의 마지막 출전권 한 장을 확보한 것도 뜻깊다. 지은희는 “US 여자오픈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이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는데 바람이 이뤄졌다”고 기뻐했다.

2008년 US 여자오픈에 처음 출전해 2009년 정상에 오른 지은희는 지난해까지 14년 연속 대회에 출전했지만 올해는 세계 랭킹이 83위까지 떨어져 출전 기회를 잃을 뻔했다. 그러나 매치플레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US 여자오픈 출전의 마지막 한 자리를 꿰찼다.

지은희가 14번홀에서 아이언 티 샷을 하고 있다.(사진=AFPBBNews/Getty Images)
84m 샷 이글로 반전…위기 상황서는 퍼팅 ‘쏙쏙

7번홀까지 1홀 차로 끌려가던 지은희는 8~10번홀을 내리 따내며 분위기를 뒤바꿨다. 8번홀(파3)에서 2.5m 버디를 잡아 타이드 매치를 만든 뒤 9번홀(파5)에서는 84m를 남기고 52도 웨지로 세 번째 샷을 해 그대로 컵 안으로 떨구는 샷 이글을 낚으며 1홀 차로 앞섰다. 내친김에 그는 10번홀(파4)에서 까다로운 2m 파 퍼트에 성공해 보기를 적어낸 후루에를 2홀 차로 따돌렸다.

지은희는 “사실 9번홀 세 번째 샷을 남겨놓고 캐디가 남은 거리를 잘못 알려줬다”며 “처음에는 58도 웨지를 꺼냈다가 캐디가 제대로 된 거리를 다시 알려줘 52도 웨지로 샷 이글을 했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잘못된 거리로 샷을 했다면 그 홀에서 후루에와 비기거나 졌을 수도 있고 그럼 우승 결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16번홀(파5)에서는 위기의 순간을 맞았다. 투온을 노렸던 두 번째 샷이 그린 왼쪽으로 빗나가면서 깊은 풀에 잠겼고 첫 번째 플롭 샷은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아 한 번에 러프를 탈출하는 데 실패했다. 곤경에 처한 순간이었지만 후루에의 세 번째 샷이 그린 경사를 타고 핀을 한참 벗어나는 것을 본 지은희는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은희는 다시 한 번 플롭 샷을 시도해 그린 앞쪽에 완벽하게 떨궜고 볼은 내리막 경사를 타고 핀 3m 거리의 파 퍼트를 남겼다. 지은희가 먼저 파 퍼트에 성공하자 큰 부담을 안은 후루에는 더 짧은 2.7m 거리의 파 퍼트에 실패해 지은희가 3홀 차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는 적재적소에 파 퍼트에 성공한 것이 우승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며 “내리막 그린에서 퍼팅, 치핑 연습에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자평했다. 이날 16번홀 그린 주변에서의 어프로치 샷과 클러치 퍼트는 이번 주 지은희의 경기 감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163cm로 크지 않은 키의 지은희는 미국 투어에서 활동하는 장신 선수들과 경쟁하는 데 비거리의 아쉬움을 느껴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올해부터 새로운 아이언으로 바꾸면서 비거리가 10m 늘어난 데다가 정확도까지 높아져 자신감을 얻은 그는 퍼팅과 쇼트게임, 경기 운영까지 모든 퍼즐을 맞춰 정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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