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하게 골프친다'는 말은 옛말, 태국, 그린피 20만원도 '훌쩍'

'하늘길' 열리자 태국 방콕 인근 골프장 그린피 폭등
주말 20만원은 기본, 30만원 육박하는 골프장 등장
"태국 가서 싸게 골프 친다는 말은 옛날 얘기"
"18홀 라운드에 6시간씩 걸려..'황제골프'도 옛말"
  • 등록 2023-02-06 오전 12:00:00

    수정 2023-02-06 오전 7:18:37

4일 태국 방콕 인근 방콕 골프클럽의 클럽하우스 앞에 라운드를 나가는 골프카트가 긴 줄로 늘어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주영로 기자)
[방콕(태국)=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태국에 가서 싸게 골프 친다는 말은 옛날얘기가 됐네요.”

하루 36홀은 기본, 무제한 라운드 상품 등으로 겨울이면 골프여행의 성지로 불렸던 태국도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면서 그린피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 1월 말 태국으로 골프여행을 왔다는 직장인 K씨와 일행은 4일과 5일 방콕 인근의 골프장에서 라운드한 뒤 “2곳 골프장에서 라운드했는데 1인당 그린피와 캐디피, 카트 대여료 등을 모두 포함한 18홀 이용료로 각 4200바트(약 15만7000만원·이하 비회원 일반 내장객 기준)와 6200바트(약 23만1000원)를 냈다”며 “예전처럼 태국에 와서 저렴한 가격으로 골프를 치는 시대는 끝이 난 것 같다.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놀라워했다.

이번 겨울 해외 골프여행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활발해졌다. 인터넷 골프 예약 플랫폼 엑스골프(XGOLF)에는 지난 연말부터 하루 100건 이상의 해외 골프장 예약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 사이트는 해외 골프여행 문의가 늘면서 이용 회원을 대상으로 관련 설문을 진행했는데, 724명의 응답자 중 약 38%(273명)가 태국으로 골프여행을 가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해외로 골프여행을 가는 가장 큰 이유로 ‘저렴한 비용’을 꼽았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달랐다. 이데일리가 태국 현지에서 취재한 결과 방콕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되는 회원제 골프장의 주중과 주말 일반 내장객 요금을 확인한 결과 최소 2000바트(약 7만4000원)에서 최대 7200바트(약 27만9000원)에 달했다. 한국의 골프장과 비교하면 여전히 싼 곳이 많지만, 시설이 좋은 골프장의 주말 요금은 20만원 이상인 곳이 많아 큰 차이가 없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조사한 2022년 5월 기준 국내 골프장의 그린피 평균 요금(캐디피 제외)은 수도권 회원제 골프장 기준 주중 22만1000원, 주말 28만원이었다. 비싼 곳은 주말 그린피가 30만원을 넘는 곳도 있지만, 20만원대가 더 많다.

방콕 골프클럽 클럽하우스에 설치된 그린피 등 골프장 이용료 안내판. (사진=주영로 기자)
골프장별 요금을 보면, 방콕 시내에서 북쪽으로 약 32km 떨어진 방콕GC의 평일 그린피는 2300바트(약 8만6000)부터 주말은 3100바트(약 11만5900원)가 최소 요금이었다. 여기에 골퍼 1명당 캐디피 400바트(약 1만5000원)에 카트 이용료 750바트(약 2만8000원)를 별도로 내야 했다.

방콕에서 북쪽으로 약 40km 정도 떨어진 나콘바톰의 로열젬스 골프&스포츠클럽도 비슷했다. 이 골프장의 평일 요금은 그린피 2400바트(약 8만9700원)에 캐디피 400바트(약 1만5000원), 골프카트 700바트(약 2만6000원)를 내야 했고, 주말은 그린피와 캐디피, 카트 이용료를 포함해 4250바트(약 15만8900원)로 더 비쌌다.

태국 내에서도 고급 골프장으로 이름이 알려진 곳의 그린피는 이보다 더 훨씬 더 비싸 한국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었다.

아시안투어 타이오픈 등의 개최지였던 RG시티 골프클럽의 주말 이용료는 6200바트(한화 23만1800만원) 수준이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 대회가 열리는 시암 컨트리클럽 올드코스의 주말 이용료도 5900바트, 파타야 인근에 있는 태국 골프장 중에서도 최고급으로 손꼽히는 알파인 컨트리클럽의 주말 그린피는 7200바트(약 27만9000원)까지 올랐다.

방콕에서 한국의 골퍼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가이드 A씨는 “코로나19로 태국의 골프장은 지난 3년 가까이 거의 영업하지 못한 상태였다”며 “이번 겨울부터 현지 골퍼들이 골프장을 찾는 일이 잦아졌고 최근에는 한국에서 골프여행객까지 몰려오면서 그린피가 크게 올랐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평균 30% 이상 인상된 것 같다”고 코로나19 이전과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예전처럼 주말에도 2000바트(약 7만7400원) 정도 내면 라운드할 수 있는 골프장도 많고, 한국에서 100~200만원 정도하는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면 4~5일동안 마음껏 라운드할 수도 있다”면서 “다만, 요즘 골프여행을 오는 골퍼들 상당수는 코스 상태가 좋고 클럽하우스 등 시설이 고급스러운 골프장에서 라운드하길 원한다. 그런 골프장의 이용료는 주말에 거의 20만원 이상이다. 저렴한 곳에서 라운드하려면 몇 시간씩 이동해야 하고 가보면 코스 상태나 숙박 시설 등의 수준이 떨어지는 곳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라고 덧붙였다.

태국이 골프여행지로 인기를 누려왔던 또 다른 이유는 이른바 ‘황제 골프’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4~5년 전만 해도 다른 골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여유롭게 골프 칠 수 있는 ‘황제 골프’가 가능한 골프장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겨울 방콕 인근에서 그런 골프장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친구끼리 방콕으로 골프여행을 왔다는 골퍼 B씨는 “평일에도 18홀 라운드하는데 최소 5시간 반 이상이 걸리는 곳이 많았고 주말에는 6시간 넘게 걸릴 때도 있었다”라며 “친구들과 편하게 골프도 치고 여행도 할 목적으로 먼 태국까지 왔는데 라운드하면서 기다려야 할 때가 많아 힘들었다. 오랜만에 골프여행을 오는 거라 기대하고 왔는데 동남아시아에 와서 마음껏 골프 치고 간다는 건 이제 옛말이 된 것 같다”고 예전과 달라진 분위기에 실망스러워했다.

B씨의 일행 C씨는 “5년 전 태국에 왔을 때는 관리가 잘 된 고급 골프장에 가더라도 하루 10~15만원 정도 내면 라운드할 수 있었는데 이제 그 돈이면 9홀 라운드밖에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라며 “따뜻한 날씨를 빼면 태국에 와서 주말에 20만원이 넘는 돈을 내고 골프를 쳐야 하니 이제는 자주 오지 못할 것 같다. 코로나19 이후 한국도 그린피가 많이 올라 부담인데, 태국에서도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태국 방콕 인근 로열젬스 골프&스포츠 클럽 스타트 하우스 앞에 골프카트가 대기하고 있다. (사진=주영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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