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 “그랜드슬램까지 여정…한 걸음씩 천천히 나아갈 것”(인터뷰)

지난해 3년 8개월 만에 메이저 우승하며 ‘부활’
비시즌에는 화가 변신…전시회도 개최
다시 본업으로 돌아와 16일 사우디 인터내셔널로 시즌 시작
골프 생활 목표는 4대 메이저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
“마음만 앞서기보다 과정에 집중하겠다” 각오
  • 등록 2023-02-13 오전 12:00:00

    수정 2023-02-13 오전 12:00:00

전인지(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신인 때부터 지금까지 야디지북에 ‘즐겁고 신나게 몰입하자’라는 문구를 적고 있습니다. 올해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3년 8개월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부활한 전인지(29)는 그 누구보다도 바쁜 비시즌을 보냈다. 지난해 12월 직접 그린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어 화가로 데뷔했고, 지난달 초 미국 팜스프링스로 출국해 전지훈련에 매진했다. 지난 9일에는 시즌 첫 대회인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 참가를 위해 사우디로 출국했다.

전인지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사람들 앞에서 내 그림을 설명하는 등 색다른 경험을 했고 또 다른 동기부여도 됐다. 오히려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덕분에 미국에 와서는 훈련에 더 많은 에너지와 포커스를 둘 수 있었다. 색다르고 의미 있는 겨울이었다”고 돌아봤다.

201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해 올해로 투어 생활 11년 차를 맞은 전인지는 한국 여자 골프에서 가장 성공한, 가장 인기가 많은 선수였지만 반면 긴 슬럼프를 겪은 선수이기도 하다. KLPGA 투어에 데뷔하자마자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며 간판스타로 떠올랐고, 2015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US 여자오픈에서 덜컥 우승을 차지해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LPGA 투어 첫해였던 2016년에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남녀 메이저 대회 최소타(21언더파 263타) 기록을 세우며 정상에 올랐다.

‘앵무새, 덤보를 만나다: 호기심이 작품이 될 때’ 그림 전시회 간담회에서 전인지가 작품 소개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골프도 그림도 완벽하게…그림으로 이겨낸 슬럼프

이후 그는 부진에 빠졌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1승을 거두는 데 그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고민이 쌓일수록 성적은 더욱더 좋지 않았다. 그럴 때 접한 게 ‘그림’이다. 1년 전 겨울 박선미 작가를 만난 전인지는 그림을 그리면서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고 캔버스 위에 표현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우승이 찾아왔다.

전인지는 완벽주의자이기도 하다. 골프든 그림이든 직업이 되는 순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골프 선수가 재미로 그림을 그린다는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 밤새며 그림을 그리다가 잠들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는 “전시회 날짜를 잡고 준비하면서 압박감이 커졌다. 진지하게 임하지 않으면 그림을 업으로 삼는 분들께 죄송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발에 드로잉을 하던 취미 활동과 전시회를 위한 그림 그리기는 차원이 다른 작업이었다고도 전했다. 전인지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니 스트레스가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였고 힘든 시간이 더 많았다. 그렇지만 전시회에 오셔서 저의 마음을 느껴주시고 그 반응을 보는 게 너무나 색달랐다”며 기뻐했다. 특히 화랑을 찾은 이들이 작품 <되찾은 나>를 통해 밝은 에너지를 받을 때, 작품 <아픔>의 스케치만 보고도 박선미 작가가 눈물을 흘렸을 때 등 그림으로 타인과 교감하는 순간이 특별했다고 떠올렸다.

그림을 통해 또 하나의 동기부여를 얻은 전인지는 1월 중에는 미국에서 쇼트게임과 퍼팅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지난해보다 좋은 한 해를 보내고, 4대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루는 것이 목표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대회 한 개 만을 남겨놓은 전인지는 지난해 8월 AIG 여자오픈(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대기록을 이룰 뻔했지만 연장전에서 아쉽게 패해 준우승을 기록한 바 있다. US 여자오픈과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모은 전인지는 올해 4월 셰브론 챔피언십이나 8월 AIG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 여자 골프 역대 8번째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전인지는 “그랜드슬램까지의 여정을 천천히, 많은 사람과 함께 해보라는 뜻이 아닐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는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을 미리 생각하기보다는 눈앞에 주어진 걸 하나씩 해나가려고 한다. 이루고 싶다는 마음만 앞서고 과정에 집중하지 못하면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인지가 지난해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뒤 시상식에서 트로피에 키스하고 있다.(사진=AFPBBNews)
아람코 사우디 인터내셔널로 2023시즌 시작

전인지는 9일 미국에서 사우디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월에 열린 LPGA 투어 개막전에서는 준비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불참했다. 대신 16일 개막하는 유럽여자프로골프(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비테이셔널로 올해 첫 대회를 시작하기로 했다. LPGA 투어에 돌입하기에 앞서 실전 감각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주최 측으로부터 초청 연락을 받은 전인지는 사우디에 가본 적도 없는 데다가 미국에서 비행시간만 27시간이 걸리는 대장정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많이 고민했지만, 새로운 경험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출전을 결심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부펀드(PIF)를 통해 최근 남녀 골프에 거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리브(LIV) 골프에 2조5278억원을 쏟아부었고, 올해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은 총상금이 무려 5배가 늘어나 500만 달러(약 63억1000만원)가 됐다.

전인지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예민할 수 있지만 여자 골프에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여자 골프가 스폰서들의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남자 대회 상금과 균형이 맞춰지고 발전하는 데는 좋은 영향이 있다고 본다”고 의견을 냈다. 그는 “투어에서 상금을 많이 버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많이 벌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다. 같은 직장 안에 있는 사람으로서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상금 규모가 커지는 건 감사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LPGA 파운더스상을 받은 뒤 트로피를 들고 기념 촬영하는 전인지(사진=LPGA/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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