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꼬였던 한국 야구 '세계 4강 목표', 컨디션 난조에 눈물

  • 등록 2023-03-14 오전 12:00:00

    수정 2023-03-14 오전 1:27:42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중국의 경기. 5회말 22-2 콜드게임 승리로 경기를 마친 한국 이강철 감독이 강백호 등 선수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쿄=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세계 4강’을 목표로 내걸었던 한국 야구의 바람은 ‘일장춘몽’으로 끝났다.

한국 야구는 2013년과 2017년에 이어 3회 연속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어느 대회보다도 야심차게 대회를 준비했기에 기대가 남달랐다. 그래서 실망감도 더 컸다.

한국 야구는 국제대회 성적에 따라 울고 웃었다. 야구 종주국 미국을 꺾고 4강 신화를 썼던 2006년 1회 WBC, 9전 전승 신화를 쓰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일본과 결승전 연장전 명승부를 펼쳤던 2009년 2회 WBC를 거치면서 한국 야구는 르네상스 시대를 활짝 열었다. 프로야구 800만 관중 시대가 활짝 열렸고 9, 10구단이 만들어지는 등 외형적으로 큰 성장을 거듭했다.

위기는 금방 찾아왔다. 2010년대 들어서면서 이렇다 할 국제대회 성적을 내지 못하자 야구에 대한 관심도 시들어갔다. 여기에 음주운전, 승부조작 등 내부 악재까지 겹치면서 한국 야구는 큰 위기감을 느껴야 했다.

이번 대표팀은 한국 야구의 부활이라는 중책을 안고 출발했다. 최상의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 베테랑과 신예가 총망라된 정예 대표팀을 꾸렸다. 심지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한국계 미국인 토미 현수 에드먼까지 불러와 태극마크 유니폼을 입혔다.

막중한 책임감은 오히려 독이 됐다. 선수들은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눌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단순히 한국 야구의 현실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한 야구인은 “우리 선수들이 KBO리그에서 보여준 기량에 30%도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한국 야구가 이런 악몽을 겪게 된 결정적 이유는 컨디션 관리 실패다. 대표팀은 지난달 14일 미국 애리조나 투손에서 소집돼 한 달 가까이 대회를 준비했다. 전지훈련은 시작부터 문제가 많았다. 호주, 괌, 일본 등 다른 지역에서 전지훈련을 하던 선수들은 한국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와야 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은 녹초가 됐다. 훈련도 하기 전에 엄청난 피로감을 떠안았다.

훈련 환경도 좋지 않았다. 애리조나는 겨울에도 기온이 높고 비가 거의 오지 않아 스프링캠프 훈련지로 인기가 높다. 한국 팀들은 물론 미국 메이저리그 팀들도 이곳에서 훈련하고 시범경기를 치른다.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비바람이 몰아쳤다. 심지어 눈이 오기도 했다. 정상인 훈련이 불가능했다. 따뜻한 환경에서 어깨를 단련하고 투구 감각을 끌어올려야 하는 투수들에게는 최악이었다. 설상가상 대표팀 훈련 장소인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는 실내 투구 훈련장조차 없었다.

대표팀 투수들은 그래도 안간힘을 썼다. 날씨가 좋은 날 단체로 불펜투구를 했다. 연습경기에선 상대 팀 투수로 나서 대표팀 타자들을 상대로 공을 던졌다. 노력을 안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훈련 부족은 경기력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KBO리그보다 훨씬 미끄럽고 실밥이 작은 공인구 적응 문제까지 겹쳤다. 국제 경험이 적은 젊은 투수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이 반복됐다. 투수 대부분 WBC가 시작된 이후에도 구위와 제구를 찾지 못했다.

불운도 겹쳤다.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하는 과정에서 미국 내 국내선 항공기가 기체 결함으로 뜨지 못했다. 선수단 일부가 8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작은 변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선수들 몸 상태다. 결과적으로 치명적인 악재가 됐다.

돌아보면 일본에서 개최되는 대회를 준비하면서 지구 반대편인 미국을 훈련지로 삼은 것 자체가 난센스였다. 큰 국제대회를 앞두고는 개최 장소에서 적응 훈련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개최국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호주도 일찌감치 일본에 들어와 훈련에 집중했다.

반면 한국은 WBC 첫 경기(9일 호주전)를 앞두고 겨우 닷새 전인 4일 일본에 들어왔다.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시차 적응은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일본에 처음 내린 곳은 도쿄가 아닌 오사카였다. 충분한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일본 프로팀과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 뒤 도쿄로 이동했다. 살인적인 스케줄이라 불러도 무방했다. 선수들이 정상적으로 경기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

물론 모든 것은 결과론이다. 부질없는 변명이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다. 단지 대표팀 선수들에게만 책임을 묻고 비난을 퍼붓기에는 준비 과정에 문제가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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