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위 이민지 꺾은 이다연의 승부수 3가지 '강심장·간절함·결정력'

KLPGA 하나금융 챔피언십 3차 연장 끝에 우승
유독 큰 대회에서 강했던 강심장의 소유자
연장 시작하며 "못해도 2등..할 것만 하자"
3차 연장 퍼트 앞두고 "확실하게 치자"
  • 등록 2023-09-25 오전 12:05:00

    수정 2023-09-25 오전 12:05:00

이다연이 24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마지막 날 4라운드 3차 연장에서 버디 퍼트를 넣은 뒤 주먹을 쥔 손을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인천=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못해도 2등이라는 생각으로 할 것만 잘하자는 마음이었다.”

72홀 승부가 아닌 단판 승부로 우승자를 가리는 연장전에선 강심장일수록 유리하다. 이다연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유독 큰 대회에 강한 선수라는 평가를 듣는다. 통산 7승 중 3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차지해 붙여진 수식어다.

24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에서 이다연의 강심장이 다시 빛났다.

4라운드 합계 8언더파 280타를 쳐 호주교포 이민지, 태국의 패티 타와타나낏과 연장에 들어갔다.

이다연이 연장에서 상대해야 할 이민지와 타와타나낏은 객관적인 경기력에서 모두 한 수 위다.

이민지는 세계랭킹 7위로 이번 대회 참가 선수 중 가장 높다. LPGA 투어에서 통산 9승을 거뒀고 2주 전 크로거 퀸 시티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타와타나낏은 세계랭킹 78위로 이다연보다는 6계단 아래에 있지만, 2021년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셰브론 챔피언십 우승자다.

연장전에서 쉽지 않은 상대를 만났으나 이다연에겐 우승해야 한다는 간절함과 큰 경기에서 강한 대범함 그리고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결정력에서 앞섰다.

18번홀(파4)에서 치러진 1차 연장에서 타와타나낏이 보기를 하면서 탈락했다.

2차 연장에선 이다연이 위기를 맞았다. 그린 뒤에서 굴린 공이 홀을 훌쩍 지나쳐 3m가 넘는 파 퍼트를 남겼다. 이민지가 친 버디 퍼트는 홀을 벗어났으나 80cm 지점에 멈춰 무난한 파가 예상됐다.

이다연은 집중해 파 퍼트를 했으나 이마저도 홀을 벗어났다.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당연히 파 퍼트를 넣을 것으로 여겼던 이민지가 뼈아픈 실수를 했다. 파 퍼트를 놓치면서 이다연에게 천금의 기회가 다시 왔다.

경기 뒤 이다연은 “(파 퍼트를 놓치고) ‘또 2등으로 끝날 수 있겠구나’라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이민지 선수가 파 퍼트를 놓쳤을 때 나 역시 많이 놀랐다”고 당시 순간을 돌아봤다.

이다연은 세계랭킹 7위의 실수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3차 연장에서 두 번째 친 공이 홀 뒤 약 7m 지점에 멈췄다. 경사도 있어 버디 성공 확률이 커 보이지 않았다. 이민지는 3m에 붙여 이다연을 압박했다.

이다연이 먼저 버디를 했다. 이민지는 가까운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놓쳤다. 75홀까지 이어진 긴 승부 끝에 이다연이 통산 8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다연은 3차 연장 버디 퍼트의 순간을 이렇게 돌아봤다.

그는 “결과를 예측하지는 않았다. 그것보다 지금 내가 해야 할 것과 믿어야 할 것을 믿고 치자는 마음뿐이었다”라며 “이민지 선수가 더 가깝게 붙여놨고 안정적으로 치기보다는 확실하게 치자는 생각으로 친 게 버디가 됐다”고 말했다. 꼭 해내야 한다는 목표와 믿음 그리고 실행으로 옮긴 결정력이 우승의 주인공을 가린 승부수였다.

지난 4월 KLPGA 챔피언십에 이어 약 5개월 만에 우승한 이다연은 눈물을 흘렸다. 4년 전 이 대회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날 역전을 허용하며 우승을 놓쳤던 뼈아픈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그날의 패배는 이다연에게 이 대회에서 꼭 우승해야 한다는 간절함으로 남았다.

이다연은 “2019년에 3타 차에서 역전패를 당한 적이 있다. 그 뒤 이 대회에서 우승을 꼭 한 번 하고 싶었고 이렇게 연장까지 가면서 극적으로 우승해서 감정이 극대화 돼 눈물이 났다”며 “많은 사람들이 큰 경기에 강하다는 말을 하는 데 나 자신에게 큰 힘이 되고 자신감을 준다. 내 경기 스타일이 메이저나 큰 대회의 코스 세팅과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다연은 이번이 생애 처음 치른 연장전이었다. 게다가 LPGA 투어 강자들과 치르는 연장전으로 부담이 더 컸을 수 있지만, 강심장으로 이겨냈다.

이다연은 “연장을 시작하면서 ‘못해도 2등이다’라는 마음이었고, 못해도 2등이니까 할 것만 하면서 자신 있게 하자는 마음이었다”라며 “첫 연장에서 이렇게 우승하게 돼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앞으로 또 연장전을 하면 우승을 할 수도 있고 2등도 할 수 있겠으나 이번 연장전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우승상금 2억7000만원을 받은 이다연은 시즌 상금 6억8508만6333원으로 늘려 상금랭킹 3위로 올라섰다. 올해 두 번의 우승으로 받은 상금만 5억400원이다.

이다연은 지난해 왼쪽 팔꿈치와 팔목 인대 파열로 일찍 시즌을 마감했다. 회복을 위해 긴 시간 공백을 가졌으나 올해 완벽하게 부활했다.

이다연은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대회가 남아 있다. 메이저 대회도 하나 남아 있으니 하이트진로 챔피언십까지 준비를 잘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당연히 선수라면 개인 타이틀도 얻고 싶다. 말처럼 쉽지는 않았으나 도전을 멈추지 않고 계속하면 언젠가는 기회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남은 시즌도 기대했다.

이다연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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