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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과 4년6개월 간 함께 했다. 시련도 많았다. 26일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만감이 교차할 것 같다 ▲이 작가: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그렇게 오래 했나 싶은 생각이 먼저 든다. 한 1년 정도 한 느낌이랄까. 경주마처럼 스태프들은 매주 앞만 보며 달려왔다. 그렇게 살다 보니 우리가 얼마나 달려왔는지 그 시간과 거리가 실감 나지 않는다. 촬영이 끝난다고 작가와 제작진의 일이 끝난 게 아니다. 마지막 여행 마친 당일 우린 서울 올라와서 자막 등 편집 준비를 해야 하니까. 게다가 홍콩 여행(KBS 예능국이 준 포상휴가)도 계획된 터라 다들 정신이 없었다.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다들 코를 어찌나 곯았던지. 정말 다들 `진상`이었다.
"이승기 후회 없다고..미친듯이 올인" -마지막 녹화 끝나고 멤버들과 어떤 말들을 주고받았나?
▲이 작가: (이)승기랑 많은 얘기를 나눴다. 서로 느끼는 감정이 비슷했다. 눈물이 나면서도 덤덤했다. 마지막 여행이란 걸 서로 크게 실감하지 못했다. 원래 떠나는 사람들은 잘 모르잖나. 승기가 그런 말을 하더라. "누나, 난 정말 후회 없어요. 진짜 열심히 했거든요"라고. 전적으로 동의한다. 승기는 미친 듯이 `1박2일`에 올인했다.
▲최 작가: 내가 눈물을 흘리고 있어서 오히려 다른 멤버들과는 길게 얘기 못 했다. 떠나는 사람보다 오히려 남는 사람들이 더 슬퍼했으니까. 마지막 촬영은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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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 정말 1%도 생각하지 못했다. `1박2일` 기획 모토는 `느티나무 아래서 등목 한 번 해보자`였다. 정말 소박했다. 그냥 아날로그 정서 하나였다. 감동코드는 생각지도 못했다. 당시 시청률도 5~6% 나올 때였다. 그만큼 만드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없었단 소리다. `하면서 성장했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그때만 해도 멤버들이 차로 이동하는 장면은 잘 쓰지도 않았다. `방송은 다 준비해 놓고 짠 하고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으니까. 물론 지금은 멤버들이 만나 차로 이동하는 에피소드가 가장 재밌는 게 돼버렸지만.(웃음)
▲최 작가: 처음에 `1박2일` 작가 면접 보러왔을 때가 생각난다. 기획 의도를 물으니 이명한 PD(`1박2일` 전 PD)가 "그냥 시골 가서 텐트치고 잘 거야"라고 하더라. 그러다 여행을 가보니 지역 주민과 소통도 하게 됐다. 하다 보니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란 깨우침을 얻었다.
▲이·최 작가: 유행이라는 게 있다. 많은 사람은 그 유행을 즐긴다. 힙합룩이 유행하면 그 힙합 패션을 함께 즐기는 식이다. 대세를 거스르지 않으며 대부분 사람은 저마다의 개성을 표현한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프로그램에도 유행이 있다. 당시 방송가는 리얼리티로 `판`이 바뀌는 시기였다. 방송은 대중문화다. 시청자가 원하는 걸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다. `1박2일`도 이런 고민에서 시작했다. `무한도전`이 리얼 버라이어티로 판을 바꿨다면 `1박2일`은 그 흐름 속에 변주로 다른 길을 갔다. 그리고 그런 변화를 시청자도 나중에는 알아줬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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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C는 예능에서 처음 보는 그림..진정성 살려" -멤버 하차 때도 당연히 흔들렸을 것 같다. 김C는 외부 역풍 없이 스스로 떠났다. 그만큼 제일 아쉬움이 남는 멤버일 것 같다 ▲이 작가: 사실 김C는 하차하기 전 6개월 전부터 우리에게 그만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김C는 대체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그는 `1박2일`에 진정성을 불어넣었다. 사람들은 김C가 맛있다고 하면 진짜 맛있다고 생각했고 힘들다고 하면 진짜 힘들구나라고 여겼다. 김C는 정말 예능에서는 처음보는 캐릭터였다. 까나리 액젓을 먹으면 보통 예능에 젖은 사람은 더 오버해서 리액션을 하게 된다. 하지만, 김C는 반대로 "먹을 만한데?"라며 별 거부감없이 까나리액젓도 마셨다. 그때 `아, 저 사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은 김C가 방송 초반에 "나, 밖에서 잘만한데 이럴 때 좀 춥다고 해야 하는 거야?"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야냐, 절대 그러지 마 오빠. 그냥 오빠 느끼는 대로 해"라고 말해 준 적이 있다.
▲최 작가: 김C는 정말 자상한 사람이었다. 스태프들 침낭도 사주고 여러모로 잘 챙겨줬다. 정말 특이하기도 했고. 외모는 누룽지 좋아할 거 같은데 커피는 항상 아메리카노에 샷 추가로 마셨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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