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5일 `1박2일` 품은 두 명의 달(인터뷰①)

국민 예능 `1박2일`의 주역
  • 등록 2012-02-26 오전 6:00:00

    수정 2012-02-26 오전 10:05:19

▲ 이우정(사진 왼쪽)·최재영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작가(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 이우정(37)·최재영(35) 작가. 두 사람은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의 숨은 `씽크 탱크`다. 영화 `시네마 천국`의 엔딩을 연상케 하는 감동. `1박2일` 다섯 멤버(엄태웅·이수근·은지원·김종민·이승기)의 마지막 여행 중 극장 이벤트도 두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뿐만이 아니다. 강호동도 울게 한 `외국인 근로자 특집`도 두 사람의 입에서 시작됐다. 이·최 작가는 `1박2일`의 `살아 있는 화석`이다. 두 사람은 2007년 8월5일 시작부터 `1박2일`과 동고동락했다. 강호동이 은퇴를 고민할 때도 둘은 그의 옆을 지켰다. MC몽이 하차하고 지상렬과 김C가 떠난 순간에도 함께했다. 1665일간 `1박2일`을 품은 `두 명의 달`. "`1박2일`은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다." 이 작가가 `1박2일`을 찬란하게 추억했다. 최 작가는 "군 생활을 두 번 한 셈"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 두 사람이 `1박2일` 시즌2 출범과 동시에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됐다. `1박2일`을 떠나는 이 작가와 시즌2까지 이어달리기를 시작한 최 작가. "고생해라, 난 이만" 이 작가가 후배인 최 작가에 환하게 웃으며 작별인사를 건넸다. "네…." 최 작가는 맥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런 두 사람에게 `1박2일` 후일담을 들었다.

-`1박2일`과 4년6개월 간 함께 했다. 시련도 많았다. 26일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만감이 교차할 것 같다 ▲이 작가: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그렇게 오래 했나 싶은 생각이 먼저 든다. 한 1년 정도 한 느낌이랄까. 경주마처럼 스태프들은 매주 앞만 보며 달려왔다. 그렇게 살다 보니 우리가 얼마나 달려왔는지 그 시간과 거리가 실감 나지 않는다. 촬영이 끝난다고 작가와 제작진의 일이 끝난 게 아니다. 마지막 여행 마친 당일 우린 서울 올라와서 자막 등 편집 준비를 해야 하니까. 게다가 홍콩 여행(KBS 예능국이 준 포상휴가)도 계획된 터라 다들 정신이 없었다.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다들 코를 어찌나 곯았던지. 정말 다들 `진상`이었다.

"이승기 후회 없다고..미친듯이 올인" -마지막 녹화 끝나고 멤버들과 어떤 말들을 주고받았나?

▲이 작가: (이)승기랑 많은 얘기를 나눴다. 서로 느끼는 감정이 비슷했다. 눈물이 나면서도 덤덤했다. 마지막 여행이란 걸 서로 크게 실감하지 못했다. 원래 떠나는 사람들은 잘 모르잖나. 승기가 그런 말을 하더라. "누나, 난 정말 후회 없어요. 진짜 열심히 했거든요"라고. 전적으로 동의한다. 승기는 미친 듯이 `1박2일`에 올인했다.

▲최 작가: 내가 눈물을 흘리고 있어서 오히려 다른 멤버들과는 길게 얘기 못 했다. 떠나는 사람보다 오히려 남는 사람들이 더 슬퍼했으니까. 마지막 촬영은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도 모르겠다.
▲ `1박2일`
-4년 6개월 간 추억을 영상으로 선물한 극장 이벤트는 감동적이었다 ▲이·최 작가: 처음에는 멤버들이 눈치챌 줄 알았다. 마지막 여행에서 영화 관람한다고 하면 뜬금없다고 의심할 수도 있잖나. 다들 `촉`이 워낙 좋아서 걱정도 했다. 그런데 멤버들이 정말 `마지막 여행`이라는 것에 몰입해서 앞을 내다보지 않더라. 그냥 촬영 순간순간에 집중했다. 우리도 다소 의외였다.

"시청률 5~6%로 출발..느티나무 아래서 등목 한 번 해보자였는데..." -`1박2일`도 시작은 미약했다. 그러다 `국민 예능`이 됐다. 이렇게 판이 커질 줄 알았나

▲이 작가: 정말 1%도 생각하지 못했다. `1박2일` 기획 모토는 `느티나무 아래서 등목 한 번 해보자`였다. 정말 소박했다. 그냥 아날로그 정서 하나였다. 감동코드는 생각지도 못했다. 당시 시청률도 5~6% 나올 때였다. 그만큼 만드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없었단 소리다. `하면서 성장했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그때만 해도 멤버들이 차로 이동하는 장면은 잘 쓰지도 않았다. `방송은 다 준비해 놓고 짠 하고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으니까. 물론 지금은 멤버들이 만나 차로 이동하는 에피소드가 가장 재밌는 게 돼버렸지만.(웃음)

▲최 작가: 처음에 `1박2일` 작가 면접 보러왔을 때가 생각난다. 기획 의도를 물으니 이명한 PD(`1박2일` 전 PD)가 "그냥 시골 가서 텐트치고 잘 거야"라고 하더라. 그러다 여행을 가보니 지역 주민과 소통도 하게 됐다. 하다 보니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란 깨우침을 얻었다.

-방송 초기에는 `무한도전`과 비교 대상이 됐다. `아류`라는 혹평도 나왔다

▲이·최 작가: 유행이라는 게 있다. 많은 사람은 그 유행을 즐긴다. 힙합룩이 유행하면 그 힙합 패션을 함께 즐기는 식이다. 대세를 거스르지 않으며 대부분 사람은 저마다의 개성을 표현한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프로그램에도 유행이 있다. 당시 방송가는 리얼리티로 `판`이 바뀌는 시기였다. 방송은 대중문화다. 시청자가 원하는 걸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다. `1박2일`도 이런 고민에서 시작했다. `무한도전`이 리얼 버라이어티로 판을 바꿨다면 `1박2일`은 그 흐름 속에 변주로 다른 길을 갔다. 그리고 그런 변화를 시청자도 나중에는 알아줬다고 믿는다.
▲ `1박2일` 부산 특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이·최 작가: 당연히 사직구장 논란(`1박2일`은 2008년 사직구장에서 촬영을 진행하며 관중의 경기 관람을 방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홍역을 치렀다.)이다. 우리로서는 억울한 면이 많았다. 게다가 이전에 큰일을 겪어본 적이 없어 충격이 컸다. 예방주사도 맞지 않은 상황이었으니까. 그렇지만 공부가 됐다. 맷집도 단단해졌고. 위기 대처 방법도 터득하게 됐다.

"김C는 예능에서 처음 보는 그림..진정성 살려" -멤버 하차 때도 당연히 흔들렸을 것 같다. 김C는 외부 역풍 없이 스스로 떠났다. 그만큼 제일 아쉬움이 남는 멤버일 것 같다 ▲이 작가: 사실 김C는 하차하기 전 6개월 전부터 우리에게 그만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김C는 대체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그는 `1박2일`에 진정성을 불어넣었다. 사람들은 김C가 맛있다고 하면 진짜 맛있다고 생각했고 힘들다고 하면 진짜 힘들구나라고 여겼다. 김C는 정말 예능에서는 처음보는 캐릭터였다. 까나리 액젓을 먹으면 보통 예능에 젖은 사람은 더 오버해서 리액션을 하게 된다. 하지만, 김C는 반대로 "먹을 만한데?"라며 별 거부감없이 까나리액젓도 마셨다. 그때 `아, 저 사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은 김C가 방송 초반에 "나, 밖에서 잘만한데 이럴 때 좀 춥다고 해야 하는 거야?"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야냐, 절대 그러지 마 오빠. 그냥 오빠 느끼는 대로 해"라고 말해 준 적이 있다.

▲최 작가: 김C는 정말 자상한 사람이었다. 스태프들 침낭도 사주고 여러모로 잘 챙겨줬다. 정말 특이하기도 했고. 외모는 누룽지 좋아할 거 같은데 커피는 항상 아메리카노에 샷 추가로 마셨으니까.
▲ `1박2일` 다섯 멤버와 두 작가
▶ 관련기사 ◀ ☞"강호동이 무너진 두 번"·"나영석은 원시인"(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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