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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팀 패배로 빛이 바래긴 했지만 이날 홈런은 이대호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었다. 단순히 최근 홈런 페이스가 좋은 것 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대호가 홈런 친 볼 카운트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1회초 1사 1루서 세이부 선발 오카모토 요스케가 던진 초구(가운데 몰린 역회전 볼)를 받아 쳐 홈런으로 연결했다. 이대호가 무려 1년 1개월여 만에 친 초구 홈런이었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다.
이대호가 마지막으로 초구 홈런을 친 것은 지난해 8월29일 라쿠텐전서 노리모토를 상대로 뽑은 것이 마지막이었다. 1년1개월에서 약 열흘 정도 빠진 기간이다.
적극적인 타격을 하는 이대호는 초구를 좋아하는 선수다. 초구를 쳐서 좋은 성적으로 내는 대표적인 타자이기도 하다. 올시즌에도 초구 타율은 이 경기 전 까지 67타수 29안타, 타율 4할3푼3리로 좋은 성적을 냈다.
눈길이 가는 건 유독 2스트라이크 이후 타격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20일 현재 초구 공격은 68회였지만 2스트라이크 이후로는 각각 36(0-2) 86(1-2) 92(2-2) 56(3-2)회나 된다. 볼 카운트 2-2에서의 타격은 카운트 별 공격 횟수 중 최다 기록이다.
이대호가 초구를 쳐서 안타 만드는 확률은 여전히 높지만 그에 못지 않게 파울이 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거다 싶어 노려 친 초구가 파울이 되며 불리한 카운트에서 타격을 하는 비율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뜻한다.
이대호는 올 시즌, 아키야마 감독으로부터 종종 원 포인트 레슨을 받았다. 내용은 한결같았다. “너무 잘 치려다 보니 오히려 밸런스가 무너진다. 왼쪽 어깨가 너무 빨리 열린다”는 것이었다.
시즌 내내 거의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해 온 이대호다. 그러나 득점권에서는 좋지 못한 결과를 냈다. 홈런과 타점이 줄어드는 시즌 초, 중반을 겪어야 했다. 신경쓰지 않으려 한다고 했지만 마음이 쓰이지 않을 리 없었다.
그의 빨리 열리는 어깨가 그 증거다. 힘껏 치겠다는 의욕이 욕심으로 넘어가며 좋은 밸런스를 무너트린 것이다. 초구의 안타율은 여전히 수준급이지만 힘을 실어 홈런이 되는 비율은 눈에 띄게 떨어진 이유다. 맞히기는 해도 이미 파워 포지션이 풀린 탓에 힘을 싣지 못한 탓이다.
여기에 13개월만에 초구 홈런이 나왔다. 노려친 공에도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음을 뜻한다. 시즌 막판의 리그 우승 레이스와 포스트시즌에서의 이대호를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