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받는 코비, 부러운 美 리스펙트 문화

  • 등록 2014-12-16 오전 6:54:32

    수정 2014-12-16 오전 6:54:32

[이데일리 e뉴스 박종민 기자] ‘리스펙트(respect)’는 라틴어 레스피세레(respicere)에서 왔다. 이는 ‘다시 본다’는 의미를 지닌다.

15일(한국시간) 코비 브라이언트(36·LA레이커스)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1)의 통산득점(3만2292점) 기록을 돌파했다. 2쿼터 5분 24초를 남기고 브라이언트가 자유투 2구를 성공하자 타임아웃이 선언됐다. 기록 달성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고의로 경기를 잠시 중단한 조치다. 미네소타 미네아폴리스 타겟센터를 메운 관중은 일제히 일어나서 상대팀 브라이언트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브라이언트를 ‘다시 본’ 셈이다.

참 부러운 문화다. 미국에는 ‘리스펙트’ 문화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칭찬에 인색한 한국 사회는 이 ‘리스펙트’ 문화에 익숙하지 못하다. 어려서부터 칭찬을 그다지 받지 못하고 자란 다수의 한국인들은 누군가 자신을 향해 칭찬하면 멋쩍어하거나 ‘입에 발린 말’이라며 상대의 진심을 애써 외면한다.

△ 코비 브라이언트. (사진= Gettyimages/멀티비츠)


미국 스포츠에서 특히 이 ‘리스펙트’ 문화가 두드러지는 경우는 대스타의 은퇴식이다. 최근에는 약 20년간 뉴욕 양키스의 상징으로 군림한 데릭 지터(40)의 은퇴식에서 리스펙트를 엿볼 수 있었다. 은퇴한 야구스타 폴 오닐, 티노 마르티네즈, 마리아노 리베라 등을 비롯해 농구계 전설 조던도 자리를 빛냈다. 한국에 대입하자면 양준혁의 은퇴식에 허재가 온 모양새다. 분명 한국인들이 보기엔 독특한 ‘한 컷’이었지만 미국인들에겐 그다지 놀라운 광경이 아니었다.

브라이언트나 지터나 사실 경기 외적인 사생활 부분에선 문제가 있었다. 브라이언트는 지난 2003년 19세 호텔 여종업원을 강간했다는 혐의를 받고 법정에 출두한 바 있다. 지터는 현역시절 시즌과 비시즌을 가리지 않고 여러 여성들과 숱하게 잠자리를 가지는 등 이미 문란한 사생활로 정평이 난 선수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그는 잠자리의 대가로 여성에게 사인이 담긴 물품을 건넨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한국인들의 경우 사생활이 문란한 국내 스포츠 스타를 많은 사람들 앞에서 존경한다고 말하는 것은 조금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유교 문화가 이러한 풍토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유교권 국가에서 예우에 인색하다는 것 또한 아이러니한 일이다. 물론 ‘전관예우’는 깎듯이 지키는 듯하다.

리스펙트 문화는 미국 스포츠의 또 다른 볼거리다. 브라이언트의 통산득점 기록 경신 때도 브라이언트가 어떻게 득점할까 라는 생각보다는 경기장 관중의 박수갈채, 브라이언트와 조던의 인터뷰 등을 더욱 기대했다. 아니나 다를까 브라이언트가 기록을 경신하자 숱한 박수갈채를 쏟아졌다. 이에 브라이언트는 수차례 손을 번쩍 들어 관중에게 인사를 건넸다. 예상된 모습이었지만 슈퍼스타의 위업 달성에 존경심을 나타내는 현지인들의 모습은 다시 봐도 정말 보기 좋았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와 ESPN, FOX 스포츠 등 미국 현지 내로라하는 스포츠 언론들도 이 분위기에 동참했다. 이날 브라이언트는 35%(7/20)의 저조한 야투 성공률을 보였지만, 난사를 지적하는 언론은 없었다. 그가 이뤄놓은 업적을 치켜세울 뿐이었다.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칭찬할 것은 칭찬한다는 맥락이다.

미국은 합리적인 것을 대단히 좋아하는 나라다. 이성과 ‘양적 통계’의 나라이기도 하다. 어떤 농구스타가 27+득점을 10경기 연속으로 했다고 치자. 우리나라에선 ‘5점’ 단위로 끊어서 기록을 통계 내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미국에선 정확히 27+득점을 10경기 연속으로 기록한 과거 선수들의 목록을 나열한다. 숫자 ‘1’에도 민감한 게 미국이다.

어떤 선수가 못하면 별의별 통계를 다 가져와 비판하는 데 활용하고, 반대로 잘하면 또 다른 통계를 가져와 극찬하기 일쑤다. 올 시즌 브라이언트의 난사를 거론하면서 주요 스포츠 언론들은 앨런 아이버슨의 과거 기록을 다 동원했다. 브라이언트가 아이버슨보다 ‘볼 호그(Ball hog)’인지 여부를 검증하기에 바빴다.

15일 현지 주요 스포츠 언론들은 브라이언트의 기록 경신을 일제히 대서특필했다. 야투성공률이 40% 미만인 게 ‘팩트(Fact)’이듯 브라이언트가 조던의 기록을 넘은 것 또한 ‘팩트(Fact)’다. 칭찬에 인색하고 ‘마녀사냥’이 도가 지나친 우리네 사회를 쭉 둘러보다가 속된 말로 ‘좋아할 때 좋아해주고, 깔 때 까는’ 미국의 문화를 접할 때면 속이 후련해 질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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