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핑왕’은 기억을 잃은 재벌 3세 루이(서인국 분)와 산골 소녀 복실(남지현 분)의 이야기다. 설정은 익숙하지만, 전개는 그렇지 않았다. 허를 찌르는 유쾌한 반전이 있었다. 서인국은 대본을 읽고 작품의 독특한 감수성을 인지했다. 연기도 ‘쇼핑왕’ 맞춤식으로 준비했다. 애교 부리는 장면을 위해 실제 강아지의 애교를 참고했다. 치밀한 준비 덕분에 흔한 재벌 캐릭터로 치부되던 루이는 일관성과 현실성을 띤 캐릭터로 거듭났다. 이밖에도 만화 같은 전개나 아기자기한 화면은 드라마를 한 편의 동화로 만들었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계속 질문했죠. 예를 들어 루이가 한결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기억을 잃은 후, 기억을 되찾은 후 모두 비슷했으면 했죠. 물고 늘어지듯 대화를 했죠.”
질문은 평소 서인국이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방식이었다. “연기는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인국은 “상대 배우는 물론 연출·카메라·조명·동시 녹음 등 수많은 사람이 드라마를 만든다. 함께 호흡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
2016년은 서인국에게 뜻 깊은 한 해였다. ‘쇼핑왕’에 앞서 OCN 드라마 ‘38사기동대’도 흥행했다. OCN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이다. ‘38사기동대’의 양정도 역으로 지난 21일 제11회 아시아드라마컨퍼런스 특별 표창도 받았다.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그를 지치게 만든 KBS2 ‘너를 기억해’ 이후에 만난 작품이라 감회가 남달랐다.
“‘38사기동대’는 연기의 맛을 가르쳐 줬죠. 처음에 한동화 감독님이 기존 표현에서 20%를 덜어내라는 거예요. 화가 나면 가만히 있고, 사기 칠 때는 심드렁하게 굴고요. 무슨 말인가 했죠. 하면서 알겠더라고요. 훨씬 새롭고 신선했어요.”
다단계 사업가로 분해 부산 사투리로 흡인력 있는 연설을 펼치는 신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자랑이긴 한데”라며 머리를 긁적이던 서인국은 “마동석 형이 지금까지 없었던 브리핑 장면이라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이처럼 알찬 한 해를 보내고 있는 그에게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연말 시상식이다. 그는 “기대하지 않으면 거짓말이다. 결과에 반전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케이블채널 프로그램 출신이란 이유로 지상파서 배척당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것도 옛말이다. 트로피까지 거머쥐면 올 한 해 잘 지은 농사가 더욱 빛날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쇼핑왕’ 이후 ‘믿고 보는 배우’란 수식어를 얻었다. 이보다 값진 상은 없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