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 여혐논란 전면에…여성혐오? 표현자유?

  • 등록 2016-12-06 오전 6:00:00

    수정 2016-12-06 오전 9:02:23

산이·DJ DOC 이하늘·박정우 감독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여혐’(여성혐오) 논란이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또 불거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분노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하면서 여혐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산이와 DJ DOC의 시국송, 그리고 박정우 감독의 발언이 최근에 불거진 논란의 대상이다.

산이와 DJ DOC는 각각 ‘나쁜 년(Bad Year)’와 ‘수취인분명’이란 곡을 발표했다. 두 곡은 ‘시국송’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았으나 이내 여혐 논란에 휩싸였다. ‘나쁜 년’은 ‘나쁜 년’ ‘병신년’ ‘충혈된 네 눈 홍등가처럼 빨개’ 등의 가사가 문제됐다. ‘년’의 경우 해(年)를 뜻하는 말과 여성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중의적으로 사용됐는데 후자의 의미가 문제였다. ‘수취인분명’은 ‘미스박’ ‘하도 찔러대서 얼굴이 빵빵’ 등의 가사가 비난을 받았다. ‘미스’에 대해 DJ DOC 측은 “여성을 의미하는 ‘Miss’가 아닌 실수를 뜻하는 ‘Mistake’에서 갖고 온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DJ DOC는 여혐 논란으로 촛불집회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미스’는 영어권에서도 성차별적인 단어로 여겨지며 한국사회에선 사회적 지위가 낮은 여성을 부를 때 사용됐다는 점에서 이제는 거의 쓰지 않는 말이 됐다. ‘하도 찔러대서 얼굴이 빵빵’은 여성의 성형에 대한 혐오적인 표현이란 지적이다. 두 곡은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을 저격했지만 그 과정에서 여성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박정우 감독이 영화 ‘판도라’ 시사회에서 박 대통령과 최순실을 가리켜 ‘아줌마 둘’이라며 한 발언도 구설에 올랐다.

여혐 논란이 대중문화의 전면에 들어선 것은 근래의 일이다. 논란은 여혐이 대중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대중문화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남성이 여성을 벽에 밀치고 강제로 입을 맞추는 장면이 멋있게 비치고, 힙합 음악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일상에서 쓰이는 ‘여배우’ ‘여교사’ 등 직업을 지칭하는 말들도 여혐으로 지적되곤 한다. 한 신인배우는 최근 SNS에 “여배우는 ‘여혐’이 맞습니다”는 글을 남기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여성혐오는 여성에 대한 공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며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하는 것, 여성에 대한 부정과 폭력, 성적 대상화 모두가 여성혐오입니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박찬욱 감독이 한 보도 프로그램에 출연해 “왜 (여성 배우들을) 배우가 아니라 여배우라고 부르냐”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혐 논란이 발생하는 원인은 복잡하다. 여성차별을 여혐으로 보는 시각이 있고, 여성차별을 여혐과 구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성차별과 성구분을 달리 보기도 하고 그렇게 보지 않기도 한다. 여혐 논란은 개념들이 혼재하면서 곧잘 불거진다. ‘여배우’, ‘여교사’ 같은 말들이 성차별적인 단어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남간호사’라는 말도 있듯 여성의 성역할 및 사회적 지위를 변화시킨 시대적, 문화적 배경을 함께 고려해 그러한 단어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반가운 건 최근의 논란이 대중문화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논란이어서다. 그간 대중문화는 ‘여혐’을 고민이나 여과 없이 등장시키고 노출해왔다. 이번 논란으로 여혐에 대한 문제성을 인지하고 공론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나라가 기본적으로 남성중심사회였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일상생활에 여혐 시각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대중문화 속에 그대로 표현돼왔다”며 “전반적으로 이를 성찰하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창작 활동의 제약을 우려하기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요계 관계자는 “‘수취인분명’은 여성이 아닌 박 대통령을 비판한 곡이지만 일부 표현은 아쉽다”면서도 “대중문화 콘텐츠의 맥락과 의도를 헤아리지 않고 마구잡이식 여혐으로 몰아붙이는 현상은 또 다른 갈등을 조장하고 창작이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하고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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