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승복은 민주주의 에티켓

  • 등록 2017-03-07 오전 6:00:00

    수정 2017-03-07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인오 기자] 2019년부터 골프 규칙이 개정된다. ‘슬로 플레이 차단’ 등 제한 사항도 다수 있지만 전체적인 개정안의 취지는 골퍼들에 대한 ‘배려’다. 대표적인 ‘신사 스포츠’로서 불가항력의 억울함을 없애는 데 주력했다.

몇 가지만 소개하면, 일단 볼이 저절로 움직였을 때 벌타가 사라진다. 지난해 메이저대회 US오픈에서 이 문제로 피해를 봤던 더스틴 존슨은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두 팔 벌려 환영의 뜻을 밝혔다. 벙커에서 볼을 건드렸을 때도 벌타가 없다. 또 캐디가 허락 없이 볼을 집어들어도 괜찮다. 디봇 자국에서의 무벌타 드롭, 스코어카드 오기시 실격 등은 개정안에서 빠졌지만 유명 선수들이 계속 요구하고 있어 곧 사라질 전망이다.

영국의 R&A와 미국의 USGA가 공동으로 제정한 ‘골프규칙(The Rules of Golf)’에서 가장 먼저 소개되는 조항은 에티켓이다. 여기서 에티켓은 단순하게 질서를 지키는 수준이 아니고 코스에서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장소와 동반자에 따라 매너와 에티켓은 다양한 행동양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골퍼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은 바뀌지 않는 골프의 기본 정신이다.

2017년 3월의 대한민국도 ‘배려’가 절실하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탄핵 심판이 다가오면서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졌다. 삼일절에 이어 토요일인 4일에도 광장은 차벽을 사이에 두고 두 동강 났다. ‘나의 행동은 선(善), 남이 하면 악(惡)’이라는 이분법이 여전히 판치고 있다.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이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고, 가짜 뉴스도 민심을 어지럽히고 있다. 서로에게 ‘촛불 좀비’ 또는 ‘아스팔트 할배’라고 막말을 퍼붓는 등 세대갈등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이다. 정치인들마저 편을 나눠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양측의 감정 대립은 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다. 지난 1월 탄핵 기각을 원하는 한 60대 남성이 분신을 시도했고, 삼일절에는 50대 남성이 도끼로 손가락을 자해했다. 탄핵 찬성 측에서는 극단적인 행동은 아직 없지만 “탄핵이 기각되면 총파업과 농기계 시위, 동맹휴업 등 강력한 항의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포했다.

곧 헌재의 심판이이 내려진다. 한쪽은 웃을 것이고 다른 쪽은 비통함에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결과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또 다른 분열과 대립의 시작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차벽이 세워지면서 오랜 기간 극심한 갈등으로 대한민국은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해결책은 ‘배려’다. 양쪽은 누가 보더라도 온 힘을 다했다. 자신들의 목소리와 의견을 충분히 전했다. 따라서 어떤 결정이 내려져도 승복해야 한다. 승복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다. 그리고 낮은 자세로 상대방을 위로해줘야 한다. 우는 자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 정치인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헌재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고 선동하는 행위는 사회 갈등만 증폭시킨다. 지금이라도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국민에게 자제를 호소해야 한다.

골프는 자칫 방심하면 버디가 보기가 된다. 버디 욕심에 손목에 힘을 주면 홀을 훌쩍 지나 3퍼트를 하게 된다. 큰 내기라도 걸렸다면 치명적인 상처로 돌아온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하고 분열 상태가 이어진다면 기업처럼 도산하거나 파산한다. 셰익스피어는 ‘오늘 저지른 남의 잘못은 어제의 내 잘못이었던 것을 생각하라! 잘못이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배려가 실종된 사회는 바퀴 하나로 굴러가는 수레처럼 불안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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