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훈 감독 “5.18 역사에 부담감…현실은 영화보다 더 처참”(인터뷰)

  • 등록 2017-07-24 오전 6:00:00

    수정 2017-07-24 오전 6:00:00

장훈 감독.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역사가 지닌 무게감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5·18민주화운동은 비극적인 역사잖아요. 잘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컸어요.”

내달 2일 개봉하는 ‘택시운전사’는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다.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택시운전사’는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는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던 전 정권 아래에서 제작됐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카페 웨스트 19번지에서 만난 장훈 감독은 시대극에 대한 부담감을 고백했다. 이런 소재가 어떤 이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거나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의심하는 시선들 때문은 아니다.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고, 많은 희생이 있었던 비극적인 이야기여서다.

“5·18민주화운동 당시에 제 나이가 다섯, 여섯 살이었습니다. 그 일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으로서 광주를 다룬다는 게 고민스러웠습니다. 5월에 광주에 제사가 많다고 합니다. 40년 전의 일이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어요. 어중간한 마음으로 섣불리 응할 수는 없었죠.”

영화에는 목숨을 걸고 군인들의 폭압에 저항하는 시민의 모습이 담겨 있다. 군인들이 여성과 노인을 짓밟고 몽둥이로 총으로 가해하는 장면은 눈을 질끈 감게 한다.

“당시의 자료 사진을 보면 현실이 영화보다 훨씬 더 처참합니다. 직접 보고 있기 어려울 정도로요. 표현을 어느 선까지 해야 할지 고민도 했지만 ‘택시운전사’가 충격을 주는데 목적이 있었던 영화는 아니니까 그대로 묘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놀라는 분들이 많아요.”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하는 그의 얼굴에 씁쓸함이 비쳤다. 장훈 감독이 ‘택시운전사’가 마음에 들었던 건 역사적 사실보다 그 당시의 광주를 바라보는 보통사람의 시선을 통해 상식을 얘기하고 있어서다. ‘택시운전사’가 영화의 출발점인 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아닌 택시기사 김사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배경이다. 실존 인물 김사복, 극중 이름 김만섭을 송강호가 연기했다. 소재 탓인지 투자를 받지 못해 난항을 겪었던 ‘택시운전사’는 아니러니하게도 블랙리스트에 이름 올린 송강호가 출연을 결정하면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의형제’(2010) 때에도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 감독에게 송강호는 특별했다.

“감독과 배우로 서로의 역할은 다르지만 송강호 선배는 같은 업에 있는 사람으로서 든든하고 존경하는 선배입니다. ‘의형제’ 때나 지금이나 안주하지 않아요. 예술가나 창작자를 보면 대개는 어느 지점에서 더 이상의 새로움을 찾기 힘든데 송강호 선배는 늘 그 정점을 넘기는 것 같아요. 그 끝이 어디일지 궁금합니다.”

감독으로서 송강호와 유해진을 한 작품에 출연시킨 것에 대한 보람도 읽혔다. 최고의 배우들이 한 데 모여서 같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

“송강호 선배와 유해진 선배의 ‘케미’는 지켜보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정도였죠. 역사적 사실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지만 이렇게 행복한 현장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할 정도로 최고였어요. 영화를 찍으며 느꼈던 마음이 관객에게도 전달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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