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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가 ‘택시운전사’에서 연기한 만섭은 독일 언론인 피터(토마스 크레취만 분)의 광주의 취재를 도운 인물이다. 처음에는 피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광주에 가는지 몰랐다가 그곳에서 시민들이 군부의 폭압에 다치고 목숨까지 잃는 광경을 목격하며 의식의 변화를 겪는다. 송강호는 그 과정을 특유의 친근감과 표현력으로 몰입감 있게 그려냈다. 관객들이 만섭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이유는 만섭이 곧 평범한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서다.
전찬일 평론가는 “만섭이 딸에게 전화를 걸어 ‘손님을 두고 왔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사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던 만섭이 광주항쟁을 겪으면서 공적인 영역으로 넘어가는 부분이다. 그 연결고리가 아주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표현될 수 있었던 것은 송강호 연기 덕분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객은 송강호를 보면서 옆집 아저씨, 동네 아저씨처럼 편안하게 느낀다. 스크린과 관객의 경계를 허무는 송강호의 연기가 캐릭터와 작품에 빠져들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택시운전사’의 연출자 장훈 감독은 송강호의 20년 넘게 이어진 작품과 연기의 열정을 높이 샀다. 송강호와 장훈 감독은 2010년 ‘의형제’로 한 차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장훈 감독은 “7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안주하지 않는 배우다”며 “창작자든 예술자든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정점을 보이는데 송강호는 완성의 지점을 보여준 적이 없다. 그게 지금의 송강호를 있게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