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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은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장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총상금 250만 달러)에서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쳐 공동 6위에 올랐다. 우승을 놓쳤지만, 유소연(27)과 함께 ‘올해의 선수’를 공동수상했고, 상금랭킹 1위(233만5883달러)도 지켰다. 이미 신인상을 수상한 박성현은 3관왕을 차지하며 데뷔 첫 시즌을 마무리했다. LPGA 투어에서 신인상과 올해의 선수상을 동시에 수상한 건 1978년 낸시 로페스(미국) 이후 처음이다. 당시 로페스는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까지 4관왕을 석권했다. 베어트로피는 렉시 톰슨(미국)이 수상했다. 한국 선수가 LPGA 투어 올해의 선수에 선정된 것은 2013년 박인비(29) 이후 올해 박성현, 유소연이 4년 만이다. 또 LPGA 투어에서 신인이 상금 1위에 오른 건 1978년 로페스와 2009년 신지애(29)에 이어 박성현이 세 번째다.한국에서 데뷔 3년 만에 성공신화를 쓴 뒤 올해 미국 LPGA 투어로 진출한 박성현은 또 다른 성공시대를 맞았다.
◇도전, 성적 부담마저 이겨내
박성현에겐 올해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가장 먼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2014년 3수 끝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무대를 밟았다. 첫해 큰 활약 없이 활동했던 박성현은 2015년부터 큰 성장을 보였다. 3승을 거두며 상금랭킹 2위에 올랐고, 2016년에는 7승을 올린 뒤 1인자로 등극했다.
국내 그린을 평정한 박성현은 올해 LPGA 투어에 도전했다. 과감한 선택이었다. 박성현은 이전까지 미국 본토에서 경기를 치러본 경험이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전지훈련 때 1~2달씩 미국에서 생활했고, 지난해 3~4차례 경기를 뛰어본 게 전부였다. 영어 한 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던 박성현에게 미국이라는 낯선 환경은 그 자체만으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박성현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적응했다. 시즌 초반 몇 개의 대회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7월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새 후원사와 계약했다. 작년까지 프로 데뷔 때부터 후원해준 넵스의 모자를 쓰고 경기했다. 올해 하나금융그룹의 모자로 바꿔 썼다. 몸값은 몇 배로 뛰었다. 엄청난 계약금은 박성현의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다. 그러나 그만큼 부담도 뒤따른다. 잘하면 본전이지만 못하면 ‘먹튀’라는 오명을 받을 수 있는 게 프로의 세계다. 박성현은 성적에 대한 부담과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모두 이겨냈다.
◇캐디, 클럽 교체에도 ‘닥공골프’ 여전
클럽을 바꾼 것도 큰 변화 중 하나다. 국내에서 활동하던 시절엔 줄곧 핑(Ping)의 제품을 썼다. LPGA 투어로 떠나면서 테일러메이드의 클럽으로 교체했다. 드라이버부터 아이언까지 모두 바꿨다. 박성현 특유의 ‘닥공(닥치고 공격)’ 골프를 더욱 배가시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박성현의 특기는 장타와 정교한 아이언 샷이다.
보통은 새 클럽으로 교체하면 손에 익기까지 적응기가 필요하다. 빨리 적응하지 못해 부진한 성적으로 시즌을 보낸 선수들도 적지 않았다. 박성현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박성현은 기술적으로 완벽한 스윙을 가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LPGA 투어는 그의 스윙을 현대스윙의 창시자인 ‘벤 호건’과 비유할 정도로 극찬했다. 새 클럽으로 교체한 뒤에도 박성현의 닥공 골프는 계속됐다. 드라이브샷 7위(평균 270.63야드), 아이언샷 그린적중률 7위(75.69%)로 LPGA 무대에서도 수준급을 자랑했다. 새로운 도전과 모든 변화를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실력이었다.
3관왕을 차지한 박성현은 “내가 무슨 일을 해낸 건지 아직 실감이 안 난다”면서 “아쉬운 순간들이 많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뿌듯하다. 올해는 처음이어서 많이 즐기지 못했는데 내년에는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2018년 더 큰 활약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