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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컬슨은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처럼 딱히 우즈에게 ‘독설’을 날린 적이 없다. 우즈가 그간 미컬슨을 자극할만한 발언을 한 것도 아니다. 둘의 골프 실력이 워낙 뛰어나서다. 오히려 스포츠의 특성상 주변에서 둘의 싸움을 부추겼다.
우즈와 미컬슨이 워낙 다른 인생을 살아온 점도 둘을 구분하게 했다. 우즈가 각종 스캔들에 연루될 때 미컬슨은 딸의 졸업식을 위해 메이저대회 US오픈 출전을 포기하는 가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US오픈 우승컵은 미컬슨이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대회 우승)을 달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대회임에도 말이다. 골프를 대하는 방식도 달랐다. 미스샷이 나면 미컬슨은 골프공에 대고 “자기(honey)야, 제발”이라고 속삭였고 우즈는 “이런 빌어먹을”이라고 외쳤다.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을 것 같던 우즈와 미컬슨이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남다른 ‘브로맨스’를 뽐내고 있다. 우즈와 미컬슨은 마스터스 토너먼트 개막을 이틀 앞둔 3일(현지시간) 연습라운드를 함께했다. 우즈가 이글 2개, 미컬슨이 5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프레드 커플스(미국)와 토마스 피터르스(벨기에)를 완벽히 제압했다. 우즈와 미컬슨이 함께 연습라운드를 한 건 1998년 닛산 오픈(현 제네시스 오픈) 이후 20년 만이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타이거와 필이 오거스타에서 함께 연습하는 날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고 감격스러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우즈와 미컬슨은 연습라운드가 끝난 후 서로의 우정을 과시했다. 우즈는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의 우정이 강해졌다”며 “우린 지난 20년간 멋지게 싸웠고 앞으로도 몇 번 더 그랬으면 좋겠다. 물론 20대 초반과 지금이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고 말했다. 미컬슨도 “누구보다 우즈를 존경했다”며 “그가 다시 경기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멋지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