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맷전쟁]①美에 팔고 中베끼고…'K포맷' 명과 암

  • 등록 2018-08-16 오전 6:30:01

    수정 2018-08-16 오전 6:30:01

그래픽=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 “판타스틱!” 화려한 무대에 탄성이 터져 나온다. 가수가 가면을 벗자 경악하는 관중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최근 베일을 벗은 미국 폭스 ‘더 마스크드 싱어’(The Masked Singer) 예고편 중 한 장면이다.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 1주일 만에 70만 뷰를 넘어섰다. 폭스는 지난해 MBC 예능 ‘복면가왕’의 포맷을 구입해 새롭게 제작했다. 업계는 침체된 국내 방송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며 반기고 있다.

여전한 포맷 불법 복제는 풀리지 않는 숙제다. 지난달 중국 후난위성TV가 첫 선을 보인 ‘워자나샤오즈’(我家那小子)는 SBS ‘미운 우리 새끼’를 그대로 차용해 국내 시청자의 공분을 샀다. 스타들의 어머니가 자녀의 일상을 관찰한다는 콘셉트부터 프로그램 구성, 스튜디오 세트 디자인까지 그대로 베껴 만든 수준이다. 그야말로 ‘포맷전쟁’이다.

◇아시아 넘어 미국·유럽으로

국내 예능 포맷 수출은 꾸준한 증가세다. 특히 중국 시장이 활짝 열렸던 2015년이 기점이 됐다. 당시 지상파 포맷 수출액은 전년 대비 319% 증가한 3581달러, 비지상파 포맷 수출액도 144% 증가한 332만 달러를 기록했다. 2016년 하반기 중국의 한한령(한류 제한령)에도 총 5493만 달러로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국내 포맷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정서적·문화적 차이로 멀게만 느껴졌 북미와 유럽의 비중도 늘고 있다. 노년 스타들의 여행기를 담은 tvN ‘꽃보다 할배’는 미국 지상파 NBC에서 ‘베터 레이트 댄 네버’(Better Late Than Never)란 제목으로 시즌1, 2를 제작해 방송했다. 지난 2월 방송한 시즌2 마지막 회는 미국 내 시청자만 531만 명에 달했다.

엔덴몰-샤인 그룹, NBC유니버셜 등 글로벌 콘텐츠사와 협업도 활발해졌다. MBC ‘문제는 없다!’(2018), tvN ‘소사이어티 게임’(2016) 등이 그 결과다. SBS는 바니제이 인터내셔널과 공동제작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더 팬’(가제)을 하반기 선보인다. 제작비만 약 55억 원이 투입된다.

권석 MBC 예능본부장은 “태국에 이어 미국판 ‘복면가왕’의 성공도 기대하고 있다. 수익 창출은 물론 한류에 이바지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며 “‘전지적 참견 시점’도 해외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불법 복제 후 판매까지 ‘뻔뻔’

표절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김성수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방송사가 주장하는 표절 사례는 29건으로 모두 중국에서 이뤄졌다. 한한령 이후 정식으로 포맷 구입이 금지되자 무책임한 베끼기를 한 것으로 관측된다. SBS ‘신의 목소리’는 장수위성TV ‘더 나은 소리’, ‘끝까지 노래한다’로, 상하이동방위성TV ‘천뢰지전’으로 탈바꿈해 전파를 탔다. 심지어 ‘천뢰지전’은 지난 4월 열린 ‘국제 방송 영상물 견본시’에선 버젓이 판매까지 됐다. MIPTV 기간 열린 토론회에서 국제포맷협회(FRAPA) 측은 Mnet ‘프로듀스101’을 그대로 베낀 중국 아이치이 ‘우상연습생’을 불법 복제 프로그램으로 지목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사실상 방송사 간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인 사안이 돼버려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FRAPA와 같은 국제 기구를 활용해 압박하거나 중국 시장과 시청자의 인식 변화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포맷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다매체 시대 경쟁력은 포맷, 즉 저작권(IP)이란 인식이 강화하고 있다. 특히 먹거리가 갈수록 줄어드는 방송사는 데이팅쇼·키즈·드라마 등 포맷의 다변화와 독창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포맷 수출은 ‘복면가왕’·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 음악쇼에 편중됐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포맷 산업은 곧 가라앉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 세계 시장에 프로그램을 마케팅·홍보·유통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양성도 중요하다. 포맷 판매에 그치지 않고 모바일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어플 등 연계 아이템으로 수익을 극대화할 방안을 찾자는 의견도 있다.

김경석 한국콘텐츠진흥원 방송본부장은 “무역 장벽이 강화되는 요즘 포맷은 이를 넘어 설 수 있는 장치”라며 “포맷 산업을 위해 MIPTV 등 국제 행사 지원, 관련 인력을 양성하는 신규사업 ‘포맷 맵’ 추진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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