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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서유기’는 중국 고전 ‘서유기’에 대한 재해석으로 출발한 버라이어티다. 지난 2015년 나영석 PD의 웹예능으로 첫 선을 보였다. 시즌2부터 TV로 진출해 지난 시즌 ‘강식당’, ‘꽃보다 청춘-위너 편’ 등 외전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어느덧 화제성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잡은 tvN 대표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공동연출인 신효정 PD의 색채인 B급 감성은 곧 ‘신서유기’의 핵심이다. 툭 끊어내는 편집이나 딱딱한 자막 폰트 등 기존 예능에선 사용하지 않는 요소를 ‘신서유기’의 재미 포인트로 만든 것도 그의 힘이었다. 그는 스스로 진화해가는 ‘신서유기’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 “역시 재미”라며 “웃길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답했다.
이하 신효정 PD와 일문일답이다.
(인터뷰②에 이어)―지난 1월 종영한 외전 ‘강식당’도 큰 사랑을 받았다. 언제쯤 돌아오나.
△언젠가 하지 않을까 싶다. 멤버들의 일상이 편해보일 때가 아닐까 싶다. 요즘에도 ‘강식당’ 이야기를 꺼내면 멤버들이 질겁한다. 자영업자 시청자들은 공감했을 것 같다. 양배추도 채써는 기계가 있다. 그걸 놓은 자리가 없었다. 계란도 방송에 나간 건 극히 일부다. 계란을 깨고 푸는 과정을 반복했다. 제주도에서 식당을 했지만 마지막날 녹초가 돼 처음으로 바다를 봤다. (웃음) 겨우 하루 몇 시간을 장정 5명이 했는데도 힘들었다. 멤버들도, 제작진도 식당에서 주문할 때 한 번 더 생각한다. 오픈 주방인 곳을 가면 괜히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송민호가 피오에게 그런 말을 했다고 하더라. ‘강식당’을 하면서 자영업이 얼마나 힘든지, 그에 비하면 가수는 행복하게 돈 버는 직업이니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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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도 영향을 받았나.
△처음에는 촬영하기에 예쁜 부엌을 구상했다. 백종원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부엌 전개도를 보여드렸다. 지적 받은 부분을 고쳐 부엌을 한 번 갈아 엎었다. 인덕션이며 튀김솥까지 세세한 부분도 자문을 받았다. 저희의 마음가짐을 바꿔주셨다. 갑자기 식당을 찾아오신 것도 저희가 제안 드린 게 아니다. 마음은 있지만 워낙 바쁘시기 때문에 먼저 말을 못했다. 그걸 눈치채시고 시간 내서 와주셨다. 제주도 극성수기여서 비행기 표가 없었는데, 대기표까지 걸어 걸음해주셨다. 선생님 말씀에 자극 받아 꼼수 부리지 않고 열심히 한 저희의 마음을 알아주셔 기뻤다. 백종원 선생님이 없었다면 진정성이 덜했을 수 있다. 덕분에 일종의 블랙 코미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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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일머리’가 정말 좋다. 손이 빠르고 센스가 있다. 유머감각까지 있으니까 그게 활력소가 된다. 늘 그렇지만, 가장 티 안나는 자리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해준다. 양배추 채썰기가 엄청난 단순 노동이다. 그 와중에도 설거지도 하고 웃기기도 한다.
△주방이 너무 바빴다. 저희도 먹을 시간이 없었다. 숙소에서 매일 두드리는 과정을 다 알고 있지 않나. 준비한 재료가 남아도 차마 ‘우리도 좀 먹어보자’는 말을 못하겠더라. 레시피를 배워 각자 집에서 만들어 먹었다.
―원작인 ‘윤식당’과 달리 손님의 반응 보다 주방에 집중했다.
△‘강식당’은 일종의 패러디다. 블랙코미디 같은 시트콤으로 가자고 했다. ‘윤식당’은 해외에서의 한식이 중요하지만, ‘강식당’은 주방 안에서 벌어지는 현실의 괴로움에 초점을 맞췄다. 어쨌든 원작 덕을 많이 봤다.
―‘강세차’, ‘이수근식당’, ‘은다방’ 등 다양한 외전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강식당’을 하면서 좋은 포맷을 하나 더 생겼다고 생각한다. 이 멤버로 할 게 훨씬 많아졌다. ‘신서유기’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외전을 하는 게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구상 중인 외전도 있다. 언젠가 보여드릴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다. ‘강식당’은 그런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신서유기’는 ‘신서유기’대로 갈 예정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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