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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을 앞세워 K팝이 글로벌 대중음악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에 대한 최근의 평가다. 영화계 ‘마블’과 비교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마블’은 아이언맨, 헐크, 캡틴 아메리카, 토르, 스파이더맨, 닥터 스트레인지, 블랙 팬서 등 슈퍼 히어로들을 내세워 성공적으로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기에 빠진 세상을 구하는 마블의 슈퍼 히어로는 영화계 흥행 공식으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K팝 역시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하고 서사를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전세계 팬들을 끌어들이며 흥행 공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 글로벌 팬덤 끌어들인 ‘그들만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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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음악의 메시지는 단발로 끝나지 않고 각각의 멤버, 각각의 앨범으로 이어지는 세계관를 완성시켰다.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청춘 3부작’ 등 시리즈물이 대표적인 예다. 방탄소년단에 매료된 팬들이 ‘삶이 힘든 시기 그들의 음악을 듣고 힘을 얻었다’고 이야기한다. 방탄소년단의 메시지에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로 불리는 청소년기, 한국뿐 아니라 미국의 이민자, 성정체성에서 혼란을 겪고 있던 사람 등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활력을 찾았다.
방탄소년단이 세계 최정상급 인기를 누리게 된 비결도 그만의 세계관 덕분이다. 인터넷에 팬들이 방탄소년단의 각 시리즈와 매 앨범 발매 때마다 공개한 관련 영상들, 청춘 3부작 ‘화양연화’ 시리즈에 삽입됐던 ‘화양연화 더 노트’ 등을 토대로 풀어간 이야기들이 적잖이 올라오는 게 이를 입증한다. 방탄소년단은 ‘세계관’을 언급한 적이 없지만 팬들이 자발적으로 이를 찾아나섰고 구체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방탄소년단 외에 이달의 소녀도 세계관을 앞세우고 있다. 지구와 우주 밖 에덴, 그 사이의 중간계를 세계관으로 구축하고 유닛 이달의 소녀 1/3, 이달의 소녀 오드아이써클, 이달의 소녀 yyxy로 각각의 세계관을 대표하는 설정을 했다. 드림캐쳐의 세계관은 ‘꿈’에서 출발한다. 멤버들이 각기 다른 꿈을 상징하도록 설정하고 그에 맞춰 이야기를 풀어냈다. 완전체 데뷔를 한 지 6개월여에 불과한 이달의 소녀는 매번 미국 빌보드 월드앨범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고 드림캐쳐는 월드투어 콘서트를 하는 등 글로벌 무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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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와 B.A.P는 각자의 콘셉트를 음반뿐 아니라 공연에서도 활용했다. 엑소는 공연 시작 전 영상으로 그룹과 멤버들 각자의 설정을 소개한 뒤 관객들을 자신들의 세계로 이끌었다. B.A.P는 거대한 마토키 로봇을 무대에 등장시키는 시도도 했다. 콘셉트를 팬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시도는 스토리 라인을 구체화하도록 했고 독자적인 세계관으로 이어졌다. 방탄소년단도 데뷔와 함께 앞서 만들어진 세계관의 콘셉트를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