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입문 4년...14세 이병호 "빨리 커서 그린재킷 입고 싶어요"

미국 텍사스 골프유학 떠나자마자 지역 랭킹 1위
방과 후 골프연습, 숙제 하고 나면 새벽 2시 취침
"학업, 골프연습 힘들지만, 절대 포기 안할 것"
"마스터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이 목표"
  • 등록 2019-03-27 오전 6:00:48

    수정 2019-03-27 오후 2:20:54

미국 골프유학 8개월 만에 텍사스주 주니어랭킹 1위에 오른 이병호가 텍사스주니어골프투어가 주최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기념 플래그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세마스포츠마케팅)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14세의 중학생 골퍼가 미국 텍사스주로 골프유학을 떠난지 8개월 만에 지역 랭킹 1위에 올라 주목받고 있다. 골프를 배운지 겨우 4년째인 이병호는 미국 텍사스주 주니어골프랭킹(TJGT 13~18세)에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형들을 모두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지난해 8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인근 골프장에서 열린 주니어 골프대회. 13세부터 18세 선수들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14세의 이병호는 이틀 동안 2언더파 142타를 쳐 당당히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한국으로치면 중학교 1학년 학생이 고등학교 선배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자 텍사스 주니어 골프계가 술렁였다.

이병호는 한국에서 3년 동안 골프를 배운 뒤 지난해 7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골프유학을 떠났다. 한국에서도 초등학교 대회에 나가 10승 넘거 우승을 경험한 그는 미국에서도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트로피를 휩쓸고 있다. 유학을 가자마자 지역 대회에서 우승을 싹쓸이하고 있는 이병호는 지난 3월에는 남자골프 전 세계랭킹 1위 닉 팔도(잉글랜드)가 주최하는 메이저 챔피언십 인비테이셔널에 초청돼 미국을 대표하는 주니어 골퍼들과 샷대결을 펼쳤다. 이 대회는 미국 전역에서 2승 이상을 거둔 19세 이하의 유망주들이 참가했다. 이병호는 이 대회에서 당당히 13위에 올라 또 한 번 주목받았다.

지난 22일 방과 후 골프연습을 마치고 휴스턴의 집으로 돌아온 이병호는 이데일리와 전화 통화에서 “이제 미국에 온지 8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여러 대회에 출전하면서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아직 갈 길이 멀고 배울게 많은 만큼 열심히 해서 좋은 프로골퍼가 되고 싶다”는 꿈을 또박또박 말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이제 겨우 14세에 불과한 이병호는 누구보다 골프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하다. 그런 그에게 작은 걱정거리가 생겼다. 골프연습을 더 많이 하고 싶은데 학교 수업을 다 듣고 방과 후에 겨우 몇 시간 연습할 수 있는 게 전부다. 이병호는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1학년(현지에선 7학년)이다. 방과 후 집으로 돌아오면 오후 3시가 다 된다. 한국 같았으면 오전 수업만 마치고 골프연습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미국에서는 학교 수업을 빠질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하루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3~4시간 정도다. 이병호는 이 짧은 시간을 금쪽같이 보낸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가방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골프장으로 달려간다. 그 뒤 한 번 골프채를 잡으면 해가 떨어질 때까지 내려놓지 않는다. 그의 이런 모습에 골프장에선 ‘연습 벌레’라는 별명이 생겼다. 이 골프장에서 함께 훈련하는 선수들 중에는 미국프로골프(PGA) 웹닷컴 투어에서 뛰는 선수들도 있다. 그들의 눈에도 중학생이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3~4시간씩 연습하는 모습이 대견스럽게 보였는지 ‘연습 벌레’라고 부른다.

이병호의 골프 연습은 집으로 돌아와서도 계속된다. 집에선 퍼팅 매트 위에서 최소 1~2시간은 공을 굴려야 직성이 풀린다. 이렇게 하루 4~5시간을 연습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밀린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보통 하루 숙제만 6~7개다. 다 마치면 새벽 1~2시를 넘길 때가 많다. 중학교 1학년에겐 힘든 생활이지만, 골프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는 이병호는 “잠을 못자더라도 골프 연습만큼은 절대 쉴 수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병호는 한국에서부터 다양한 운동을 했다. 초등학교 시절 처음으로 접한 운동은 아이스하키다. 그러던 중 아버지를 따라 골프연습장에 갔다가 클럽으로 공을 맞히는 게 너무 재미있어 그 즉시 아이스하키 스틱을 내려놓고 골프채를 잡았다. 처음엔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병호의 부친 이성환 씨는 국내 굴지의 스포츠매니지먼트를 운영하고 있다. 박세리부터 신지애, 최나연, 홍순상 그리고 지금은 박성현까지 숱한 스타들과 함께 했던 만큼 프로골퍼로 성공하는 게 얼마나 힘든 길인지 잘 알고 있다. 이병호는 “아빠도 처음에는 반대하셨지만, 제가 계속 졸라서 어쩔 수 없이 허락하셨다”면서 “그만큼 골프가 좋았다”고 말했다.

이제 막 골프선수의 길로 접어든 이병호는 하나씩 꿈을 이루겠다는 당찬 계획도 세웠다. 가장 먼저는 내년 1월까지 현재의 순위를 유지해 텍사스주 주니어 랭킹 1위가 되는 것이다. 18세 선수들까지 경쟁하는 만큼 14세의 이병호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병호는 “학교생활과 골프 연습을 병행하는 게 어렵지만 둘 다 포기할 수 없다”면서 “내년 1월 랭킹 1위가 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중학생인 이병호는 벌써 키가 181cm나 된다. 드라이브샷을 300야드나 때려낼 만큼 힘도 붙었다. 하지만 아직은 사춘기 소년의 티도 벗어내지 못했다.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엄마 옆에서 얘기하는 게 쑥스러웠던지 전화기를 들고 자기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다가 골프얘기만 나오면 목소리가 달라졌다. 얼른 성인이 돼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있는 PGA 투어에서 당당하게 겨뤄보고 싶다는 이병호는 “아직은 먼 얘기지만 PGA 투어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룰 때까지 더 열심히 하겠다”면서 “PGA 투어에 가서 마스터스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게 꿈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작은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자만하지 않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벌써 성공하기 위해선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도 알고 있었다.

이병호가 미국 텍사스주 주니어 골프대회 나가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세마스포츠마케팅)
지난 3월 미국 플로리다주 콜리나에서 열린 메이저 챔피언십 인비테이셔널에 초청된 이병호가 남자골프 전 세계랭킹 1위 닉 팔도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세마스포츠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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