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 모르는 '600경기 사나이' 여오현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한다"

  • 등록 2023-02-22 오전 6:00:00

    수정 2023-02-22 오전 6:00:00

600경기 출전 대기록을 수립한 ‘월드 리베로’ 여오현 현대캐피탈 플레잉코치. 사진=KOVO
[천안=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인 2001년. 배구 명문이 아닌 홍익대를 졸업하고 실업배구 드래프트 3라운드에 지명된 리베로를 주목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실업배구 코트에 등장하자마자 모두의 예상을 깨고 리그 최고의 리베로가 됐다. 그리고 세월은 20년이 훌쩍 지났다. 그가 데뷔했던 실업배구 ‘백구의 대제전’은 프로배구 ‘V리그’로 바뀐 지 오래다. 강산이 변한다는데 10년이 두 번이나 지났다.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그는 변치 않는 소나무처럼 코트 후방을 흔들림없이 지켰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포지션이지만 꾸준함은 그의 가장 큰 무기였다. 어느덧 통산 600경기 출전이라는 전무후무 대기록을 세웠다. 주인공은 ‘월드 리베로’ 여오현(45) 현대캐피탈 플레잉코치다.

여오현은 2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프로배구 2022~23 도드람 V리그 5라운드 홈경기에 출전하면서 통산 600번째 경기에 나서는 대기록을 세웠다.

단지 출전 기록에 의미를 둔 것이 결코 아니었다. 이날 여오현은 리시브 효율 100%를 기록했다. 그에게 찾아온 서브를 완벽하게 리시브해 세터에게 올렸다. 중요한 순간 결정적 디그도 해내는 등 리베로로서 ‘본업’을 충실히 했다.

2000년 실업배구 삼성화재에 입단한 여오현은 2005년 V리그 출범과 함께 프로선수로서 커리어를 이어갔다. 삼성화재에서 9시즌 동안 활약한 뒤 2013년 현대캐피탈로 이적해 10시즌째 뛰고 있다. 2015년부터는 플레잉코치를 맡아 선수와 감독 사이를 잇는 가교 역할까지 하고 있다.

여오현이 선수로서 남긴 업적은 어마어마하다. 지금까지 정규시즌 1위 7번, 챔피언결정전 우승 9번을 경험했다. V리그 수비상도 4번이나 받았다. 2015~16시즌에는 사상 첫 수비 1만개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이날 2세트가 끝난 뒤 현대캐피탈은 여오현의 600경기 출전을 기념하는 특별행사를 가졌다. 현대캐피탈 선수는 물론 코트에서 경쟁하던 상대 팀 우리카드 선수들까지 아낌없는 박수로 ‘전설’의 대기록을 축하했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에서 여오현 플레잉코치와 오랜 기간 선수로 함께 활약했던 최태웅 감독은 “꽃다발을 선물하는 순간 살짝 눈물이 나더라. 몇 초 정도 힘들었다”며 “앞으로도 어린 선수들의 귀감이 되는 모범적인 선수로 오랫동안 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작 대기록을 세운 여오현은 평소 모습처럼 담담한 모습이었다. 그는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며 “1, 2세트를 이기고 3세트에서 분위기가 이상해 나 때문에 그런거 안절부절 했는데 선수들이 힘을 내줘 이길 수 있었다”고 후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여오현은 20년 넘게 선수로 건재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솔직히 운이 좋았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운동선수 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수술대에 오르게 되는데 나는 수술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며 “운 좋게 좋은 감독님과 선수들을 만난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2~3년 전 허리 디스크가 터져 수술을 받을 뻔 했는데 그때도 재활로 치료를 마쳤다”면서 “부모님이 건강하게 낳아주신 덕분인 것 같고 나름 자기 관리도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오현은 욕심이 많은 남자다. 그래서 포기도 모른다. 그는 “코트에서 뛰지 못하는 상황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좋은 후배들이 들어오면서 욕심을 어느 정도 내려놓기는 했지만 포기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장담했다.

앞으로도 여오현의 시대는 계속된다. 적어도 팀에 도움이 될 때까지는 그렇다. 여오현은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할지 장담은 못하지만 팀이 필요하다면 할 수 있을 때까지 할 것이다”고 깅조했다. 더불어 “솔직히 챔프전 우승 10번을 채우고 싶은 욕심도 있다”며 “리시브 하나라도 잘 받아 후배들이 우승을 경험하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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