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의 커피 이야기] 커피메뉴 얼마나 알고 드세요?

  • 등록 2015-04-18 오전 6:35:55

    수정 2015-04-18 오전 6:35:55

[이데일리 스타in 연예팀] 손님을 기다리기 위해 한 카페에 앉아 있을 때였다. 시간은 이미 오후 3시가 넘어 카페는 한산하다 못해 약간 엄숙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그 때 어느 여자 손님이 오더 테이블로 가더니 자신이 든 머그컵을 바리스타에게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이거 우유 맛이 너무 강한 거 같아요.” 그 분이 주문한 것은 카페라테(Caffe Latte) 즉 커피 우유였다.

직원은 곧 그 컵을 받아 다시 만들어 드리겠다며 친절하게 새로 만든 음료를 내밀었지만 컵을 받아든 손님의 얼굴은 별로 유쾌해 보이지 않았다. 유명 프렌차이즈나 다국적기업의 카페들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동일한 맛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주문한 음료의 정해진 레시피(recipe)를 중시한다. 그래서 샷을 추가하지 않는 이상 다시 주문을 해도 똑같은 음료가 나올 수밖에 없다.

사실 카페라테는 커피 안에 풍부한 우유의 맛을 느끼기 위해 마시기 때문에 우유 맛이 커피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이 때 우유 속에 진한 에스프레소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카푸치노(Cappuccino)나 플랫화이트(Flat White)이다.

강의 중 카푸치노를 왜 마시는지 물어보면 10명 중 두 세 명은 거품 때문에 마신다고 말하고 10명 중 7-8명은 시나몬가루나 코코아가루 때문에 마신다고 말한다. 그래도 거품을 말하는 분들은 절반의 정답을 말한 거다.

카푸치노는 이탈리아 프란체스코회에 카푸친 수도회 수도사들의 입던 옷이 지난 갈색의 우유거품 얻은 것과 비슷하다하여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시나몬가루나 코코아가루는 카푸치노의 선택적 사양일 뿐 그 특징이 아니다.

카푸치노는 카페라테에 비해 같은 잔에 비교적 많은 거품이 함유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에스프레소의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일부 국내 커피 학원에서는 카푸치노를 만들 때 ‘Wet 거품’을 내는 것을 정석으로 말하지만 ‘Wet 거품’과 ‘Dry 거품’은 서로 다른 장단점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최근에 카페메뉴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게 플랫화이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에스프레소보다 우유 거품이 많이 적으면서 카페라테보다 우유양이 상대적으로 적다. 결국 상대적으로 좀 더 진한 커피의 맛을 우유거품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즐기려할 때 마시는 음료다.

이 음료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개발되었다고 하는데 실상 호주에 가서 여러 군데 카페를 탐방하며 이 세 가지 음료를 모두 동시에 주문했지만 정석대로 만드는 곳은 별로 없었다. 어떤 곳은 고운 거품이 얇게 나와야 하는 플랫화이트가 너무 두꺼운 거품으로 나오는 곳도 있었고, 어떤 곳은 곱고 얇게 벨벳 거품을 만들었지만 우유 량이 카페라테보다 많았다.

내가 주문한 음료의 정확한 성격을 파악하지 못하면 우리는 결국 내어주는 대로 마실 수밖에 없다. 대체로 우리는 음료를 주문할 때 이미 주어지고 형성된 그 상태에 대해 별반 의문을 갖지 않고 주문할 때가 많다.

보통 마키아토(Macchiato) 음료가 뭐냐고 물어보면 사람들은 캐러멜이 들어간 커피 음료로 설명한다. 하지만 마키아토는 캐러멜 마키아토 말고도 에스프레소 마키아토 등 다양한 음료가 있다. 마키아토는 이탈리아어로 ‘점찍다’, ‘얼룩지다’라는 뜻을 품고 있다. 캐러멜이 되었건 에스프레소가 되었건 하얀 거품 위에 무언가 점찍거나 얼룩지는 형상을 연출했다면 그건 모두 마키아토로 부를 수 있다. 거품 위에 캐러멜로 내 이름을 써도 커피나 초콜릿으로 예쁜 형상을 만들어도 마키아토다.

또 프리미엄 커피 전문 매장에 가면 볼 수 있는 메뉴 중 하나가 블루마운틴이나 게이샤, 루왁, 코나 등인데, 아마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런 커피들의 한 잔 가격은 일반 커피의 몇 배다. 이런 커피를 마실 때도 눈여겨 보아야하는 부분이 있다.

먼저 싱글오리진(Single Origin) 100%로인지 즉 다른 원두가 블렌딩(Blending)된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한다. 코나는 미국에서 법적으로 10% 이상을 넣어야만 코나 커피라는 이름을 쓸 수 있게 했다. 사실 10% 정도 들어가도 그 고유한 맛의 특징이 살아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다른 경우는 그런 기준 조차 없어 심지어 0.8%를 넣고도 버젓이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커피라고 이름 붙여 파는 곳도 있다.

코피 루왁(Kopi Luwak)의 경우 사향고양이가 커피 열매를 먹은 다음 식도를 지나 위에서 효소가 단백질을 분해하여 변으로 함께 나온 빈을 말하는데 독특한 맛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해외의 유명한 커퍼들과 루왁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면 거의 시원찮은 대답들이 나온다. 이유는 사양고양이가 무엇을 먹었는지 보다는 그저 사양고양이의 배설된 커피 콩의 결과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사양 고양이가 정말로 잘 익은(Mellow) 커피 체리를 먹어야 루왁의 가치는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데 질이 떨어지는 아라비카를 먹던, 로부스타를 먹던, 덜 익은 체리를 먹던, 곰팡이 핀 체리를 먹던 그저 과정은 중시하지 않아 지금은 원숭이나 코끼리에게도 강제로 먹여서 배설물 속의 빈을 얻어낸다.

과정이 무시된 결과는 만족스러울 수 없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이나 파나마 게이샤 등이 인기를 얻자 다른 나라에서도 이 종을 개량하여 수확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내가 원하는 커피의 정보를 정확히 알고 있지 않으면, 다른 나라의 블루마운틴이나 게이샤 커피를 무조건 자메이카나 파나마 것으로 오해하고 마실 수도 있다.

커피 한 잔을 주문할 때 정확한 용어의 이해는 서로 올바른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얻어낼 수 있으며 잘못된 응용에서 벗어나고 좀 더 자유로운 적용도 가능하게 만든다. 이럴 때 불필요한 혼란을 벗어나 더 큰 기쁨을 얻을 수 있다. 기원이 없는 곳은 혼란뿐이다.

△글=김정욱 現 딸깍발이 코퍼레이션 대표. 現 커피비평가협회 한국본부장. 콜롬비아 안티오키아 베스트 컵 콘테스트 심사위원(2015 B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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