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①]플랫폼 넘어…'옥자'가 던지는 화두

옥자 미자 미란도 중심인물 다 여성
  • 등록 2017-06-20 오전 7:00:03

    수정 2017-06-20 오전 7:00:03

영화 '옥자'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지금의 논란은) 이 영화의 타고난 복인 것 같다.”

봉준호 감독이 4년 만에 내놓은 새 영화 ‘옥자’를 둘러싼 논란에 한 말이다. ‘옥자’는 ‘설국열차’(2013)에 이은 그의 두 번째 글로벌 프로젝트다.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무려 5000만 달러(약 567억원)를 투자하고, 틸다 스윈튼·제이크 질렌할·폴 다노·릴리 콜린스 이름있는 세계적인 배우들이 출연했다. 영화에 대한 관심은 칸영화제 경쟁작에 초청받고, 개봉 임박 시점에 맞물려 논란으로 옮아갔다. 영화의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프랑스와 국내 극장들이 반발해서다. ‘옥자’가 스트리밍 영화에 대한 환기를 한 것이다. 하지만 ‘옥자’가 담고 있는 화두는 플랫폼뿐만이 아니다.

◇화두 하나. 플랫폼

영화는 극장에서만 봐야 하나. ‘옥자’가 던진 첫 번째 화두다. 한국은 미국 등 다른 국가들에 비해 극장이 부가판권 시장을 크게 앞선다. 영화진흥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극장 매출은 1조7432억원, 온라인 매출 4125억원으로 극장이 전체 영화 시장의 80%를 차지했다. 한국은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한 나라다.

‘옥자’는 전통적인 영화 관람 형태에 또 다른 방식을 제시했다. 스트리밍 서비스다. 스트리밍 콘텐츠가 생소한 개념은 아니다. 넷플릭스도 갑자기 등장한 업체가 아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월 국내에 진출했다. 국내 회원 수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전 세계 회원 수가 1억명인데 국내 회원 수는 10만명 정도다. 업계가 이번 사안을 주시하고 있는 건 ‘옥자’가 ‘OOO+넷플릭스’가 아닌 ‘봉준호+넷플릭스’여서다. 관객과 업계의 애정이 특별한 봉준호와 넷플릭스의 합작품이어서 중요한 변화를 일으키지 않을까해서다. ‘옥자’가 극장 중심 관람 문화를 바꿔놓을 수 있어서다.

이러한 변화를 위협으로 보는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대기업 계열사인 3대 멀티플렉스 체인업체들은 ‘스트리밍 서비스와 동시에 극장 상영을 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대한극장·서울극장 등 개인 사업자들이 ‘옥자’를 상영하지만, 3대 체인의 스크린이 전체 2575개 중 90% 이상(2379개)이다. 넷플릭스가 ‘옥자’ 효과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여기는 배경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한국 관객 수는 크지는 않지만 꾸준히 늘고 있다”며 “‘옥자’가 공개되는 시점에는 지금 추세보다 더 많은 가입자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작사 대표는 “매체 환경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서도 세대가 젊을수록 유연하게 받아들인다”며 “극장과 TV가 공존하는 것처럼 극장상영과 스트리밍서비스는 공존하리라 본다. 그렇다면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그에 대한 준비, 새로운 규칙을 정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다”고 말했다.

유전자 변형 돼지 옥자(왼쪽) 모습
◇화두 둘. 자본주의

플랫폼을 둘러싼 3대 멀티플렉스 체인과 넷플릭스 간 힘겨루기를, ‘관객 유지’와 ‘회원 유치’라는 자본과 자본의 싸움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흥미로운 건 ‘옥자’의 메시지다. 자본 간 싸움에 낀 ‘옥자’가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어서다. ‘옥자’는 슈퍼돼지 옥자를 구하려고 험한 여정에 나서는 산골소녀 미자(안서현 분)의 모험을 그린다. 표면적으로는 유쾌한 어드벤처 영화인데 그 안에는 자본주의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이 가득하다. 극중 변희봉이 미자 몰래 옥자를 금돼지와 거래한 것이나, 글로벌 기업 미란도코퍼레이션이 더 많은 생산을 위해서 유전자 변형 동물을 실험하고 사육하는 등의 장면이 그렇다. 옥자는 미자에게 친구면서 가족인데 미란도코퍼레이션의 CEO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 분)에게는 식품이며 상품이다. 영화는 같은 대상을 상이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서 돈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탐욕을 꼬집는다. 봉준호 감독은 “돼지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생명체이고 애완용으로 키우는 사람도 있는데 식품으로 떠올린다”며 “자연의 흐름 속에서 육식을 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돈을 위한 필요 이상의 대량 도축 시스템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했다. 그는 ‘설국열차’에서도 계급별로 나뉜 열차를 통해 부조리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비판한 바 있다.

◇화두 셋. 여성

영화계 남성 중심 문화는 국내뿐 아니라 할리우드도 해결하지 못하는 고질병이다. ‘옥자’는 근래 보기 드문 여성 중심 영화다. 사건을 이끄는 주인공(프로타고니스트) 미자와, 대립하는 안타고니스트 루시는 여성이다. 옥자도 암컷이다. 영화의 중심인물이 모두 여성인 셈이다.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 ‘괴물’ ‘마더’ ‘플란다스의 개’ 등 전작에서 여성을 주연으로 세우거나 사건에 깊이 관여한 인물로 그려왔다. ‘여성 영화는 돈이 되지 않는다’는 편견을 깨주는 몇 안 되는 감독이다. 봉준호 감독은 “이번 영화를 여성주의적인 관점으로 접근하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지키려는 강인한 소녀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며 “스토리를 엮어가면서 옥자 미자 미란도 축이 여성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미자·루시·옥자의 성정체성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들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된다. 틸다 스윈튼은 “‘옥자’는 미자의 선택을 통해서 인본주의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보여준다”며 ‘옥자’가 여성적인 관점을 넘어서는 영화라고 봉준호 감독을 추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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