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 감독 “청각적 공포에 매료…알고 보면 韓공포 인기”(인터뷰)

  • 등록 2017-08-23 오전 6:00:00

    수정 2017-08-23 오전 6:00:00

영화 ‘장산범’으로 4년만에 복귀한 허정 감독(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무섭고 슬프다.”

17일 개봉한 영화 ‘장산범’을 본 관객들의 반응이다. 전작 ‘숨바꼭질’에서 집없는 자의 설움을 섬뜩하고 스릴하게 풀어내 560만 관객을 동원했던 허정 감독은 ‘장산범’에서 소리를 흉내내는 전설 속 괴수, 장산범으로 이색적인 청각공포를 선사하고 있다. 부산의 장산 지역에서 괴담으로 전해져온 설화에서 출발한 영화다. 개봉 5일만에 72만명을 동원했다. ‘택시운전사’ ‘청년경찰’의 기세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던 ‘장산범’은 21일 ‘혹성탈출:종의 전쟁’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서며 뒷심을 받기 시작했다. ‘장산범’을 연출한 허정 감독에게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첫 번째 영화 ‘숨바꼭질’ 이후 4년 만이다. 장산범을 영화로 만들게 된 배경은. 지난해 개봉을 하려고 했었는데 이제야 개봉하는 이유는.

▲‘숨바꼭질’을 할 때 여러 가지 괴담을 수소문하면서 장산범 괴담을 알게 됐다. 공포나 스릴러라 하면 주로 시각적인 것에 익숙해져 있지 않나. 막연하게 소리를 이용한 공포 스릴러를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숨바꼭질’ 이후 본격적으로 작업했다. ‘숨바꼭질’이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영화라면 ‘장산범’은 설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이야기다. 외국에는 신화나 전설에서 시작한 작품들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장산범 괴담의 원형적이고 토속적인 톤이 마음에 들었다. 청각적인 효과가 중요한 영화여서 후반 작업에 공들이다 보니 꽤 시간이 걸렸다.

-‘숨바꼭질’이 도시고 아파트였다면 ‘장산범’은 도시 외곽이고 동굴이 주 배경인데.

▲‘숨바꼭질’은 현실에서 있을 법한 느낌을 줘야 해서 도시로 설정했다. ‘장산범’은 희연(염정아 분) 가족에게 큰 상실의 아픔이 있는데 그것으로 인한 고립된 느낌이나 외로운 느낌을 장소로 표현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도시가 아닌 교외로 장소를 물색했다. 그러면서 희연(염정아 분)의 집 뒷마당에서 동굴로 이어지는 산책로, 동굴 입구, 동굴 안, 동굴 안의 또 다른 공간 등 공간을 단계별로 나눠서 각각의 분위기와 무서움을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다. 동시에 공간의 변화를 통해서 인물이 장산범이 있는 곳까지 홀리듯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장산범’에는 장산범 소재에 모성애 코드가 결합됐다. 스릴러에 출산의 경험이 있는 배우를 염두에 두고 염정아를 캐스팅한 건가.

▲내가 미혼이라 사실은 모성애 부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막연하게 이렇겠지 생각하고 접근을 했는데 희연의 상실감이나, 희연이 어린 소녀를 대하는 방식 등 놓치고 있었던 부분이 많았다. 그런 점들을 염정아 선배가 디테일하게 잡아줬다. 염 선배가 아니었으면 큰일날 뻔 했다(웃음).

-신린아 역할을 여자 아이가 아닌 남자 아이였으면 또 영화의 결이 달라졌을 것 같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고민했던 부분이다. 남자 아이였으면 희연의 감정에 더 몰입하기 쉬울 수도 있었겠지만 동시에 뻔한 선택일 것 같기도 하더라. 게다가 ‘장산범’ 때문에 만났던 아이들 중 린아 만큼 감정표현을 잘해낸 아이가 없었다. 남자 아이들은 그보다 연령대가 높아야 만족할 정도의 표현을 해냈다. 같은 나이대에서 여자아이들의 감정표현이 더 뛰어났고, 그 중에서도 린아를 대체할 만한 아이가 없었다.

-신린아를 처음 봤을 때 이 아이다 싶었나.

▲그랬다. 린아는 어떻게 보면 무서워보이고 신비로운 느낌도 있고 보호해주고 싶은 느낌도 주더라. 표정의 변화만으로 이미지가 금방금방 바뀌었다. 린아의 다양한 이미지가 영화에 어울릴 것 같아서 처음 봤을 때 마음 속으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이야기를 잘 이해하고 있었고, 상황에 대한 감정의 이입도 빨랐다. 본인이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많았다. 테이크가 많이 가면 자신의 연기가 부족한가 보다 생각하고 슬퍼했다. 연기를 너무 잘해서 아역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했다(웃음).

-굿 장면과 허진의 출연이 나홍진 감독의 ‘곡성’을 떠올리기도 하는데.

▲후반 작업할 때 ‘곡성’이 개봉했다. ‘곡성’이 워낙 잘 만들어진 영화여서 속상한 기분이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곡성’과 ‘장산범’은 이야기도 분위기도 많이 다른 영화다. ‘곡성’이 차갑고 무섭다면 ‘장산범’은 무섭고 슬픈 느낌을 주고 싶었다.

-‘장산범’은 사실상 스릴러보다는 공포에 가깝다. 스릴러를 표방한 데에는. 토종 공포영화가 인기가 없어서인가.

▲공포영화가 장르적인 성향이 강하지 않나. 공포라고 하면 아예 보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장산범’이 공포라고 하기에 애매한 지점도 있다. 보다 많은 관객이 봤으면 해서 스릴러에 더 무게를 뒀던 것 같다. 그렇다고 공포영화가 인기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산행’이나 ‘곡성’ ‘검은 사제들’ 등 지난해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은 작품들은 스릴러나 미스터리로 불려서 그렇지 알고 보면 공포영화다.

-차기작 계획은.

▲아직까지 아무런 계획을 세워두지 않았다. ‘숨바꼭질’ 같은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다음 영화는 긴 시간을 두고 충분히 고민해서 준비하고 싶다.

허정 감독(사진=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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