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주연의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의 경우 김영하 작가의 원작 소설이 출간 후부터 올 상반기까지 10만권을 조금 넘었다. 영화가 관객 265만명을 모으며 흥행하자 소설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10만여 권을 더 찍었다. 지난해 여름에 개봉해 각각 559만명, 712만명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덕혜옹주’(감독 허진호)와 ‘터널’(감독 김성훈)도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작품이다.
병자호란 당시 화친을 주장한 최명길과 척화를 김상헌의 신념 대결을 그린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은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으며 죽은 이가 살아돌아온다는 RV를 소재로 한 ‘희생부활자’(감독 곽경택)는 박하익 작가의 ‘종료되었습니다’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올 하반기 중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을 원작으로 한 동명 영화가 관객과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 ‘7년의 밤’(감독 추창민)은 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 현수(류승룡 분)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남자 영제(장동건 분)의 7년 전의 진실, 그리고 7년 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다.
인기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스크린셀러라고 한다. 소설과 스크린의 만남이 근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스크린의 흥행이 다시 소설의 인기로 이어지는 소설과 스크린의 윈윈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설을 영화로 옮길 때 중요한 건 서사성과 또 다른 상상력을 부여하는 원작과의 차별점을 꼽는다.
스크린셀러의 붐이 흥행과 관련지어 보는 측면도 있다. 양날의 검이기는 하나 베스트셀러는 일단 검증받은 작품이라는 데에서 제작자나 창작자의 매력을 끈다는 것이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점점 더 흥행이 중요해지고 있는 분위기에서 일단 인기가 끌었던 작품이라는 것은 흥행이나 홍보 면에서 큰 메리트다”며 “한 동안 인기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