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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우리의 월드컵은 일찍 끝이 났다. 신태용호는 조별리그 예선 탈락의 성적표를 들고 귀국했다. 조별리그 1,2차전이었던 스웨덴과 멕시코전에서 연속으로 패해 일찍 16강이 어려워졌다. 팬들의 싸늘함에 23명의 태극전사는 죄인 아닌 죄인으로 내몰릴 뻔 했다. 다행히 마지막 독일과의 경기는 한국 축구의 숙제를 해결할 새 길과 희망을 안겼다. 세계 최강을 꺾으면서 앞선 2패의 충격에서도 벗어났고, 그날의 승리는 1%의 기적으로 불릴 만큼 큰 성과로 비춰졌다.
▶한국 축구 색깔을 만들 새 사령탑을 찾아라
독일전은 한국축구에 큰 교훈을 줬다. 우리의 색깔을 찾으면 훨씬 더 밝게 빛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했다. 스웨덴과 멕시코전에서 실망한 이유는 우리만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웨덴전에서 나온 작전의 실패와 전술의 미숙함은 우리가 믿었던 대표팀이라고 하기엔 무기력했다. 멕시코전 상황은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나 투지만 앞섰을 뿐, 경기력 면에서는 부족했다.
16년 전으로 되돌아 가보자. 거스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의 색깔을 확실하게 찾아냈다. 그는 그 어떤 외부의 압박이나 편견에 흔들리지 않았다. 쏟아지는 비판에도 오로지 자신의 뜻대로 팀을 이끌었다. 그런 공간에 한국 축구의 오랜 병폐로 지적받아온 학연이나 지연, 선후배의 위계질서, 협회의 간섭 따윈 존재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철 같은 체력과 압박이라는 색깔을 덧칠했다. 그 결과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어냈고, 한국 축구가 나아갈 색깔을 알려줬다.
감독의 역할이 크다는 건 누구보다 협회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월드컵 이전부터 ‘3전 전패’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던 이유는 작년 7월 감독 교체와 궤를 같이 한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내보냈고, 대신 신태용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월드컵까지 불과 1년도 남지 않았던 만큼 누구였더라도 새판을 짜고 색깔을 입히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새 사령탑 찾기는 되도록 빠를수록 좋다. 시간을 끌어봐야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보장도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중요한 건 한국 축구의 색깔을 되찾고 가장 돋보이게 만들 수 있는 감독을 찾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