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서 도저히 못 치겠어요" 폭염에 골프장 예약도 '뚝'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예약률 감소, 취소율 증가
하루이틀 남기고 위약금 내겠다며 취소 전화도
새벽, 야간 골프족 늘고, 낮시간대 예약률 떨어져
더위 피한 스크린골프도 인기..밤엔 손님 더 늘어
  • 등록 2018-08-02 오전 5:55:55

    수정 2018-08-02 오전 5:55:55

연일 폭염이 계속되자 골프장 예약률이 감소하고 취소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은 특정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위약금 낼 테니 취소해주세요. 더워서 도저히 못 치겠어요.”

지난달 30일 경기도 이천의 A골프장에는 예약을 취소하겠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이런 전화가 요즘 들어 하루 몇 통씩 걸려온다. 연일 35도가 넘는 폭염으로 인해 “더워서 골프를 못 치겠다”는 게 취소 이유다.

폭염에 골프장도 비상이다. 예약은 뚝 떨어지고, 잔디 관리에 밤낮이 없어졌다. 이 골프장 관계자는 “지난 7월 16일 폭염주의보가 발령되기 시작된 이후 예약률이 예전에 비해 감소했다”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는 “보통은 2주 전 예약을 오픈하면 매일 증가해 4~5일 전에는 거의 마감이 꽉 차는 상태였는데 요즘은 폭염으로 인해 하루 예약률과 취소율이 비슷한 수준이다”면서 “심지어 하루 이틀을 남겨두고 위약금을 낼 테니 취소하겠다는 전화도 걸려 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골프장도 사정이 비슷하다. 강원도 춘천의 B골프장은 “올해 유독 더운 탓인지 예약 취소가 생각보다 많다”며 “6월만 해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손님들도 다른 핑계를 대기 보다는 솔직하게 너무 더워서 골프를 칠 수 없을 것 같다고 미안해 하시는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폭염으로 골퍼들이 선호하는 시간대도 달라졌다. 보통 여름시즌의 경우 시간대별로 할인율이 차이를 보인다. 오전 이른 시간대의 경우 요금이 비싸고, 오후 시간대는 2~3만원에서 최대 5만원까지 할인해주기도 한다. 그에 따라 저렴하게 라운드하려는 골퍼들은 오후 시간대를 선호했다. 그러나 폭염으로 인해 이런 현상이 줄었다. 이용료의 할인폭을 높였음에도 낮 시간대 예약률을 끌어올리기 못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시원하게 라운드하려는 야간골프는 인기다. 거의 빈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골프장 예약사이트에선 야간 시간대가 가장 인기가 좋다. 골프장 예약을 대행하는 C업체 예약 담당자는 “야간 라운드의 시간대가 올라오면 빠르게 소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면서 “수도권이든 지방의 골프장이든 야간골프는 남는 시간대가 없다”고 말했다.

인천의 D골프장은 폭염으로 달라진 골프문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골프장 관계자는 “새벽 그리고 야간 시간대 예약률은 거의 100%인 반면 낮시간대 예약률은 60~70%에 머물고 있다”면서 “작년의 경우엔 낮 시간에도 같은 시기 예약률이 90% 이상이었는데 올해 폭염으로 인해 나타난 현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폭염으로 인해 골프장 이용요금엔 새로운 변화도 생겼다. 일반적으로 폭우 또는 낙뢰 등의 기상악화로 인해 라운드를 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적용됐던 홀별 정산 시스템이 폭염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D골프장 관계자는 “기온이 몇 도 이상 올라가면 폭염으로 간주한다는 정확한 기준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손님들이 너무 더워서 라운드하기 어렵다고 할 경우 상황에 따라 홀별 정산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이 역시 폭염으로 인해 올해 처음 도입된 시스템이다. 앞으로는 관련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잔디 관리엔 빨간불이 켜져 있다. 특히 밤에도 30도가 넘는 열대야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또 가뭄까지 이어져 코스관리자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잔디는 야간에 왕성한 생육 활동을 한다. 그러나 요즘처럼 섭씨 30도에 육박하는 열대야가 지속될 경우 생장 속도가 더디게 된다. 이런 시기에 자칫 관리에 소홀하면 죽을 수도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관리 비용도 늘어 관계자들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잔디 관리에는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한다. 비가 내리지 않아 골프장 자체적으로 급수할 수 있는 능력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E골프장 관계자는 “18홀 기준 하루 잔디 관리에 필요한 물의 양은 약 1800톤 정도인데 요즘 비가 내리지 않아 폰드에 보관한 물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상수원을 끌어다 써야 하는 데 그럴 경우 물 값으로만 하루 수백만 원씩 써야 한다”고 걱정했다.

골프장들은 이색 서비스로 더위식히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A골프장에선 탈수와 열사병 등을 예방하기 위해 식염포도당을 상시 비치해뒀고, 그늘집에서는 아이스크림과 냉차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또 남성 골퍼들을 위해선 모자 안에 덧 대 땀이 흐르는 것을 막아주는 ‘땀 패드’, 여성골퍼들을 위해선 마스크팩을 준비해 제공하고 있다. 이 골프장 관계자는 “폭염 속에서도 골프장을 찾는 손님들이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라운드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다행히 폭염이 8월 초를 기점으로 조금씩 꺾일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면서 예약률도 높아지고 있다. B골프장 관계자는 “최근 2주 동안에 비해 8월 예약률은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면서 “아마도 폭염으로 인해 라운드를 포기했던 골퍼들이 8월엔 더위가 꺾일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골프장이 폭염으로 비상체제에 돌입한 반면 스크린골프업체들은 반대로 ‘폭염 효과’를 보고 있다. 경기도 수원의 한 스크린골프장은 최근 2주 사이 예약률이 10~20% 늘었다. 스크린골프장 관계자는 “보통 장마가 끝난 이후부터는 손님이 크게 감소하면서 비수기로 접어들었는데, 올해는 폭염 덕을 보고 있는 것 같다”면서 “최근엔 밤에 찾아오는 손님이 더 늘었다”고 반가워했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더위를 피해 야간에 골프를 즐기려는 골퍼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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