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김은희 작가 “기성세대 죄책감, 좀비에 녹였죠”(인터뷰)

  • 등록 2019-01-29 오전 6:00:30

    수정 2019-01-29 오전 8:27:59

김은희 작가(사진=넷플릭스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마흔이 넘으면 ‘세상이 왜 이래’라고 불만을 토로해선 안 된다고 하더라. 그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한 거니까. 쉰이 가까워 진 나이다. 제가 느낀 죄책감이 작품에 담겼다.”

지난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첫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은 이른바 ‘좀비 사극’이다. 외피는 공포영화의 하위 장르인 좀비물이지만, 들여다보면 메시지가 숨어 있다. 탐욕스러운 기득권으로 고통 받은 민초의 서글픔이 읽힌다. 대본을 집필한 김은희(47) 작가는 “올바른 위정자란 개개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가 될 것 같다. 그만큼 색다른 소재와 캐릭터 발굴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킹덤’은 피폐해진 조선을 배경으로 한다.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고 반역자로 몰린 세자 이창(주지훈 분)은 이를 해결하고자 한양을 떠나 동래(부산 지역)로 향한다. 평소 좀비물을 즐겨본다는 김 작가는 2011년부터 좀비와 조선시대의 결합을 기획했다. “다른 본능은 거세된 채 배고픔만 남은 좀비가 슬퍼보였다”는 김 작가는 “CCTV와 스마트폰이 없는, 통제 불가능한 시대와 만나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 작가의 전작 tvN ‘시그널’(2016)을 눈여겨 본 넷플릭스는 그해 “함께 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김 작가는 아껴왔던 ‘킹덤’이란 카드를 내밀었다. 기존 방송이 아닌 플랫폼에서 신체절단 등 제약 없이 표현할 수 있겠다는 기대였다. 그렇게 회당 15억~20억 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 ‘킹덤’이 시작됐다. “정주행을 위해 회당 분량이 짧으면 좋겠다”는 의견 외에는 특별한 간섭은 없었다. 김 작가는 “다른 문화권에서 오는 궁금증이나 전개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은희 작가(사진=넷플릭스 제공)
‘킹덤’은 보다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다. 190여 개국 글로벌 시청자에겐 조선의 아름다움을 알린다. 고운 빛깔 한복부터 툇마루, 비원 등의 촬영지까지 공들인 흔적이 눈에 띈다. 혼란스러운 시대에 대한 답답함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임진왜란 때 몽진와 6·25 한강다리 폭파를 보면서 역사의 반복이란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주인공 이창처럼 자신의 자리를 지킨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지난 2006년 영화 ‘그해 여름’으로 데뷔했다. 드라마 ‘싸인’(2011), ‘유령’(2012), ‘쓰리 데이즈’(2014) 등을 거치며 장르물의 대가로 거듭났다. 특히 ‘시그널’은 종영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애청자들은 시즌2를 기다리고 있다. ‘시그널’ 시즌2 대본을 준비하고 있다는 김 작가는 “제가 잘 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웃었다. “쓰는 건 고통스럽지만, 노트북이 앞에 없으면 불안하다”는 천생 작가였다.

남편인 장항준 감독의 외조에 대해 물으니 “대본을 한 번도 안 봤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요즘 제 명의 신용카드를 쓴다. 가끔 술집에서 사용했다고 문자가 날라온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장 감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편안해진 표정이었다. 두 사람은 방송 작가 선후배 사이로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그는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든든한 지원군”이라고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시즌2는 내달 촬영에 들어간다. 시즌2 역시 총 6부작으로 집필을 마쳤다. 김 작가는 “생사초를 둘러싼 비밀 등 ‘떡밥’이 회수될 것”이라며 “시즌2에서 세계관을 확장시킬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 여건이 된다면 시즌을 이어가며 아시아로 이야기를 더 뻗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오른쪽부터 김성훈 감독, 김은희 작가, 주지훈, 배두나, 류승룡과 좀비 연기자들(사진=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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